재단하지 않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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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Kang
‘재단’되는 옷감, 그리고 사람. 왜 이렇게 다른 결과를 낳을까.



사람들을 관찰할 때마다, 눈 돌리는 타이밍을 놓쳐서, 눈이 정면으로 떡하니 마주쳐버리는 상황이 꽤나 많았다. 식은땀도 나고, 척추를 타고 오는 싸한, 오한이 느껴지는 부르르 함과, '아 저 사람이 오해하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생각을 낳고 낳을, 머릿속을 폭풍으로 만들법한 상황. 굉장히 힘들다. 게다가 여자로서, 남자를 관찰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그것만큼 복잡스러운 상황도 없다. 그런 상황이 꽤나 있었던 탓에, 나는 순식간에 학교에서 '항상 남자에게 꼬리 치는' 이상한 여학생이 되어있었다.


사람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듯이, 나도 눈을 똑바르게 뜨고 쳐다볼 수 있는 대상들이 있다. 바로 어린이들.


나는 웃기게도 어린아이들을 싫어한다. 일단 내 경험상, 어린아이들은 자기 자신의 목청이 얼마나 큰지를 모르는 것 같고, 또 대중 앞에서 혹은 공공장소에서는 목소리를 힘껏(?) 울리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 에티켓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역시 그중에서 최악은, 주변에 어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제를 전혀 하지 않는 어른들을 끼고 있는 어린이들이 최악이다. 안 그래도 여러 소리가 한꺼번에 들려오는 통에, 가슴이 쿵쿵 미친 듯이 뛰다 못해 튈 판인데, 하필 같은 곳에 있는 어린이들이 그러한 어린이들이라면 힘들다.


그나마 영국에서 살면서, 상당히 많은 괜찮은 경우의 어린이들을 많이 만나는 통에, 어린이들에 대한 편견이 누그러졌다. 영국에서는, 나이도 20세가 훨씬 넘은 어른이, "나는 어린이랑 눈 맞추는 게 제일 편해!"라고 한다면, 나를 굉장히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것임이 틀림없다. 보통 서양권 국가에서는 다 큰 어른 이 아직 한창 자라야 하는 아주 조그만 어린이들이랑 뭘 하고 싶다고 하면, 'P' world (소아 성애자 비슷한...)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나를 아는 사람 (가족)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이에게 이런 말을 하지는 않는 편이다.


어린아이를 제외하고, 1분 이상 눈을 맞춰도 가슴과 뱃속이 간질이지 않는 대상은, 동물들이다.

영국교외에서 사는 경우, 대부분 집 근처에서, 고라니 비슷한 사슴과 동물들과, 오소리, 토끼, 꿩, 그리고 여우까지 많은 동물을 쉬이 마주칠 수 있다.

일단 우리 집에서는 15년간 고양이를 키웠고, 길에서도 길냥이 보호자 노릇을 많이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영국 우리 집에서 남편과 같이 이제 막 12개월 된 골든두들 강아지를 키운다. 강아지를 처음 키운 나로서는, 강아지를 잘 키울 법을 알기 위해서, 유튜브 강의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들였는데, 대부분이 말한 강아지의 특성은, 강아지들은 늑대과이기 때문에, 빤히 눈을 쳐다보면, 위협으로 느끼는 경우가 있기에 그런 상황을 피하라는 내용이었다. 브리더를 통해서 입양한 아이여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헨리 자체가 굉장한(?!) 아이어서 그런 건지, 헨리와는 오랜 시간 동안 눈을 마주쳐도 별 탈이 없다.


보통 헨리도 나의 맥박, 온도, 감정등을 살피듯이 계속 숨을 쉬며 나를 훑는다. 그리고 나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고 고대로 받아들인다.


강아지들은 하루가 다르게 큰다. 정말 눈 깜빡할 새에 어느 순간 몸통길이가 웬만한 초등생 어린이만큼 자라 있고, 번쩍 나에게 올라타면, 나의 어깨에 두 발을 올릴 셈이다. 그래서 나의 아들 같은 헨리가 나의 눈을 피하지 않는다면, 나도 이아이가 자라자라 나중에는 얼굴에 슈가파우더를 묻히는 순간까지 (보통 시니어 독이 되면 얼굴이 새하얘져서 그렇게들 부르나 보더라, 따뜻한 표현이다), 찬찬히 내가 이 얼굴을 주입식으로 기억하고, 눈을 감고도 떠올릴 수 있을 때까지 뜯어볼 생각이다.



영국에서 생활한 지 이제 6년이 다돼 가다 보니, 웬만한 문어체 및 구어체의 표현력이 보통 영어로 먼저 생각난다. 그중에서 항상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가 'Judging'이다.

"나를 '젖징(구어로 영문을 그대로 읽어냈을 때 발음)'하지 마"를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하더라...? 챗지피티에 물어봐야지...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항상, 남편에게도 (무조건 영문이지만, 게으른 그리고 한국어를 한자 모르는 남편을 위해) '나에 대한 너의 의견 따위 집어넣어 둬'라는 식의 말을 많이 한다.

이를 짧게 말하자면, 보통

나를 멋대로 재단하지 마

가 되겠다. '평가'라는 단어도 있지만, 재단이라는 단어가 내가 저 단어를 들었을 때 느끼는 느낌; 옷감용 가위로 나를 슥삭 도려내는 듯한, 을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 같다.


한국어에서 재단이라는 단어를 또 어디다 쓸까? 옷감이나 옷을 제작할 때 재단이라는 동사를 많이 사용한다.

옷을 만들 때 천을 자르고, 이어 붙이고 하는 이 모든 과정을 재단이라고 하던데, 옷은 재단하면, 더 깔끔하고 완성도 있는, '마스터피스'가 된다. 그런데, 같은 사람에게는 이와 같은 과정을 하게 되면, 부정적인 결과물이 탄생하는 걸까?


아무래도, 우리는 훨씬 다방면의, 복잡한 유기체이기 때문 일 것이다. 그게 가장 간단하고, 쉬운 답변이다.

사람은 항상 나쁘고, 착하고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 흑백이론의 세계에서 자란 나는, 어떠한 한 인물을 '재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얼굴만 보고도, 마치 관상학자나, 명리학자처럼, 저 사람은 저렇겠군, 이 사람은 이런 성향이겠군 하고 판단했다. 그래야, 상처를 받기도 전에 그런 상황 자체를 피할 수 있으니, 저런 미성숙한 판단이 제일이라고 믿었다. 그러면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내가 이러할 것이라고 재단하지 마'라고 해온 꼴이라니.




사람의 뇌는 에너지 및 자원 한계 때문에 정보를 축약·일반화·패턴화 해서 처리한다고 한다. 그래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다."라는 소리가 인간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인간의 뇌가 호모사피엔스가 되면서 이렇게 변화된 이유는 그야말로 빠른 주변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같이 나고 자란 다른 동물들은 어떨까?


사람은 이리저리 생 데이터들을 자르고 붙이고 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을 감지하고, 인간을 판단한다. 그게 대다수 인간들의 사회적 패턴에 잘 맡고, 집단에서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택한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이의 판단과 그 사람들이 행하는 행동패턴이 굉장히 중요하다.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빠른 정보의 재단과 소화를 택했고, 그와는 반대로, 동물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여러 가지 감각 (후각, 시각, 촉각 등)의 소화를 통해, 상대방에게 가까이 다가가도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시작했다.


같은 포유동물임에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가는 길이 다르다니, 신기하다.

나는 사회적으로 따지면, 아웃사이더, 외톨이에 속한다. 나 같은 인간은 과연, 인간이 택한 정보소화 및 인지법이 맞는 걸까, 아니면, 좀 더 원시적이라고 불리는 동물들의 인지법이 맞을까? 항상 사회생활에서 느껴왔던, "맞서 싸울지, 아니면 삼십육계를 할지"에 대한 상황에 놓이지 않으니, 이렇게나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오로지 인간으로서의 '생존'을 위해서, 판단하고 재단했던 여러 타인들의 진짜 참모습은 어떨까? 얼마나 많은 정보를 놓치고 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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