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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J Feb 13. 2017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건가요?

남들보다 조금 늦은 시작을 알리며: 시작하는 용기

이미지 출처: vonvon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새삼 이렇게 와 닿을 수가 없습니다.

2017년 새 달력도 꺼내서 책상 위에 새 마음 새 뜻으로 딱 올려두고, 저 스스로에게 주는 새해 선물이랍시고 다이어리도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하나 장만했는데, 정작 저는 호기롭게 새해를 맞이할 준비가 안 되어 있더군요. 이번 방학에는 계절학기를 듣지 않으니 겨울방학을 통째로 유익하게 쓸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말이죠. 대외활동, 봉사활동, 토익 공부, 하물며 종일 알바를 바짝 해서 여행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고요 - 방학 때 여행을 다녀보면 항상 아쉬운 건 돈이었으니까요. -, 기껏 따놔도 2년밖에 쓸 수 없긴 하지만 없으면 항상 발목을 잡는 토익을 갱신하든, 학기 중에는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운동을 등록하든, 나만 부지런하면 뭐든 한다던 우리 엄마 말씀이 틀린 게 없어요. (해야)할 건 널렸죠.




 뭐, 그래도 제 나름의 이야기를 좀 하자면,

아예 숨만 쉬고 지내진 않았다구요. 나태한 제 몸뚱아리를 믿어선 안 된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저는 곧장 수영 강습을 등록했습니다. 오랜만의 규칙적인 운동이기도 했고 겨우내 포동포동 잘 찌운 몸을 움직이려니, 첫 주는 안 쓰던 근육들이 나 여기 있다고 앞다투어 자기주장을 해대더군요. 설 연휴가 끼어 있어 아직 몇 번 가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아직 한 번도 빼먹은 날은 없어요. 부지런해지자고 내 발로 걸어가 등록한 운동인데 이마저 땡땡이치면 양심리스(-less)잖아요.

 매일 아침 1분 간격으로 울리는 알람을 세 번 끄고 나면 이제야말로 마지노선입니다. 벌떡 일어나지 않으면 늦는다는 걸 알죠.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내가 지금 일어나야 한다는 그 상황이 당최 믿기지가 않습니다. 아직 겨울철이라 해가 늦게 뜨다 보니 마치 밤중에 자다 깬 것 같이 어두컴컴하, 본디 올빼미족인 저로서는 금방 전에 잠자리에 든 것 같은데 벌써 수영 갈 때가 된 거죠. 새벽시간은 늘 제겐 낯선 시간이지만 몸이 조금은 적응했는지 아주 천근만근이지는 않아요. 점점 가뿐하게 만들어야죠.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 각오 1번이 체중 감량이신 저를 포함한 '평생 다이어트 족' 분들, 과정은 괴롭지만 행복한 결과를 생각하며 우리 꾸준히 달려보아요. 가끔씩 찾아오는 고삐 풀린 망아지같은 폭식증도 방심하지 말자구요.





 이렇듯 습관 하나 바꾸고 실천 하나 하기가 이렇게나 힘이 듭니다, 여러분.

특히나 창작 활동에는 더 그래요.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그림을 그려야겠다 마음먹었을 때 제 방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 주섬주섬 이젤과 각종 도구를 들고 들어오는 불과 10초 남짓 소요되는 그 행동이 제 미술 활동 전체의 절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걸 전 이제는 압니다 지금 다행히 이젤 들고 들어와 방 한 구석에 세워놓고 캔버스에 초안 그리는 작업 중에 있어요. 최소 51%는 진행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 저라는 사람을 이제껏 겪어보니 그래요. 작심삼일은 무슨(콧방귀가 절로 나오는군요.), '작심'으로 끝이 나는 저의 야심 찬 계획들을 이제는 헛되이 흘러가는 시간에 띄워 보내지 않으려 저 스스로를 설득하고 또 설득하죠.




 처음 만난 사람과 가까워지려면 처음엔 배로 노력이 필요하듯,

저와 브런치도 그래요. 작가 신청을 하고서 브런치에 처음 쓰는 글이다 보니 이것저것 툴도 만져보고 기능도 살펴보고, 어떤 마음으로 써야 할지도 무던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쓰자고 마음을 먹은 이유는 단순해요. 앞으로 제 글에서 차차 저에 대해 알려드리겠지만 미리 말씀드리면 제 희망직업은 방송국 PD입니다. 부서가 엄연히 나뉘어있기는 하지만 드라마도 만들고 싶고 다큐멘터리도 만들고 싶어요. 단순히 오락, 흥미 요소만을 위한 게 아닌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글쎄요, 세상에 많은 종류의 꿈이 있다면 제 경우는 어쩌면 쉬운 꿈에 속하지 않을지도요. 그래도 제가 대략 한 세기를 산다고 가정했을 때 제 인생의 3할 이상을 쏟아붓고 싶은 일이에요. 그래서 조금씩 제 꿈에 다가가기 위한 걸음들을 마련하고자 궁리를 했지요.

 아니 근데, 장차 크리에이터가 되겠다는 애가 나만의 고유한 창작물도, 그것을 만들어낼 스킬도 없는 거예요.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끄집어내서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만들어 내면 그게 시간이 지나 차곡차곡 쌓여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제 자료집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저 스스로 발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새로 배우지 않는 이상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글쓰기였습니다. 저 역시도 괜찮은 제목 하나 뽑을래도 하루가 걸릴 때도 있고 며칠을 머리를 싸매기도 하기에 글쓰기가 절대로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딱히 장비가 있지 않아도 편집 프로그램 다루는 법을 몰라도 할 수 있는 작업이니까요.




강연 내용을 메모한 필자의 수첩.


 글을 써야겠단 다짐에 불씨를 댕긴 건 어느 강연이었어요. 

심지어 제가 일부러 찾아 들은 것도 아니었어요. 그 당시 어느 대외활동 프로그램에 지원을 하게 되었는데, 합격자 발표 전에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있었어요. 각기 다른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에게서 강연을 듣고 서포터즈 활동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자는 취지였죠. 총 다섯 차례의 강연이 진행되었고, 사진, 영상, 소셜미디어, 미디어 글쓰기, 스타트업이 각각의 주제였습니다.

 그중 제가 언급하고 싶은 건 미디어 글쓰기를 주제로 한 강연입니다. 연사님은 한 유명 언론사의 편집국장으로 계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의 말씀은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 막막하던 제게 한 줄기 빛 같았다고 할까요. 정보화 시대에 플랫폼이 넘쳐나고 미디어도 다양해지는데 어느 누가 글을 돈 주고 사서 읽겠냐는 겁니다.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즉 쉽게 읽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간지러운 곳에 손이 닿지 않아 시원하게 긁지 못하는 것처럼 적재적소에 맞는 단어를 바로 찾아내 사용하지 못합니다. 연사님은 글쓰기를 처음 시도하는 이들에게 필사를 하기를 권했습니다. 닮고 싶은 문체를 가진 작가의 책을 그대로 베껴 쓰는 작업을 하고 나면 비록 한 권을 다 쓰는 데 10시간이 넘게 걸릴지라도 분명 자신의 글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어휘도 풍부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글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 많으니 꼭 꾸준히 글을 써보라고 하셨죠. 나중에는 그것이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굉장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요.

 강연이 끝나고, 먼 길 와주신 연사님께 강연 감명 깊게 잘 들었다는 인사말과 함께 앞으로 글을 꾸준히 써보겠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아주 기분 좋게 답장을 주셨는데, 오래 글을 쓰신 분이라 문자 메시지 한 통에도 정갈함과 일목요연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몇 번 문자가 오갔고 저를 응원해주시며 기대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강연을 계기로 앞으로 글을 통해 제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만큼 꾸준히 써보자고 각오를 새롭게 다지게 되었죠.




 마음은 먹었지만 시작은 어려웠습니다.

언제나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것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대회나 공모전, 학교 과제물 제출 같은 기회가 아니고서는 여태껏 독자를 의식한 글이나 평가받을 것이라는 전제를 둔 글은 거의 써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실은 꽤 오랫동안, 주저주저하며 글을 맺지 못하고 짤막짤막한 생각들만 메모하며 시간을 보내버렸습니다. 생각이 많아진 탓인지 일주일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더군요. 생각해보니 거의 2주 정도를 시간이 날 때마다 카페에 갔나 봅니다.

 저는 카페에서 작업하는 것을 즐기는데요.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카페라는 공간 자체가 너무 소란스럽지 않으면서도 군중 속의 아무나가 되기에 적격인 장소이기 때문이죠. 숲 속의 나무가 되어서 숲을 구경하며 영감을 얻는 거예요. 사막에 덩그러니 자라난 나무 한 그루가 되기보다는 숲 속에 파묻혀서 다른 나무들도 관찰하고 바람소리, 새소리도 들으면서 일하는 편이 저는 더 마음이 편안하더라고요. 경제적으로도 커피 값이 독서실 비용보다 훨씬 싸고 와이파이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도 결정적이죠.

 그렇게 한 문단씩 써 내려갔고, 어느 날은 한 단어도 못 적기도 하고요, 에라 모르겠다 하며 건너뛴 날도 있어요. 그래도 한 자 한 자 적다 보니 처음의 쭈뼛쭈뼛함이랄까요, 타이핑을 하기에 앞서 자꾸 머뭇거려졌던 게 많이 사라지고 조금은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Your Culture Is Your Brand." - Tony Hsieh CEO Zappos.com (이미지 출처: http://smartminds.io/brain-food/)


 "Your Culture Is Your Brand."

세계 최대 온라인 신발 사이트 Zappos.com의 CEO인 Tony Hsieh가 남긴 말입니다. 저도 훗날 저 자체로 하나의 독보적인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저만의 유니크한 색깔을 가진 믿고 보는 브랜드 말이죠.

 그래서 이제부터 일상생활 속에서 저의 눈과 귀와 마음에 와 닿는 관심사를 하나둘씩 풀어내 보려 합니다. 영화 이야기도 하고 음악 이야기도 하고요. 저는 극장에 상영 중인 영화, 20년도 더 넘은 영화, 할 것 없이 가리지 않고 그때그때 보고 싶은 영화를 봅니다. 영화 취향이 썩 다양하지는 않지만 지난해 들었던 영화학 수업들을 기회로 꽤 스펙트럼을 넓혔다고 느껴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관객의 입장, 작가의 입장, 감독의 입장, 배우의 입장이 각각 되어보곤 하는데, 그런 관점 차이가 주는 재미도 작품의 또 다른 면을 보게 해주죠. 음악도 영화 좋아하는 방식과 비슷합니다. 썩 다양하게 듣지는 않아도 시대를 가리지 않고, 한 번 귀에 꽂힌 노래가 있으면 그 뮤지션의 필모그래피까지 다 꾈 정도로 깊이 빠지는 편이에요. 점점 실력 있는 어린 뮤지션들이 많이 배출되니 가요계도 흥미로워요. 곧 한 번 다루어 보고 싶은 주제입니다.

 또 2년 전부터는 나중에 언제 또 시간이 날까 싶어 방학 때마다 여행도 쉬지 않고 다녔습니다. 여행 다니며 보고 찍고 먹고 느낀 것들, 스쳐 지나간 사람들 이야기, 그 지역 그 나라만의 흥미로운 점, 크고 작은 문화 차이, 그 속의 적응기까지 풀어내 보려고요. 저한테는 정리하는 차원에서도 꼭 한 번 다루어볼 만할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책, 공연, 전시 등 제가 보고 듣고 느끼는 문화예술활동 전반을 일상생활 이야기와 함께 쉽고 편안한 글로 나누고 싶습니다. 제 현재 직업인 취준생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죠. 제가 준비하는 것들과 그 과정을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과의 교류도 내심 기대해보고요, 나중에 저와 꿈이 비슷한 청소년들에게도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또 언젠가는 사랑이라는 주제로도 글을 써볼까 합니다. 어떤 날은 현실적인 접근을 할 수도 있겠고, 또 어떤 날은 근원적인 감정의 측면에서 쓸 때도 있겠고요. 아무튼 간에 현재 이 시점에서 제가 보고 듣는 이 땅의 많은 사랑은 평생 풀어야 할 숙제이자 영원한 뉴스거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비단 연인 사이의 사랑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요. 그럼 제 사랑은 어떠냐구요? 글쎄요, 어떤 날은 굉장히 심플해서 좋기만 한데, 대체적으로는 너무 어렵다는 게 제 대답이에요. 아무쪼록 기대해주세요.(웃음)




 뭘 써야 첫 글이 첫 글 다울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사실 평소에 제가 남들에게 잘 못하는 것 중에 한 가지인데요, 저를 드러내 보이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제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는 자기소개와 첫인사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늘어놓은 이야기들 속에 제 성향이나 취지 같은 것들이 잘 전달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20대의 저는 모든 것이 한 발씩 늦습니다. 10대의 제가 전혀 상상해본 적 없는 미래를 살고 있죠. 꽤 오랜 시간 이런 제가 싫었고 자존감도 굉장히 떨어진 상태로 지내고 있었는데요. 지금은 이런 제가 익숙해져서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깨달은 바가 있는 건지, 이조차도 저의 또 다른 부분이라는 걸 차츰 받아들이고, 낙담하고 있지만은 않게 됐습니다. 늦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해서 시작조차 하지 못하면 정말 못 하고 끝나버리는 거니까요.

 시행착오를 거치며 남들보다 학교도 훨씬 오래 다니고, 10대 때 간직하던 귀여운(?) 몸뚱아리를 여전히 탈피하지 못해 아직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다이어트를 하고, 이 나이가 돼서야 그룹에서 제일 많은 나이로 대외활동을 시작해보고, 작년부터 벼르던 글쓰기도 이제야 시작하지만, 그래도 시작을 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곧 사회에 나가 바라던 일을 하게 되고, 목표 체중도 달성하고, 글쓰기 실력도 늘고, 또 시간이 흘러 제 글이 많이 쌓이면 자비로라도 책 한 권 묶어 내는 날이 오지 않을까 바라봅니다.

 그래서 이제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글을 쓰려합니다. 늦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을 할 수 없는 때를 의미하는 건 아니니까요. 이 땅의 모든 드리머(Dreamer) 분들, 응원합니다!




 다소 매끄럽지 못한 아마추어의 글인데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규칙적이지는 않아도 부지런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저는 그림/글/영화/드라마/방송연출/수다/여행/커피/공정무역/맥주/운동/쇼핑/춤/명상음악/동물실험반대/반신욕/셜록/범죄수사학/외국어/문화/패션/트렌드분석/기부/크라우드펀딩/공연/전시에 관심이 많은

 멀티크리에이터 작가 Amy J입니다.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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