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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J Jul 24. 2023

홀로 섬살이 [19주 차]

어떻게든 된다, 돈 워리.

영상을 만들다가 다른 동료들의 말을 들어보면,

나는 내 색깔이 없는 것 같았다.


자연 다큐를 하고 싶다든가,  이 지역의 신예 창작자들을 찾아가고 싶다든가,

여행이나 운동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싶다든가, 하는

자신만의 취향이나 주특기가 있어야 할 것인데

난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그때그때 주어진 아이템에 충실하며 형식에 갖춘 결과물을 만들자는 주의였다.


분명 창작의 욕구가 있어 필름 메이커가 되고자 했는데,

정작 일을 정말 일로만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


실로 그렇다.

현실은 한 주 한 주 실현 가능한 아이템을 고르기 바쁘다.


물론 내 취향이 반영은 된다.

영 싫은 건 아이템 회의에서부터 제외하고, 끌리는 건 적극 추천하니 말이다.


어찌 됐든 내 특정 취향에 따라서 아이템을 고르기보다는

아이템 후보들을 보고 Yes / No를 결정하고 있으므로 주제 면에서 스펙트럼은 넓다.

그러다 보면 코너 안에서 나름대로의 흐름이라든가 콘셉트를 잡고

한 주제에 따른 시리즈물처럼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한 회 한 회 편집을 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 생겼고

기존의 영상 문법에서 내가 안 좋아하는 방식이 뭔지도 알게 됐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건 과감히 안 하면서 나름대로 파격적인 내 취향대로 편집을 이어가고 있다.

고작 10분짜리 만들면서 이것저것 짬뽕으로 욱여넣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지만

한 편 한 편이 소중하고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까 싶어서 조바심도 난다.

최소한 내 영상에서 영혼이 없어 보이고 싶지는 않다.


이게 맞는지 틀린지,

정답이 있긴 한 건지 내가 만들어가는 건지,

그래도 모두의 취향과 관심에 근접할 가장 적절한 어느 지점이 있는지는

아직 알아가고 찾아가는 중이다.


방영 스케줄에 맞춰 기계적으로 아이템을 정하고 촬영하고 편집을 하면서도

이런 생각은 더욱 깊어지고 고민은 다양해진다.

그리고 무게도 더해지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가 유일한 관심사다.

그런 채로 겨우 마감 시간에 맞춰 이번주도 편집을 끝냈고,

몇 번 반복해서 이젠 마음의 부담은 없어졌으니 실력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비가 오는지 마는지,

장마가 또 장마 같지 않았다.


아끼는 후배와 통화를 하다가

"내일 볼래?"

하고 농담으로 시작한 말에 자정이 넘어 돌연 부산행 비행기표를 마련했다.


마침 주말에 일 말곤 딱히 계획이 떠오르지 않았고,

일부러 새로운 계획을 짜는 데도 소극적이어진 데다가

날씨 핑계로 요즘 실내에서만 지냈던지라

익숙한 곳에서의 새로운 계획이 설레기도 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월, 화 이틀은 요가 학원 방학이어서 새벽 요가 수업도 없으니

주말 이틀을 다 노는 데 쓰더라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았다.


밥 먹고, 커피 마시고, 경치 구경하고, 드라이브하는 그 과정이 여느 때와 같더라도

모든 순간 오디오가 가득 찬 그 대화가 소중했고

함께해준 후배에게 매 순간 고마웠다.


섬으로 돌아올 무렵이 되니 김해공항 주변에 우박 같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지연되거나 결항될 수 있다는 안내도 받았지만

다행히 원래 계획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젠 섬에 돌아와도 크게 울적하거나, 또 돌아온 현실이 막막하거나, 싫지는 않다.

여기가 내가 지낼 곳이라는 생각은 들고,

하지만 양날의 검처럼 그럴수록 내년엔 나는 어떻게 하지? 하고 쓸데없이 미리 걱정을 해본다.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든 된다, 돈 워리.



지난주부터 무한반복 중인 곡.

평소 케이시 목소리보다 가볍고 예뻐서 귀가 트인다.

<사실말야내가말야그게그러니까말이야> - 케이시

https://www.youtube.com/watch?v=sr4Q_U0sb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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