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게 뭔데?'
요즘 나답지가 않다.
이런 말을 하면 꼭 물음이 따른다.
'나다운 게 뭔데?'
꽤 저돌적이고 반항적인 질문이지.
좋아하는 외국 일러스트 작가의 볼 빨간 소녀 그림이 당시 내 눈에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카카오톡을 남들보다 비교적 늦게 이용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프로필 사진으로 무려 10년을 썼다.
그 프사를 며칠 전 한순간 바꿔버렸다. 내 사진으로.
그게 요즘 나다.
박정현의 한 음 한 음 손으로 음정 높낮이를 그리면서 꼭꼭 눌러 정확히 부르는 노래를 좋아한다.
<나는 가수다> 때 도통 연예계에 관심 없는 아부지가 박정현을 좋아하시는 걸 보고
나도 눈여겨보다 보니 그녀를 다시 보게 됐다.
R&B도, 과한 감정이입도 평소에는 싫어하지만 그녀의 몇몇 곡들은 줄곧 생각이 나 찾아듣는다.
혼자 노래방에 갈 때 몰래 꼭 부르는 애창곡도 있다.
최근에 더 시즌즈 <최정훈의 밤의 공원>에서 미노이와 나와서 불렀던 <오랜만에>라는 곡이 귀에 들어왔다.
윤종신, 유희열이 처음 듣고는 눈물을 펑펑 쏟은 곡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짝사랑하기에 겪는 아픔을 그린 노래인데,
그 바라만 보는 아픈 마음이 이해가 갔다.
외출할 땐 환기도 되고 빨래도 마르라고 창을 열어놓고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창을 닫고 에어컨을 켠다.
귀가 후 창을 닫고 나면 바깥 소음은 어느 정도 차단이 된다.
유흥가인지라 소음이 꽤 심각해서 더더욱 창을 닫고 지낸다.
오늘은 닫은 창문을 뚫고 쏴아 빗소리가 거세게 들려왔다.
그러더니 천둥이 한참 우르릉 쾅쾅 치고 번쩍번쩍 번개도 비쳤다.
참 이상하지, 원래 번개가 먼저고 천둥이 나중이다.
빛이 소리보다 빠르기에.
이상한 일 투성이다.
그게 인생이라면, 조금 더 두고 겪어볼 터.
나도 모르게 사람들과 밥을 먹으며, 또 커피를 마시며
속에서만 하던 생각을 입 밖으로 뱉었다.
"인생이 뭔가 싶어요, 그쵸?"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멘트였는지 다들 웃는다.
나도 멋쩍어 잘 쓰지 않는 안면 근육을 써 눈웃음을 짓는다.
같이 지내는 사무실 동료 한 명은 참 점잖고 세상을 통달한 바이브로 살아간다.
그녀가 하는 말은 대체로 내가 듣기에 맞고, 내가 아직 생각지 못한 영역을 정리해주기도 한다.
"인생은 소멸이라고 생각해요."
또 맞다. 무릎을 탁.
점차 사라져가는 것.
영원하지 않기에 소중한 것.
흘려보낼 줄도 알아야 하는 것.
내가 농담처럼 말하는 골 때리는
'제 최종 꿈은 호상이에요.'라는 말도 다 그런 맥락 아니겠는가.
다음 달 다른 PD 대타로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
전 직장에서 라디오 PD를 할 때 코너 호스트로서 인터뷰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게스트가 되는 것은 처음이다.
마냥 수다 떨고만 오고 싶지는 않아서 20분이라는 분량이 처음엔 좀 막막하게도 느껴졌는데
곰곰이 무슨 주제로 얘기를 할까 생각하다 보니
20분쯤이야 씹어먹고 오겠다 싶었다.
다루고 싶은 주제는,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우리들의 자세>
전적으로 내 관심사지만 일단 내가 오프닝을 잘 살리는 데 특출난 사람이므로 재미있을 것 같다.
요즘 일할 때 자세가 그렇다. 춤추듯이 재미나게.
요즘 화요토닉에 푹 빠졌다.
화요 자체의 맛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토닉워터를 섞으니 이렇게 적절할 수가.
17도와 25도가 고작 천 원 차이라면 나는 당연히 25도를 산다.
그래서 늘 25도를 마셨다.
25도 화요와 토닉워터를 적절히 감으로 섞어서 얼음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홀짝인다.
밤마다 과하지 않게 한 잔씩 마시고 잠에 드는 습관이 생기다 보니
다음날 새벽 요가를 가는 것도 조금은 부대끼고 몸도 이전만큼 가볍지는 않지만
생각이 많아 그런가, 꼭 술을 한 잔 하고 자게 된다.
위에 거의 구멍이 났던 나에게 그리 좋은 습관은 아닌 걸 알지만,
늘그막에 맛을 본 화요토닉은 은은하고 치명적이었다.
술도 열량이 엄청난데, 술을 마시는 만큼 식사량도 조절을 알아서 해야겠다.
마음이 복잡한 만큼 술잔 기울이는 횟수도 는다.
마음 편한 삶은 내 몫이 아닌 건가?
https://www.youtube.com/watch?v=uMxmo_sJ88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