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단 둘로 축소되는 그런 시간이 있죠.
겨울, 어디든 추워요 게다가 밤,
그냥 밖에 서서 추운 밤을 지나기엔
여자의 옷이 앏아요 여려요
남자는 안에서 기다려요
안타깝지만 기다리는 거죠
"이곳은 따뜻해요 들어와요
혹 내가 있어 불편하다면 내가 나가 있을게요"
여자는 밖에서 버텨요
버틸 때까지 버텨요
추워 보다 더 버티기 힘든 건
그의 품으로 돌진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한 발짝 들어서면 완전히 모든 것이 허물어질까 봐
애써 버티던 마음이 범람할까 봐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도 확실히 모른 채
싸워요, 할 수 있는 데까지 싸워 보기로 해요ㅡ
밤은 길고도 춥고도 적막하죠
입김이 나와요 공기 중에 입김이 번지죠
이대로 차갑게
그 복판에 서서 버티고 있기가,
어둠만을 응시하기가, 힘겹죠
마침내, 물론,
그녀는 문을 두드려요
빛이 열리고 온기가 흘러나오고
무엇보다, 그가 있어요
그녀가 빛과 온기 속에서 밤을 보낼 수 있기만을 바라는 그가
둘은 그렇게 마주 앉아 밤을 함께 보내요
그와 그녀 사이에는 침묵이 흐르지만
누워서 흐트러져 헝클어져 겹쳐서 잘 수 없는
긴장이 계속되지만 둘은 행복해요
그냥 거기 있다는 것 만으로
어둠과 추위와 적막을 피해
서로를 응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