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육아가 아무리 힘들어도
새 수건은 언제나 있다.
후배가 아기와 함께 우리 집에 놀러 왔다. 그녀는 아기 키우는 게 이렇게 피로하고 힘든 일인 줄, 누구도 제대로 얘기해주지 않았다며 분개했다. 그리고 도대체 이 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되는지 물었다. 더는 못 할 것 같다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후배는 나 역시도 많이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정신없이 어질러진 집과 내가 내뱉는 말에서 초조함과 조바심, 걱정을 감지했던 것이다. 후배는 나에게서 몇 년 뒤 자신의 모습을 예상하며 속으로 절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건 끝이 없는 걸까요?”
나는 말했다. 물론 끝이 없다고. 하지만 그 얘기만 하지는 않았다. 나도 지쳐 있긴 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녀에겐 없는 7년 치의 끝없는 돌봄 및 가사 노동의 경험과,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 일을 병행해온 경험이 있었다. 지나온 모든 것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고, 그 시간을 지나며 잃은 것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얻은 것 역시 많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후배의 질문 앞에서 나는 갑자기 육아의 경험과 혜안을 가진 선배가 된다.
“끝은 없어도 변화는 있어. 변화는 확실히 있으니까 너무 막막해하지 마.
정답은 없지만 그래서 오답도 없고, 막다른 골목 같을 때조차 길은 꼭 있어.”
그 얘기를 하며 이 문장을 떠올렸다.
“모든 것은 변한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단 하나의 사실 빼고.”
Everything changes, except for the fact that everything changes.
지금 아이의 영아 산통이 나의 잠은 물론 숨을 죽여 놓는다고 해도, 영아 산통이 심해서 아침에 눈을 뜨기가 겁나는 일상이 반복된다고 해도, 그것은 변한다.
지금 아이가 엄마 껌딱지라서 아이를 안고 화장실에 가더라도, 나에게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는 아이가 징글징글하더라도, 또 아이의 절절한 부름에 한숨 쉬는 내가 너무 싫어진다고 해도, 그것은 변한다.
지금 아이가 너무 산만하고 세상의 모든 관대한 규칙과 틀의 범위조차 심하게 침범하더라고, 그래서 심장이 쿵쾅대고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하루가 계속된다고 해도, 그것은 변한다.
지금 육아를 이제 겨우 조금 시작했을 뿐인데 한 아기를 사람으로 만들어낸다는 과제가 주는 압도감에 앞일을 생각하기가 겁나더라도, 그것은 변한다.
지금 우리가 육아를 하며 느끼는 모든 힘겨움은 결국 변한다. 육아에 끝은 없지만 그 시간을 지나며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내내 변한다. 아직은 보는 눈이 없거나, 다른 데 사로잡혀서 잘 보지 못할 뿐, 우리 아이들은 잘 크고 있고 우리는 잘하고 있다.
아이가 변하니까, 엄마도 변하고, 엄마와 아이의 관계도 변한다. 그리고 아기는 결국 사람이 된다.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당연히 다르다. 자기 나름의 생각과 규칙과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를 가진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 처음에 점도 아니었던 그 아기는 결국 우리보다 더 큰 사람이 되어 품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 속에서 우리는 끝내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사실에 기대어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아이를 올려다볼 날이 오더라도, 우리는 변함없이 그 아이에게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엄마라는 바로 그 사실에 기대어.
육아는 언제나 ‘지금 당장’을 요구한다. 그래서 힘들지만, 그러니 너무 멀리 내다보지 않고 그냥 지금만 살면 된다. 아이를 키우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순간순간의 고비가 찾아오더라도, 그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엄마들도 모두 경험하는 일이다. 아기를 키우며 이런저런 상황에 몰리고, 내가 나를 만나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 누가 뭐래도 나다.
매일 위기에 처한다는 것은 매일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것.
매일 그만두고 싶다는 것은 매일 다시 시작한다는 것.
못할 것 ‘같은’ 것과 결국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
폭풍이라고 해도 내내 몰아치지만은 않는 것
그리고 어찌 되었든, 육아는 못하겠다고 못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중간중간 마음을 가다듬으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던질 여러 개의 수건을 예비한다.
울고 싶을 때는 울고 던지고 싶을 때는 던지며 그렇게 계속 간다.
새 수건은, 언제나 있다.
#이 글은 최근에 출간한 저의 작품 <엄마를 위한 동그라미>의 에필로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