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_ 모든 것은 막막함에서 시작한다

<4> 런던에서 서울로 _ Back to Square One

by 프시케




늦어질 수는 있어도 빨라지지는 않는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한 가지 깨달았다.
당연한 사실인데 새삼 중요하게 느껴졌다


"늦어질 수는 있어도 빨라지진 않는다 "는 사실


'왜 이렇게 많이 기다려야 해..?'


계속 묻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며 알게 되었다.


기다림의 자세를 연마하는 것,
지름길을 기대하지 않는 것,

올 것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믿는 것이
삶의 모든 시간에 중요했다.


모든 삶의 여행은 연착과 지연, 변수와 변곡점,
환대와 불친절의 가능성이 포함된 것이었기에.







Put your mask first and then help others

모든 돌봄은 자기 돌봄을 기초로


비행기를 탈 때마다 항상 들어도 다시금 인상적인
삶의 원칙, 여행의 수칙이다.



일단 나를 온전하고 건강하게 세워야
다른 누군가를 진심으로 도울 수 있다는 그 말.






여행은 삶의 변수를 걷는 일


공항에 데려다 주기로 한 남편에게 사정이 생겨
급하게 우버를 불러 공항에 일찍 도착했다.


출발점부터 아이들을 혼자 데리고 가야 했는데,


3시간 대기
7시 간 비행
3 시간 대기
다시 8시간 비행 후

이제 마지막 관문인
4시간의 길고 지난 한 여러 신고지점을 통과하는 길,



이제 거의 다 왔어.
저기만 통과하면 돼.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계속 얘기하고 있었는데

그런 우리에게
마지막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격리 숙소로 가서
또 한 번의 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 영국, 브라질, 남아공 해당 )
마지막 구간에서 들었다.



아......
결국 새 집이 아니라 숙소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게 되었다.





아이들은 아이들 몫을 한다

오랜 과정과 기다림 끝에

또다시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에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힘들어했다.


하지만 또 힘들어만 하지는 않았다.
각자 자기 몫을 했다.



너무 배고프다고 해서
정말 그럴만해서
가방에 있던 쿠키를 주었더니
마스크를 여닫아 가며 맛있게 먹었다..


귀엽고 짠했다.


그토록 싫어하는 오트 쿠키도

이토록 맛있게 오물오물 먹느라 바쁜

작은 입과 통통한 손가락들





친절하라. 그대가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대가 생각할 수조차 없는 많은 삶의 시련을 수련의 과정으로 바꿔온 사람이다.

친절하면,
그들의 진짜 얼굴을 만나게 될 것.

그렇게 또 한 번의 테스트를 하고

이 모든 관리를 체계적 효율적으로,

또 그러면서도 빈틈없이 손발 맞춰 해내는

낯선 사람들의 움직임에 놀라며,

그들에게 우리를 맡기며



그래도 한국에 도착함에 안도했다.





여행 과정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지쳐 보이고 조심스러워 보였다

그 속에 친절이 있었다.



"Kind"라는 단어를

여행하며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들의

사소한 얼굴과 음성, 몸짓에서 느꼈다





기쁨과 안도,

슬픔과 그리움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숙소로 가는 셔틀버스 안에서.

제발 지방으로만 안 갔으면,,,
서울이나 경기도 어딘가로 갔으면 ,,


아이들을 달래며 어두운 창밖을 보는데

​어느 순간 간판들이 나타나고
나는 그 간판들에서 지명을 찾느라 바쁘다가
익숙한 숫자를 달고 있는 버스를 보게 된다!!


272번! 아는 버스!


아는 버스였는데 지난 3년간 내가 이 버스를
알고 있는지 생각조차 해볼 필요 없는 시간을 통과해 다시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곧 익숙한 서울 간판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마법 같았다.
한국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커다란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기쁨을 느끼는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서 슬픔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아.. 내 이럴 줄 알았지

영국에서 한국을 그리워 하기보단
한국에 오면 영국이 그리울지 알았지,
오자마자 그럴 줄도 알았지.

영국은 임시 집이었으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공간이라
더 그리울 것 같았다

앞으로 헤어질 연인처럼
기한이 정해진 만남이어서 더 소중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영국 생활하는 동안.
힘들어도 즐거워도 이런 생각을 하곤 했었다..

또 이 시간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까..

미리 내다보고 가늠해본 그때 그 마음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Back to Square One

원점부터 다시 채워가는 이야기


테스트를 받고
숙소에 들어와 아이들을 씻기고 재운 뒤,
한밤중에도 여기저기 불빛이 켜진
텅 빈 서울의 거리를 내다보며
그리움과 막막함을 동시에 느낀다.

​다시 원점, Back to Square one이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모든 것은 막막함에서 시작한다.

새롭게 부여받은 삶의 챕터,

이제부터 하루에 한 칸씩, 한 번에 하나씩 채워나가야지



덧)



자다가 일어난 둘째가 서럽게, 너무 서럽게 운다.


"엄마 나 집에 가고 싶어"


이사를 갈 때마다 이전 집을 그리워하며 이렇게 울곤 했던
우리 집 둘째군.


첫째가 순간을 사는 아이라면
셋째가 미래를 기대하는 아이라면
둘째는 과거를 간직하는 아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또 과거를 끌어와서, 둘째를 안아주었다.


괜찮아.
너, 전에 우리가 이사 가고 집이 바뀌었을 때도
울면서 다시 가고 싶다고 했던 거 생각나?
그런데 그 새 집이 그냥 우리 집이 되니까
너무너무 좋았던 거 기억나?

그게 너무 좋았기 때문에
새 집으로 가는 게 슬픈 건데,
우린 또 그 '새집'을 '우리 집'으로 만들 거야






< 기도 해주신 덕분에 한국에 잘 도착했습니다.
정말 기도 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잘 써나가 보겠습니다 ^____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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