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남해 금산_이성복(문학과 지성사, 1982)
한 여자가 있'었다'. 과거시제에 존재하는 한 여자는 '그 여자'였다. 시인은 '그 여자'가 있는 돌 속으로 들어갔지만 '그 여자'는 떠나 '한 여자'가 된다. 남해 금산 돌 속에서 '나 혼자' 푸른 하늘로, 바닷물 속으로 잠긴다. '그 여자'는 해와 달이 끌어올리지만 명시적인 쉼표로 구획되지 않는다. 사랑, 슬픔, 상실 등이 관통하는 시간은 현실태(그 여자)를 잠재태(한 여자)로 추락시킨다. 황현산 선생의 진단처럼 그 여자가 떠나가기 전에 돌처럼 굳어졌다거나 내 가슴에 굳어진 채 박혀있다는 식의 설명은 절망과 볼모의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돌이 현실의 '사물'이 될 때 독자가 받아들이는 질감은 달라지고,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시인 앞에, 우리 앞에 놓여있다.
시인의 진술은 사실적, 아니 사실이다. 한 여자를 여전히 사랑하는 나는 돌덩어리를 등에 이고 그 여자를 향해 날아오르지만, 언제나 추락을 거듭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사랑의 바다 속으로 침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