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하기] 영화 원더풀 라이프

by An

영화 속 죽은 자들이 도착하는 역의 이름은 림보다. 림보의 사전적 유래는 가장자리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림보는 예수가 등장하기 전 그를 믿지 않은 원죄로 정화하기 위해 머무는 고성소(古聖所)다. 그리스도교에서 림보는 하나의 내면 상태를 일컫는데, 단테는 <신곡>(지옥편) 림보에서 그리스도를 믿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인물들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는 영적 결핍을 겪고 있다고 그렸다. 이는 태어나 살아온(원죄) 수많은 기억 중 하나의 추억만 골라서(믿음) 영화화되어야 하는 인물들의 내적 상태와 다르지 않다.

<원더풀 라이프>(1999)엔 명시적인 성인이 등장해 그들을 영원으로 인도하지 않는다. 림보역 직원들은 죽은 자들에게 생전의 추억 하나를 고르게 돕고, 영화를 제작해 상영할 뿐이다. 다만 직원들은 7일의 시간 동안 선택을 하지 못해 직원으로 남았단 것. 그때 직원 두 명이 천장에 놓인 가짜 달을 보고 말한다. "오늘 밤은 달이 참 예쁘네요. 달은 참 재밌죠? 실제 모양은 변하지 않지만 빛이 닿는 각도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보이니까요." 때때로 기억이 추억으로 환원되기 위해서는 삶의 조건들 - 평범하게 살아서, 아직 살았다기엔 생이 짧아서, 치매가 걸려서, 삶이 고통이었어서 - 때문에 고르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에 달려있다. 선택하지 못해 직원으로 남은 주인공은 달을 고요히 바라보고 사랑을 할 때 우리는 '내'가 행복을 주지 못했기에 나쁜 기억이 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존재로 행복하였기 때문에 '우리'의 추억으로 남기도 한다. 나도 누군가의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걸 깨달은 주인공은 고객이 앉았던 벤치에 앉아 자신의 추억을 재현하고, 림보역 동료들을 바라본다. 50년의 유예 끝에 주인공 모치즈키는 그렇게 구원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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