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은 못했습니다만
자리의 품격만은 지키기

큰기업 은행원 김과장 인사철 승진 탈락기

by 이쁜한개
IMG_4173.heic 37년동안 한길을 걸어온 한 지점장의 퇴임식

작년 이맘때 다가온 승진 소식.

올해 한번 더 좋은 소식이 다가올까 기대했던 연말 인사철이다.


내 인생에 승진이란게 다가올까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계약직으로 입사했던 나는 운이 좋게 정규직으로 전환되었고

이후 온갖 산전수전 다 겪고 이루어낸 승진이었다.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의 승진은 두가지가 결정한다.


첫째는 경력.

둘째는 성과.

번외지만 정치 잘하는 사람이 승진할 확률이 무지하게 높다.


성과로만 보면 나는 승진 1순위다.

경력으로만 보면, 나는 맨 마지막이다.

사람이라면 기대가 언제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니라고 담담하게 생각하지만 마음속 아주 작은 곳에는 '혹시? 설마?'라는 생각이 드는게 사람이다.


당연하게도 결과는 승진 대상에서 탈락이다.




인사철에는 연락하지 않던 직원들과의 통화가 갑자기 많아진다.


회사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퇴근후 각자의 집에서 은밀하게 통화로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에 대한 속마음과

주변 직원들을 떠도는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며

각자의 행보를 예측해 본다.


"박차장은 일은 정말 못하는데 정치를 너무 잘해서 이번에 승진할건가봐"

"작년에 입사한 신규직원은 일의 두서가 없대. 이번에 같은 지점으로 발령났는데 나 어떡해."


참 피곤한 소리들이다.


정치에 관여해서 승진할수 있으면 좋고

또 정치에 관여하지 못한다면 실력으로 승부해도 좋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법.


은행에서 일하면 여직원들의 입김이 보통이 아니다.

사실이 아닌 일도 사실이 되는것은 순식간이다.


상사가 이야기 하면 나는 대답만 한다.

의견은 잘 내지 않는다.

자칫 의견을 잘못 이야기 하다가 큰코 다치는 사람들 수없이 봤다.

공감만 해주면 내 역할은 임무 완수다.



"승진 축하합니다" 이야기 듣는 순간부터 책임감은 배가 된다.

승진 결과보다 중요한점은 그 사람의 됨됨이다.


승진은 경력과 성과로 결정이 되지만

사람의 됨됨이는 숫자로만 이루어지는것이 아니다.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에 올라갈수록

후배들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현명한 책임자가 되기 어렵다.


나혼자 직진하는것 만큼 재미없는것이 또 없다.

주변 동료와 후배들에게 함께 성장할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함께 성과를 내어보길 바란다.


동료와 후배들에게 내가 아는 모든것을 알려주자.

알려주고 부족한 부분은 더 퍼주어야 한다.

그때부터 내편은 한사람씩 더 늘어난다.


내편이 많아야 회사생활이 편하다.


신임받는 동료, 선배, 후배가 되려면 나를 먼저 가꾸어야 한다.


내 자리의 품격은 스스로 지키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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