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님, 차장님이 시끄러워 죽겠어요

은행원 이야기

by 이쁜한개

"과장님 바로 뒤 차장님 너무 시끄러워 죽겠어요."


응?...


나는 후배가 상사를 격의없는 비난할때 마음이 정말 불편하다.


요즘 MZ 후배들은 상사의 비난도 가감없이 한다.


무서울 지경이다.



나도 어디선가 후배들의 뒷담화에 참여되고 있는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건 내가 선택할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모르는것이 상책이다.




나는 은행에 다니는 과장이다.


지점장과 차장님이 주로 모든 일의 책임을 지고 일을 해나가며


나같은 과장은 후배들과 책임자의 중간에서 여기에 치이고 저기에 치인다.



후배들 중에는 본인의 색깔이 강한 사람이 있는데


색깔이 짙을수록 상사를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영업점의 이야기다.




한 직원은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묵묵하게 일하는 MZ의 그녀다.


96년생 그녀는 계약직이다.


계약직은 2년만 일하고 퇴사가 기본이다.


일을 잘 하는 직원이라면 무기 계약직이 될수도 있지만


회사에서는 급여 부담의 리스크를 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계약직이라면 2년 후 퇴사가 수순이다.



96년생 그녀는 궂은 일도 찾아서 하는 편이다.


누가 시키지않아도 화장실 청소를 해내고


하찮은 심부름도 스스로 해내는 직원이다.



그녀가 계약직이라는 것이 아까울 정도이다.




95년생 그녀는 다른 은행에서 일하다가 온 경력직 입사자다.


올해 4년차 정도 된 직원인데 일을 잘한다.


일머리가 있는 직원이다.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본인이 맡은 일은 스스로 척척해낸다.


성과도 좋은 그녀는 못하는것이 없다.



근데 조금 이상하다.


상사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은 같이 하고 싶어 하면서 사람에 대한 평점이 좋지 않다.



4년전, 입사할 당시 그녀의 평점은 매우 좋았다.


싹싹하고 이쁘고 일 잘하는 직원이었는데 무엇이 그녀를 바꾸어 놓았을까.



나같은 중견사원인 과장들 사이에서 사람들의 평가가 돌고 돈다.


인사이동이 생기면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직원 어때?"


정답은 아니지만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참고 자료 정도라고 이해하면 된다.


어느 기업이나 한 사람에 대한 소문은 존재하니까 말이다.



"본인이 이쁘다는 것을 스스로 아는 애야. 그 애는 본인이 가장 잘났다고 생각하더라고."


이쁘고 일도 잘하는 직원인데 본인이 스스로 이쁘다는 것을 안다니.


"그랬구나, 사람은 겪어봐야 알지~ 잘 지내봐야겠어. 잘 다독여가면서 일해볼께"





96년생의 묵묵하게 일하는 그녀 VS 95년생의 이쁘고 능력있는 그녀



95년생 그녀는 진짜 좀 힘들다.


본인의 자아가 너무 강해졌는지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툴툴거린다.


인상도 썼다가 소리도 지른다.


근데 일은 완벽하게 해낸다.


옆에서 보기에 본인이 가장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상사의 욕을한다.


아, 힘들다.



나는 되려 96년생 그녀에게 마음을 기댄다.


"과장님 힘드시죠? 이거 제가 할께요."



퇴근시간.


95년생 잘난 그녀는 자기 일이 끝나니


"저 퇴근하겠습니다!"


쌩 나가버린다.



96년생 묵묵한 그녀에게 어서 퇴근하라고 이야기 하니


"저 일이 좀 밀려서 정리하다가 과장님하고 같이 퇴근할께요."


끝까지 나와 함께 있어준다.



이러고 싶지 않지만 비교가 되어도 한참 비교가 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태도가 중요한것 같다.


일잘하고 능력있는 직원보다


태도가 좋은 직원이 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회사에서 후배들에게 많이 배운다.


그리고 나의 과거를 돌아도 본다.


나는 과연 어떤 직원이었을까.



일 잘하고 능력있으니 내가 제일 잘난것 같지만


아직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거다.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면


상사 눈치도 적당히 봐가면서 일을 하는것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수 있는 팁이다.



점점 더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것 같다.


어쩔수 있나 뭐. 이게 현실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