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일기
네?! 원형탈모증이요?!!!
두피 마사지를 받으러 다녀와서 나는 우울감에 빠졌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벌써 주말. 매일 글 쓰고 책 읽고 힘든 은행일까지 하려니 무리가 왔는지 두통에 시달렸다. 이럴 땐 두피 케어를 받아야 한다.
두피 케어는 100분 정도 걸린다. 두피 케어를 받는 100분의 시간은 내 기억에 없지만 아마도 코까지 골면서 잠에 든 시간일 거다. 내 머리를 살아생전 누가 이렇게 정성스럽게 만져줄까 싶다.
우리 두피는 몸의 피부와 달리 매우 딱딱하다. 아무리 스스로 두피 마사지를 해보려고 노력해도 내 팔만 더 아파진다. 두피 마사지 하려다가 팔다리 마사지까지 해야 할지도 모른다.
머리 세포 하나하나 만져주시는 두피케어 원장님의 손만 스쳐도 머리가 시원해지는 것 같다.
두피 케어가 끝나고 나도 잠에서 깨어났다.
원장님이 하시는 말씀.
"고객님, 두피에 원형탈모증이 듬성듬성 여러 개 생겼어요! 요즘 스트레스받는 일 있으세요?"
두피도 시원해지고 잠도 꿀잠 잤는데, 눈뜨자마자 우울해졌다. 원형탈모증 너 때문에.
스트레스 없는 사람이 세상이 있을까.
누구나 적당한 스트레스가 있어야 성장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은행일 하면서 투자와 사업까지 하려니 몸이 남아날 리가 없다.
게다가 책 읽고 글쓰기까지 매일 하고 있으니 스트레스가 없을 리가 없는 노릇이다.
남들보다 조금 더 바쁜 하루를 살다 보니 체력은 국력이라 운동도 해야 한다.
뭐가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이 많은지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마음은 아직 이팔청춘인데 나이는 사십대인 것을 믿고 싶지 않다.
5060 세대가 보면 웃을법한 이야기이지만
이제 노화가 이미 시작된 40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음은 건강한데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하는 것을 인식해야 하는 나이 40대.
2030 세대 일 때처럼 똑같이 행동하다가는 큰코다칠 게다.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일은 딱 하나밖에 없다.
바로 회사일이다.
일은 언제나 많고,
일 잘하는 사람이나 못하는 사람이나 스트레스도 누구나 똑같이 받는다.
일에서 스트레스받는 것보다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받는 것이 가장 힘들다.
올해부터 함께 일하게 된 상사가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이다.
바로 위 직속 상사는 잔소리 대마왕이다.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정말 잔소리 하나는 끝내주게 끝없이 하시는 분이다.
1.
은행에는 중요하게 쓰는 종이 용지들이 여러 가지 있다.
예를 들면 통장증서나 수표를 발행할 수 있는 수표 종이 같은 것들이다.
영업점마다 적정한 재고를 유지하는데 부족하게 되면 각자 주문을 해서 받아 쓴다.
재고가 너무 많으면 재고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너무 적으면 혹시나 갑자기 부족할 수도 있다.
적정한 재고 관리가 중요하다.
"잠깐만! 이거 재고가 별로 없네. 김 과장 이거 재고관리 잘하고 있는 거야?
지금 주문해. 혹시라도 부족하면 어쩌려고 그래?"
적정한 재고로 관리 중이라고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이야기를 하는 순간 다시 상급자의 잔소리는 무한 되풀이다.
"나도 알긴 아는데 내가 이야기를 해야 안 까먹지!"
2.
"내가 문서 결재할 때 다 보고 결재하긴 하는데 김 과장이 담당 자니까 꼭 한 번씩 더 체크해.
나중에 제대로 했니 마니 하는 소리 듣기 전에 담당자가 알아서 잘 챙겨야지! "
맞는 말이긴 한데 혼자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는 상급자의 마음의 소리가 여기까지 다 들린다.
퇴근시간 17:30. 퇴근시간이 훌쩍 넘은 18:30경 들었던 이야기다.
기꺼이 "알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입에서 그 말이 쉬 나오지 않는다.
3.
"김 과장. 작년 연말자로 아직 확정이 되지 않은 서류인데 이 서류로 대체하면 되는 거 맞아?
분명 작년에는 화면이 이런 모양이 아니었는데! 화면이 바뀌었는데 이거 뭐 잘못된 것 아니야?
화면 모양이 바뀌었잖아. 이거 정말 맞는 거야? 다시 확인해 봐."
아니, 화면 모양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지 모르겠다.
서류만 잘 맞게 나오면 되는데 화면 모양이 뭐가 중요하다는 걸까.
작년 서류를 가지고 와서 눈에 보여 드렸다. 동일한 서식의 서류가 맞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상급자.
"바뀐 건 알긴 아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왜 이렇게 어렵게 바꿔 놓은 거야?"
항상 내 탓이 아니고 남의 탓이라고 이야기하는 상급자.
같이 일하기 가장 힘든 상급자이다.
나는 여러 상급자들을 보며 지금까지 배워왔다.
배워야 할 것, 배척해야 할 것.
상급자의 기준에 따라 맞추어 가는 것이 나 김 과장이 하는 일이다.
작은 은행 영업점에서 상급자 한 사람의 결정이 해당 은행 점포의 전체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급 자니까 하는 말씀에 대꾸 없이 맞장구치는 것이 내가 앞으로도 같이 일하면서 편하게 보내는 방법이다.
그런데 맞장구도, 대답도 어떤 말을 해도 상급자 본인의 입장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올해 남은 시간 동안 나의 원형탈모가 계속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내 원형탈모의 원인은 회사 상급자 때문이다.
원형탈모는 한번 생기면 낫더라도 다시 재발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흠..
산재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나 싶다.
두피케어 요금과 재발률이 높은 원형탈모 평생 치료권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