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행 프롤로그_ 4월부터 8월
이번 여행에서 참으로 유독 좋은 이와의
만남이 많았다.
이루 다 언급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인연들과 만나고 스치고 그런 복된 여행을 하고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시작된 여정이 이 글을 쓰는 건 이탈리아, 플로렌스이다.
여행 전체로 3개월에 접어드는 시점.
이전에도 장기간 해외에 체류한 적은 있지만, 그때는 베이스캠프가 파리, 프라하,
에드먼턴 등 이런 식으로
있었다면 이번처럼 머물 곳을 한 군데로
정해두지 않고 계속해서 이동하며 여행하는 건 20대 배낭여행 이후로 처음이고 한 달 반으로 끝날 여정이 이렇게 계속되고
있음에 놀라고 감사하면서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이동도 많았고, 혼자 낑낑대며 짐을 가지고 다니느라 누군가에게 짐을 몇 주간
버려두듯이 맡기기도 하고.
흐름에 따라서 이동을 정하느라 _ 그러니까 대충의 큰 그림만 정하고 동선에 맞거나 꼭 가고자 하면 비행기 타고도 가고. 가려하지 않았던 곳들도 누군가의 제안에 가게 되기도 하고 누구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머물게 되는... 무계획의 흐름에 맞춰가는 여정을 한 것인데
어느새 여행보다는 삶의 어느 한 부분을
잘살고 있다는 느낌을 충만하게 받으면서 지내는 요즘.
스스로 잘 지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시기라 기록해두고 싶고 하고 싶은 저 깊은 이야기들이 끓어오르다가도 또 뭔가를 보느라 늘 바쁘고 사람들과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하루하루 사진 정리도 시간을 일부러
내야 하는 요즘이지만 뭔가 충만한 나로
채워지는 거 같아서 조금씩 조금씩 내가
자라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그 기운을 나누고 싶어 진다.
어디를 가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어울린다고 자부하면서 지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코로나 이후 첫 장기 여행이고 하루하루
잘 곳을 정하면서 다니느라 몸도 마음도
지쳤을 때 그때마다 손을 내밀어 준 건 항상 사람이었다.
인복이 있는 건지 누군가 나를 지켜주는
존재 덕분에 늘 어디에서든 크게 두렵지
않고 막상 나쁜 일이 생겨도 잘 해결하면서 지내왔다고 자부한다.
그 근본에는 항상 부모님이 계신다.
그리고 조부모님들 그리고 저 멀리 조상님들까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그분들의 나를
향한 온전한 사랑들이 나를 얼마나 크게
한 건지 더욱더 느낀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느껴진다.
신인지 아니면 어떤 거대한 존재가 나를
지켜주는 듯한 느낌을 종종 받고는 한다.
내가 만나게 되는 이들과의 인연만 봐도
그러하고. 나쁜 일이 생기더라도 어느새
좋은 일로 회복되면서 전화위복이라는 말을 말 그대로 literally 체감하면서 다니는
일들이 몇 차례나 있었다.
그럴 때면 꼭 좋은 이들이 나타나서 나를
좋아해 주고 나를 어김없이 도와주고 나도 그들을 좋아하게 되는 일들이 이번 여행에서 유독 많아서 여기에서 내내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곳이 세 군데 이상이다.
밀라노로 가는 비행기를 놓치고 (인생에서 처음 생긴 일이라) 더욱 망연자실하게 다시 이스탄불
탁심 시내로 가는 공항버스에서 만난 이란 여인 Baran
엑상프로방스에서 니스 가는 길에 히치하이킹하면서 알게 된 그녀 모로코 출신 여인 Lea
그녀들과는 아주 짧은 순간 sister라고 서로 칭하면서 나중에 헤어질 때는 너무 아쉬웠다.
니스에서 같이 여행한 메이트 _ 러닝(러닝메이트를 못해서 아쉬운)을 매일 하던 H군 (사실 이름도 모른다.)
그리고 이태리 제노아에서 우연히 마주한 인성 좋은 아름다운 청년 Pietro까지.
모두 나의 전생부터 이어진 소중한 인연처럼 여겨진다. 아마도 분명 한참 어린 그들이지만 나보다 어른 같던 그들 덕분에 나의 여행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마음이 따스해져서 나 역시 그들만큼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고
그들은 나를 여러 차례 진득한 감동으로 울게 한 그 순간들이 몇 번이고 있었다.
복되고 감사해서 그때그때 전하지 못한 고마움을 나중에야 전하고는 했다. (작은 선물이나 메시지)
여행 중 할 수 있는 게 그다지 많지 않기도 했지만 나란 사람은 바로 뭔가를 누군가에게 주는 사람은 아닌 게 분명했다.
늘 받는 게 익숙하고 그게 당연한 거로 여기면서 살아온 사람이라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을 하려고 했지만 먼저 손을 내미는 그들이 너무나 다정하고 고마워서 문득문득 고마운 마음에 가만히 그들의 이름을
들여다보곤 한다.
사람이 주는 힘은 참으로 위대해서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예기치 않은 만남에서 마주한 그들
그저 넘길 수도 있는 순간에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 왜 자신이 조금 불편해질 수 있는 상황까지 감수하면서 자신이 가진 것을 굳이 내어주고 나와 함께 했던 걸까? 돌아보면 그들은 굳이 나에게 손을 내밀 필요는 없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의 작은 손길은 나에게는 큰 울림처럼 절체절명의 순간에 구원처럼 여겨졌다.
아주 개인적인 사람으로 내내 살아온 나이지만 이번 여행은 나를 변화하게 하고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는 마법 같은 순간들이 참으로 여러 번 찾아와서 아 내가 제대로 가고 있구나. 이것이야말로 여행의 순기능이지 하고서 깨닫게 되는 때가 몇 번이고 있었다.
당신이라면 기꺼이 그리 할 수 있습니까?라고 내게 묻는다면 예전의 나라면 대답은
처음부터 아니요 No,
이지만 이번 여행 이후 여러 차례 다짐했다. 내가 받은 걸 그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줄 수 없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꼭 보답해야지 하는 그런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여정이었다.
누군가에게 받아야만 이런 마음이 드는 작은 중생이지만 받고도 예전의 어린 나는 그게 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여전히 내가 먼저 손을 내밀거나 무엇을 먼저 주면서 시작되는 관계를 선뜻 시작하게 되지는 않은 사람이지만.
이번 여행으로 그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그리하여 만나게 된 나의 귀한 인연들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