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가려다가 포기하게 된 건 오로지 내 탓이야!
포틀랜드 인 마이 마인드 Portland in my mind!
무슨 거창한 노래 제목처럼 여겨지는 타이틀을 쓰고 노트북 화면을 한참을 바라봅니다.
그저 핑계를 찾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10년간 여행자로 살아온 이가 앞으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코로나 이후 어느새 시간이 한참 흘렀고 2차 백신 완료 후 2주가 지나기 전부터 매일 하는 건 항공권 검색.
영화제 끝날 즈음엔 (10월 중순) 어딘가에 가 있어야지 하고서 마지막 다짐을 한 게 벌써 한 달 전 일 입니다.
파리가 내가 처음 1997년 여름에 갔던 가격으로 _
70만 원대( 굳이 밝히자면 JAL 일본 경유 닛코 호텔 1박 지급 부산 출발 _
유럽 1달 체류 항공권 : 부산_오사카_ 런던 & 파리_ 도쿄 _ 부산) 판매되고 심지어
지금 검색하면 더 착한 금액 50만 원대 항공권도 나오는터라 그런데 뭔가 더 끌린다 이건 꼭 가줘야지 하는 마음보다 " 지금 파리에 한국 사람이 너무 많아. 굳이 나까지 동참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내가 아는 한국 사람들이 몇 명 아니 꽤 여럿 / 너도 나도 파리에 있던 시기가
바로 10월이라 꼭 그들을 마주하러 가고 싶지 않았던 것. 피하는 건 아니고 뭔가 아는 사람들이 있는 파리가 더 외롭게 여겨졌다랄까? 굳이 3~4번 간 파리가 이번에도 상위 리스트 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근데 왜 자꾸 변명합니까? ㅎㅎ)
그러던 시기에 늘 비싸기만 하던 캐나다가 나쁘지 않은 가격으로 나온 것을 확인하고서 그래! 가서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고 오자~ 하는 마음을 나 혼자 먹었지만, 굳이 왜 추운 이 시기에 거기를 가는 거야?
누가 너를 두 팔 벌려 환영한다고 그러는 거지? 라며 혼잣말을 하다가 또 도돌이표.
거지가 정말 여행이 가고 싶은 거야? 아님 지금 네가 기생충으로 살고 있는 곳에서 그저 탈출하고 싶은 거야?
도대체 뭐야?
하다가 잠시 리프레시로 선택한 건 제주도였습니다.
제주도에도 여름이나 시시때때로 블로그 취재차 가는 거 말고 어느샌가 자꾸 겨울에 제주를 향하게 된는데
그러고 보니 제주도도 올해 처음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고 심지어 몇몇 친구들과 가자고 구체적인 논의도 했지만 연이 닿지를 않아 결국 또 혼자서 가기로 했는데.
왕복 5만 원의 항공권을 겨우 겨우 전날 전날 예매하며 작년 겨울에 만원 하던 항공권이 지금 또 알아보면
평균 수준대로 올라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의 영향도 있을 테고 아직은 해외가 불안한 사람들이 숨통을 트이려고 선택하는 곳이 바로 제주니까. 그렇게 제주도에 일주일 살기로 다녀오고도 뭔가 채워지지 않는 그리고 제주도 이주가 확실하지 않아서 계속 여기저기 알아보지만 정작 가고 싶은 발리는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코로나 직전 마지막으로 간 여행은 방콕 그리고 남쪽 섬 코팡안이었는데.
그때 무리해서라도 발리에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하는 내가 있지만.
그저 월세만 축내며 발리 우붓 시골에서 홈트 하는 내가 보여서 안 간 건 잘한 거라 생각됩니다.
지금 다시 터닝포인트에 서서 심기일전으로 다시 제대로 돈을 벌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 시작엔 항상 여행이 있는 여행자DNA가 가득한 아나이스에게 선택지는 많지만 끌리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떠오른 누군가에게 이메일을 썼습니다.
딱 한 번만 본 사람.
심지어 제대로 차 한잔 커피 한잔 나누지 않은 스친 사람이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아주 가끔씩 소식을 전해왔는데 수년에 걸쳐서 주로 유튜브 url로 음악을 보내오지만 다 예전 노래이고. 끝까지 듣기도 힘든 록음악 Rock music
자칭 뮤지션 , 기타리스트라는 그는 지치지도 않고 그렇게 소식을 전해왔는데
나 역시 친절하게 대답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무시하기도 하다가 …
그는 딱 한 번 캐나다의 도서관 프로그램에서 스친 사람이었습니다.
이토록 메일을 계속 보내오는 데에는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다 그냥 그러다 말겠지 했던 바로 그 사람이 마침 떠올랐던 것입니다.
저 역시 말없이 멀리서 아나이스가 하고서 음악만 보냈습니다.
그가 거의 듣지도 않았을 내가 최근 좋아하는 일본 그룹 I don't like Monday. 최신곡을 보냈더니
그는 오레곤으로 여행을 갈 거라고 한다.
Oregon , Portland에 간다고?
포틀랜드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은 그에게 다시 메일을 쓰고 그리곤 오고 가는 매일의 메시지 속에서
항공권을 검색하니 캐나다보다 착한 가격으로 미국 포틀랜드를 갈 수 있다고?
_ 사진 설명
한참 이메일이 오고 가고 거의 가려고 마음먹고 미국 비자 ESTA를 발급받으려고 접속한 주말에 백화점에서 우연히 마주한 작품. 그저 끌려서 두 번 세 번 보다가 가격을 물어봤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보이던
ACE HOTEL PORTLAND 적혀 있는 침대보
맙소사 어쩜 이럴 수가 있는 거지?
여전히 긴가 민가하고 비자 결제 전까지 갔지만 결제를 하지 않은 시점에서 하늘은 나에게 포틀랜드로 어서 가라고 이런 작품을 운명처럼 만나게 하신 건가? 하고 웃었지만
그냥 저 작품이 좋아서 끌렸을 뿐이고 친구 녀석에게 농담처럼 사진은 내가 다 찍어올 테니 너는 제작을 좀 해줘라.라고 한 건 단지 작품 가격이 내 전재산을 넘어서 이기도 하고.
아직은 그 정도 금액의 작품을 내 공간에 들여놓을 상황이 아니기도 해서 입니다.
1. 내 공간이 없다.
2. 내 공간에 나에겐 고가 _ 3,000만원 상당의 작품을 아직은 걸 수가 없다.
3. 아이디어가 심히 좋고 감각이 맘에 든다.
4. 대구 출신 작가로 뉴욕에서 공부하셨단다.
( 왜 부산 남자보다 대구 남자가 항상 더 끌리는 거지? 서울 보다도)
5. ACE HOTEL PORTLAND에 머물지 않더라도 스텀프 커피 Stump Coffee 때문에라도 가려고 했다.
6. 그냥 저 Scene 너무 근사하잖아.
( 그 와중에 백화점에선 Back music까지 내 취향에 맞게 걸어주시는 건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냐고요?)
7. 이리 구구절절 설명할 일이야?
_ 응 디테일이 우리에겐 생명이야!
아이디어가 좋은 작품이 퀄리티까지 좋아서 소장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가격까지 물어보는 거 참 오랜만!
아트페어 올해에만 4~5회 이상 간 사람으로서 감히 말합니다.
매년 2회 이상 갔으니 웬만한 작품 볼만큼 계속 봐 오고 있다는 건데 이런 맘에 드는 작품 저에게 통 만나기
어렵습니다. 언제 살 수 있을까요?
그렇게 캐나다에 계신 분과 한참을 이메일 주고받았습니다.
어떻게 지내세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앞서 언급한 이야기를 잠시 쓰고 파리를 고려하고 있지만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가 말합니다.
자기 또한 2년간 여행을 하지 못하여 11월엔 포틀랜드에 친구들이 있어서 간다. 하지만 그 여행은 열려 있다.
'open - ended'
이 말에 혹한 언어적 인간 _ linguistic human being Anais는
마음의 채비를 하고 항공권을 아주 여유롭게 한 달 혹은 그 이상으로 알아보고
저 멀리 다녀올 (캐나다 낯선 어딘가 _ 경유지인 밴쿠버가 아니라 ) 생각도 가열차게 합니다.
근데 복병이 있었으니 아무리 아메온나라고 알려진 그녀라도 포틀랜드 날씨를 검색해 보고선 놀라고 마는데온도가 그리 낮은 건 아닌 데 가는 내내 아니 도착해서도 내내 비 비 비 소식.
그러고 나중에 밴쿠버에서 오래 지내다 온 동생을 우연히 만났는데, 지금 이 시기는 밴쿠버 역시 비가 많이
내려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않다고ㅠㅠ 이런 젠장.
날씨에 영향 많이 받는 나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왜 내가 도착하고 온도가 확~ 떨어질 예정이라고?
물론 이상기후의 지금 해운대가 심히 따뜻한 것인지 몰라도 나의 마음은 여전히 추운 겨울인데 어쩜 이런
심각한 고민을 하게 하는 건지...
그러다가 그에게 다시 메일이 왔습니다.
이번 주말엔 드디어 공연을 보러 가고 이곳 오너들은 참으로 친절하고 어쩌고 저쩌고. blah blah blah...
마지막에 open-ended 라던 일정에 변동이 생겼다며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야 할 거 같다고 일단 밴쿠버,
시애틀로 가려고 한다는 메일이 온 게 바로 어제의 일.
단지 그를 만나러 여행을 나서려던 건 아니지만, 뭔가 괘심하고 분통이 나지만 화를 낼 수도 없었습니다.
그냥 답답한 사람 이라고
나는 화가 난 아나이스 라고 쓰고 마침표 대신 메일함을 닫고 만다.
그래 모든 건 다 내 탓이야!
1997년, 2007년 그리고 2014년 파리를 갈 기회가 있었고, 마지막엔 2달 넘게 그곳에 체류했습니다.
2018년 프라하 두 달 살기를 할 때에도 파리는 왠지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가을을 날려버리고
초겨울에 접어든 지금에야 나는 비로소 다시 여행을 갈 준비가 되어 있는 자신을 마주합니다.
제주도 일주일 살기는 낯선 곳에서 바로 적응하는 또 다른 나의 작은 실험 버전이었고.
관광보다는 제주 사람인 거 마냥 자전거 타고 영화 보러 가고, 현지 친구들하고 수다 떨며 놀고, 바닷가 앞에커피 내려마시고 할 만한 것들을 하고 오니 또 피로감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 중에
포틀랜드가 마음에 들어왔다가 고스란히 사라지려 하고 있습니다.
글 시작할 때 타이틀처럼 노래라도 하나 만들어야 직성이 풀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가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못 가게 되어버린 힙한 도시 포틀랜드야!
너를 위해서 책을 두권이나 빌려 왔고, 미국 비자를 결제 직전까지 갔고 그리 좋아하지 않는 캐나다항공 타고 먼 비행을 할려고도 했지만 못 가게 되는구나.
모든 건 내 탓이야!
it’s all my fault!
그래도 다음 기회에 날이 좋은 날 꼭 너를 만나러 갈게.
교토에도 있는 에이스 호텔 가서 스텀프 커피도 마실 테고,
고기가 좋은 레스토랑 가서 스테이크도 맛볼 테야.
기다려줄래?
자연스레 작사가 돼버리는 나의 심정
포틀랜드 인 마이 마인드.
Portland in my mind
portland in my heart
하트를 쓰기엔 너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고. 내가 먼저 가보고, 드라마도 영화도 찍고 오면 좋겠다고.
그래서 결국 어디로 간다는 겁니까?
안 간다는 건가요?
글쎄요. 이렇게 생각에 생각을 더하다 보면 어딘가에 다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추신.
브런치는 동영상 하나 첨부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카톡으로 영상을 보내고 저장하고서야 겨우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익숙한 것에서 멀어지고 낯선 것을 취함으로 생기는 그 어떤 것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보려 합니다.
플랫폼 장사가 아닌 진정한 콘텐츠로 어딘가에 제대로 살아남기를 바라고
버티는 내가 그 끝에 있기를 바라면서...
https://youtu.be/mBQUQB1XDl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