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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Nov 27. 2021

beautiful Stranger!

beautiful Tango!

평소에도 대중교통보다 직접 운전해서

이동하기에 자동차 여행이 주는 즐거움을 이미 잘 알고 있는 그녀.

운전도 좋아하고 심야의 한적한 도로 위에서 무법자가 되어 달리는 기분은 어떤 강렬한 몰입보다 깊은 쾌락을 주기도 한다.


날씨 좋은 날 사랑하는 이와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해안도로 위를 드라이브하는 상상. 해본 사람이라면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공감 이상의 그건 동질감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또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누군가 옆에 타고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가는 것도 좋고 때마침 나오는 라디오 음악 덕분에 센티멘탈한 감정에 빠지기도 하고 서로 좋아하는 곡을 연이어 들으면 분위기는 더 업(up)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이런 드라이브보다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대중교통을 가능한 한 이용하고자 하는 여행을 하기에 여행지에서 그런 감정의 드라이브를 만나게 되면 묘한

감정이 일렁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연히 알게 된 그와 낮에 커피를 한잔하고 밤에 다시 만나서 심야의 드라이브에 나섰다. 그저 우리가 있던 주거지역 몽키아라에서 쿠알라룸푸르 야경이 잘 보이는 다운타운으로 나가보자는 게 모아진 의견이었다.     

말레이시아 국왕이 사는 그랜드팰리스(Grand Palace)를 지날 땐 낮은 탄성이 나오고 마침 카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Beautiful Tango 음악은 왕궁의 조명과 더불어 보사노바풍의 분위기, 섹시한 여성 보컬의 음성은 꼭 맞춘 듯 잘 어우러져 그의 SUV를 압도한다. 분명 처음 듣는 곡이지만 언젠가 들어 본 듯한 기시감을 주는 곡으로 이날 처음 만난 낯선 이와의 드라이브가 뭔가 낯설지 않은 감정으로 다가온다.







쿠알라룸푸르 야경을 처음 본 건 아니지만 택시를 타고 달릴 때나 처음 도착해서 숙소로 갈 때 달린 그 같은 고속도로라도 한낮에 느꼈던 감정과는 분명 다른 일렁이는 감정으로 몸이 살짝 달아오른다.              


멀리서부터 그곳의 랜드마크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보이기 시작하니 더욱 설레기 시작하는 그녀. 그에게 감정이 생기는 건지 그저 야경에 취해서 그 밤이 약간 로맨틱하게 변해버린 건지 모를 묘한 일렁임이 기분 좋은 순간.




그저 조수석에서 멀찌감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살짝 업(up) 되면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다가도 이내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음악은 잠시 배경음악으로 묻히고 그와의 대화에 집중한다.


연애에 대해서 한참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다시 고속도로에 올려진 차는 더욱 스무스하게 달리고 꼭 자동차 광고에서 보이는 이미지 속에 타고 있는 거처럼 느껴진다.


동네가 바뀌면서 이내 대화는 커피로 전환된다. 그가 좋아하는 카페가 이 동네에 있다면서 말하는 그.

일부러 미팅을 이 동네에서 잡을 정도로

커피가 맛나서 일주일에 꼭 한 번은 들러서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그녀는 그가 말해 준 카페 이름을 기억하려고 애쓰다가 내일이면 이 도시를 떠나게 되는데 다시 와서 그가 알려준 그곳에 일부러 찾아가게 될까? 하고 오지도 않은 먼 미래를 떠올려본다.      







그리고 한참 후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그가 들려줬던 그 노래를 다시 찾아서 들어본다.     


Beautiful Tango

Beautiful Stranger     



그때 그곳에서 들었던 그 음악과 느낌이 전혀 다른 건 아마도 각자 도시의 다른 공기의 밀도와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른 상대성 그리고 거기에 동반되는 공감각적 감성에 따라 그 음악은 전혀 다르게 들렸다. 그의 차 사운드가 특별히 더 좋았던 건 단지

오디오 시스템의 차이만은 아닐 것이다.

어디선가 이 음악이 흘러나오면 쿠알라룸푸르의 청명했던 밤하늘과 그날의

드라이브가 오롯이 기억나겠지?


https://youtu.be/uwk9KEPcovU

beautiful Tango



여행의 어느 밤은 때로 이토록 아름다운

추억의 한 페이지로 오래도록 기억된다.

나의 아름다운 낯선 사람,

잘 지내고 계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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