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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Nov 22. 2023

후쿠오카에서 시작한 여행 어디로 향할까? 역시 교토!

경유지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는 역시 신칸센 대신 버스인가요?

후쿠오카 2박 3일 항공권이 두 달 뒤의 12월 20일로 귀국일을 변경하면서 갑자기 시작된 여정.


일본 한달살기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해마지 않는

교토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후쿠오카 주변을 여행하고 교토로 향하기로 합니다.


처음 출발하기 전부터 큰 그림 에는 후쿠오카 근교 그러니까 유후인이나 벳푸를 하루 이틀 다녀오고

나가사키가 좋다는데 가볼까? 그리고 기타큐슈가 좋았으니까 간 김에 꼭 페리 타고 시모노세키 가서

후나사키 상 만나고 가야지. 이런 정도가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해서 나가사키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버스 티켓을 알게 되었고.그 버스 티켓이 가져온 거대한 나비효과는 좋은 것도 있었지만 여권 분실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도 이 기간 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다만 기대한 대로 나가사키는 참 좋았습니다. 노면 전차와 사카모토 료마의 발자취를 따라서 걸어

다니면서 만끽한 나가사키 도보여행. 노면 전차를 보면서도 타야겠다는 생각은 그다지 하지 않았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케이블카를 타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일까요? 연이어 갔던 히로시마에서는 미야지마

근처에서 숙박하고 다시 히로시마 시내로 나오면서 타긴 했는데 흔히 보이는 노면 전차와는 조금 달라 보이는 거라 조금 달랐다고 할까요? 아무튼 노면 전차, 트램같은 건 제게는 교통 수단이라는 느낌보다는 사진을

담고 싶은 그런 존재로 보입니다.








나가사키 여행을 하면서도 어디를 가야겠다가 없어서 그저 메가네바시 안경다리 보고 지도를 보다가 알게 된

사카모토 료마를 찾아서 가야지 정도가 일정이었습니다. 저의 여행은 미리 공부하거나 하지 않고 현지 가서

끌리는 대로 걷는 편이라 늘 그렇습니다.




사카모토 료마의 부츠

료마도리



어쩌다 발견한 사카모토 료마 거리와 동상이 있는 전망대까지 걸었는데 중간에 길을 확인하려고 여고생에게 물었는데 같이 갈까요? 하고 말을 해주어서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며 올라갔습니다.

그러면서 기분이 몽글 몽글 좋아지기 시작했고, 사카모토 료마 동상 앞에 갔을 때 마침 산책 나오신 93세

할아버지께서 사진도 찍어주셨는데 어쩌다 동영상만 남게 되기도 하고 90세가 넘으셨지만 정정하게 나란히

산보하시는 두분이 부러워서 사진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한참을 이런 저런 설명하시더니 여기가 일본 최고의 전망이라며 자랑하시는 모습 역시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

커피 한잔 하러 간 카페에서 라인 영상 통화로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이라고 해도 이런저런 확인이었지만

 결과를 알고 한 것이 아니기에 조금 긴장하기도 했습니다만 무사히 20여 분 얼굴을 보면서 통화한 후에 대략 일주일 뒤에 교토로 가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의 여정은 후쿠오카로 갈 때까지만 해도

어디에서 한달살기를 할지 정하지 않은 채로 출발한 것입니다. 정말 구해지지 않는다면 위클리 맨션이라도

혹은 가성비 좋은 호텔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마침 저의 최애도시인 교토에서 이렇게손짓을 하니 가지 멀어도 갈 수밖에요.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가서 집으로 가는 항공기를 타야 해도 말입니다.


경유지 이야기를 쓰는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찬스입니다. 이번에도 후쿠오카에서 여행을 시작했지만

나가사키, 사세보 그리고 하우스텐보스 버스 티켓을

구하면서 여행지 _ 경유지가 늘어났고 거기에 늘 가보고 싶었던 히로시마까지 가기로 한 것입니다.





사세보는 이름만 알던 도시인데, 작고 귀여웠습니다. 그곳에서 이틀이나 지내게 될 줄 몰랐지만 정겨웠고

그러면서 하우스텐보스와 사세보 어딘가에서 여권을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벌어졌습니다만. 아직도 찾지 못한 채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어렵겠지요. 여행 중 이런 사고는 한 번이면 족하는데 이미 저는 일본에서만 벌써 두번쨰 입니다.

오키나와에서 여권을 잃어버린 지도 모른 채 나하에서 북부의 좋아하는 호텔에 체크인 했는데 여권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며칠 뒤 나하경찰서에 있다고 찾아가라고 해서 찾았습니다만. 오키나와 같은 섬에서 잃어버리면 비행기 타고 후쿠오카 까지 가서 여권을

만들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이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조차 모르겠습니다.

호텔 체크인 한 곳은 모두 없다고 하니...

그리고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티켓도 여권과 함께 사라졌지만 어떻게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마침 돌아온 오호리 공원 근처에서 북페어 하고 있어서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상. 하를 살 수 있었습니다.






교토에 돌아가는 날만 있고, 어떻게 갈지도 정하지 않은 채로 조금 지친 상태로 짐을 챙겨서 하카타역으로

향했습니다. 버스 시간 알아볼까? 하고 갔더니 2분 뒤 히로시마 출발한다고.. 하하하 이건 버스 타고 가라는 거지? 이러면서 그냥 올라타기로 합니다.

오후에 출발한 버스는 휴게소를 두번 들르고 저녁에야 히로시마에 도착했습니다. 왜 빨리 결정하지 않았냐면

일본의 문화의 날 연휴로 어디에도 숙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히로시마로 가는 버스에서도 내내

검색했지만 결국 구하지 못한 채로 히로시마역에 도착했습니다.


왜 그런 여행을 하지? 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혼자 여행하면 어디에서도 머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마지막에 결정을 합니다. 결정 장애가 있어서 늘 빠른 선택을 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만. 마지막까지 선택지를 열어두고 가는 거죠. 근데 정말 도요코인도 걸어가보고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물어봅니다. 근교 어느 정도까지 가면 괜찮을까요? 하고 물어본 곳에서 귀인을 만납니다. 자신의 친구가 못오게 되어서 제가 남은 침대를 1인분 용 더 페이하고 머문 것입니다.

정말 노숙을 하거나 넷카페 라는 걸 경험하게 되는 것인가? 하고 포기하고 있을 때 구해주신 거라..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늦은 시간에 넷카페 같은 데 무거운 캐리어 들고 가는 것도 너무나 하고 싶지 않았던 저로선 너무 좋았습니다.

마침 숙소는 새로 생긴 히로시마역 바로 앞이었고, 대욕장도 있어서 옷갈아입는 걸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

였습니다. 그렇게 노곤한 몸을 사우나에서 풀고 방으로 돌아와서 편의점에서 사 온 하이볼과 교토진 마에가와상께 받은 오미아게를 꺼내서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니 좋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부터 미야지마 가신다기에 저도 동참하기로 하고 쉽니다.





어찌 이런 일이 생기지? 하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하더라구요. 작년에 이태리에서 길에서

마주친 친구네 집에서 한달 정도 신세를 진 사례가 있는 저로서는. 너무 뻔뻔할지 몰라도 그런 면이 있어야

10년 넘게 혼자 여행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하는 아나이스! 하하하









저를 구해준 분과 함께 아침부터 미야지마섬으로 향합니다. 저도 히로시마 간다면 꼭 가보고 싶던 곳이라

기대를 품고 갑니다. 그 곳에 물이 차고 빠지는 지 조차 모르고 있었고 페리를 타고 가는지 조차 몰랐지만

함께 이른 아침부터 갑니다.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았지만 그곳을 100% 만끽하고 그 분은 동경으로 가기 위해

다시 히로시마역으로 향하고 저는 미야지마섬에서 그리 멀지 않는 게스트하우스로 향합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더 히로시마여행을 합니다. 지금도 그 분은 종종 안부를 물으며 소식을 전해옵니다.

여행에서 만난 귀한 인연의 시작. 그저 감사할 따름 입니다.



그리고 히로시마여행 중 하루 머문 미야지마섬 근처 하쓰카이치 호스텔에 머물면서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진솔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가사키 출신의 S 군과의 이야기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의 여행을 응원해주며

자신은 이미 정해진 루트의 삶은 사는 것 같다고 토로하기에 저 역시 그 정해진 루트를 향하여 가다가 아직

만나지 못한 인연을 기다리며 계속 여행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와 마찬가지로 하카타에서 온

댄서 H 군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다음날은 오코노미야끼 먹으면서 알게 된 네덜란드에서 온 M과

반나절 동행하면서 히로시마 시내를 여헹하고 신칸센으로 다시 교토로 돌아가는 그녀와 사요나라.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이들과의 잠깐의 다정한 대화가 쌓여서 저의 여정을 완성해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가도 일순 한없이 슬퍼지기도 하지만 그저 건강하게 걸으며 여행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그렇게 히로시마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을 기억하면서 교토로 향합니다. 교토에서 어떤 일상의 나날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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