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조성 근처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교토에서의 한달살기 일본 전통 스타일 집에서 지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겨울에 접어든 시점 11월 초에 살기 시작해서 벌써 추위가 시작된 일본이다 보니 생각만큼 달콤한 한 달 살기 일지 몰라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처음 시작은 한 두 달 지내는 것이다 보니 여러 옵션 중에서 가장 좋은 곳에서 지내야지 했지만,
이미 여행 날짜가 시작되고 알아본 것이라 출발 직전까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갔습니다. 그러다 결정된 니조성 근처의 일본 전통 스타일 나무집에서 지내기로 한건 행운입니다.
주인장과 아르바이트 2명이 지키고 있는 곳. 일본은 코로나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어서 11월이
비수기인 줄 알았는데 여전히 인기 있어서 제가 머물고 있는 이곳도 매일매일이 만실입니다.
제가 지내고 있는 곳은 조그만 다다미 스타일 방인데, 겨울의 추운 교토의 날씨 탓인지 제 방에는 방음용의 스펀지 같은 게 깔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그만 선반 그리고 행거 등이 있는 아주 단출한 방입니다.
아 맞다. 미니냉장고도 있어서 음료나 간단한 음식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여드리기는 좀 그러하고 나름 아늑합니다.
푸통 느낌의 아주 얇은 매트리스와 이불 세트가 있고 가장 맘에 드는 건 창입니다.
창을 열면 나무로 된 작은 테라스 같이 되어 있어서
가볍게 아침 식사를 방에서 할 수 있습니다.
아직 매일 만실이다 보니 다른 방에서 지낼 기회는 없었습니다만 굳이 지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매일 봐서
인지 아 이런 곳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좋네. 했습니다. 저는 혼자 여행이 많다 보니 가족과 함께가 아니면
주로 게스트하우스나 가성비 호텔 혹은 누군가의 집
리빙룸도 마다하지 않는 여행을 하기에 이 정도 골라서
여행하는 것이면 괜찮다 하는 것입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면 좋은 점은 매일 찾아오는 게스트와 저녁이나 아침에 오며 가며 인사하는 것입니다.
물론 스태프상하고도 가깝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얼마 전 주말 저녁에는 이미 한잔하고 있는
미국인들과 함께 가볍게 한잔 하며 서로의 여행이야기와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서울로 며칠 여행 간다고 하기도 하고. 호주에서 온 그녀들과도 인사를 나눕니다. 서로의 인스타를 맞팔하기도 하고요. 요즘 추세인지 다들 그렇게 연결되네요.
게스트하우스 직원과 손님의 경계에 있는 나라는 존재가 굳이 여기에 없어도 되고 저 또한 다른 곳에 가면
손님으로 보통 가게 되는 곳을 그 중간 지점에 있는 포지션으로 지내는 건 처음인데 딱 좋습니다.
여행 경비 면에서도 그렇고 일본 전통의 나무로 된 집에서 언제 이렇게 오랫동안 지내보겠습니까?
그리고 이 집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가 바로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손님 대여용으로 3대가
있는데 주로 많이들 타지 않아서 제가 일주일에 3~4번은 타고 있습니다.
날씨가 쌀쌀할 때는 자전거를 타면서 마주하는 바람 때문에 좀 힘들기도 하지만 왕복 16Km 정도는 거뜬하게
다니고 이제는 3Km 구간도 없으면 안 될 거 같은 필수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뭔가 자동차를 탈 때와는 다른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된 기분이 되어서 좋습니다.
또 손님을 위한 커피빈이 냉장고에 준비되어 있는데
저도 매일 아침 혹은 일주일에 3~4번 정도는 마셨는데
커피콩을 가는 게 번거로워서 패스한 정도이니까.
이곳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저랑 맞는지 잘 보여줍니다.
이곳은 고노 드리퍼가 두 개 칼리타 분쇄기가 두 개씩 준비되어 있고 저는 칼리타 서버 대신 주로 머그에다가
커피를 바로 내립니다.
빵을 토스트 하고 커피를 내리고 혹은 크루아상을 오븐에 데우고 집에서의 일상과 다름없는 아침을 시작하며 이곳에서도 아침을 엽니다.
앞서도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2박 3일 항공권이 어쩌다 두 달 살기로 늘어난 케이스라 별다른 준비 없이 왔기에 물론 해외 한 달 살기가 교토가 처음은 아닙니다만 워킹비자도 없고 소소한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걸 찾아보고 싶어서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기도 하고 일본인에게 한국어레슨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정말 이렇게 한두 달 살다가 일본에서 내내 살고 싶어 질까? 하고 생각해 보면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한국이 그립다거나 두고 온 가족이 보고 싶어 이런 것과는 다른 면입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제 생일을 맞아서 도쿄에 며칠 여행 와서 (* 왜 교토가 아니고 도쿄일까요? 부산 - 도쿄 구간만큼이나 비싼 교토 - 도쿄 구간 ) 가족들은 봤습니다만.
살기에는 일본보다 한국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평생을 살아온 동네이고 지낼 수 있는 집도 있고 여행해도 늘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곳에 어떤 매력이 있어서 저는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지내보려고 하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역시 말이었습니다.
언어. 제 예전 카페 이름이기도 한.
언어. Language!
일본어. 혹은 영어로 소통하는 제가 한국어로 소통하는 저보다 조금 더 다정하게 여겨지는 것일까요?
착각일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른 제가 보여서 일까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제가 더 확연하게 느껴져서 인지 이곳에서 생활하는 제가 좋습니다.
저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어디에 있느냐 누구와 함께이냐에 따라 다른
자기 자신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누구에게는 다정하고 누구에게는 불친절한 것이 아니라 어디에 있을 때 더 빛이 나고 누군가와 있을 때 더 빛을 발하는 자연스레 더 다정함이 뿜어져 나오는 그런 게 일본에 있을 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통비가 비싸기도 하고 카페도 부산에 있는 곳들보다 못하기도 하지만 이곳의 약간은 촌스러움이 더 정겹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문맹처럼 인지하고 맙니다. 아직도 가타카나를 헷갈려하고 아예 못 읽거나 어려운 한자 앞에서 작아지는 제가 보이지만 조금 더 열심히 읽어보면 나아지지 않을까요?
일본 살기라는 주제가 어쩌다 조회수가 폭발하면서 시작까지 하게 된 이 연재.
일본에서도 플랫폼을 빌려서 해보려고 합니다.
히라가나 만으로 안되면 역시 파파고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 하는 데 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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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수요일 또 연재로 찾아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