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달살기 하면서 늘 가는 곳만 가세요?
교토에서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는 곳은 거의 정해진 사람처럼 갔던 곳을 계속해서 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곳을 찾아서 전시나 강연 보러 가기도 하고 ( 부산시립미술관에서도 전시했던 모리미술관 연작전시의 작가 시오타 치하루상 전시와 강연 보러 세이카 대학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도심에서 멀기는 했지만.)
일정에 따라서 가보지 않은 곳으로 가보기도 하지만 사람의 습성이랄까? 좋아하는 곳에 계속 가게 되는 건지. 발길을 따라가는 곳이 크게 변하지 않는 건지 가는 곳이 계속 겹치고 있습니다.
꽤 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날도 있습니다만.
자주 가는 곳은 철학자의 길 근처입니다. 지내고 있는 곳에서 자전거로 20분 넘게 걸리려나?
그냥 예전부터 좋아한 곳인데 근처에 두 번 간 양식당도 있습니다. 거의 제가 태어난 해 즈음부터 계속해오고 계신 곳을 지금은 아드님이 이어가고 있는 곳이고 제가 좋아하는 빈티지잔에 커피를 내어주셔서 근처 가면 또 가고 싶은 곳입니다. 전에 갔던 오니기리 집은 이번에는 그냥 패스하고. 근처 빈티지 샵 가서 늘 하듯이 빈티지 그릇이나 커피잔을 사기도 하고 방한을 위한 제품을 보기도 하고 그럽니다.
런치 특선 함바그스테이크
양식당 다카오 사모님이 내어주신 커피
기요미즈데라도 이제까지 몇 번을 갔을까요? 갈 때마다 닌넨자카, 산넨자카 천천히 거쳐 올라가면서 루틴
같은 산보를 합니다. 다 합해서 10번까지는 안되어도 일곱여덟 번 정도 갔는데 어쩌다 보니 늘 가을에만 가서
입장권이 가을의 모습만 압니다. (기요미즈데라는 계절별로 입장권이 다릅니다. )그리고 후시미이나리, 시모가와 진자, 기타노 천만궁 등 이미 갔던 곳이지만 또 발길이 닿거나 누군가 가자 하면 또 갑니다.
왜 나란 사람은 같은 곳을 반복하면서 둘러보고 있는 거지? 하고 생각해 봤지만 큰 이유는 없습니다.
좋았던 곳을 그저 또 가는 사람인 거지요. 가모가와를 좋아하지만 매일 가지는 않습니다. 문득 선셋이 보고
싶어서 일부러 간 적도 있지만 역시나 저란 사람은 나름의 동선에 맞춰서 이동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런데 그 좋아하는 교토도 한 달 정도 지내고 보니 살짝 지겹다는 것입니다. 내내 살고 싶을지 알았지만 또 그렇지는 않더라는 겁니다. 새로운 곳을 디스커버리 하고 싶다는 것과는 또 다른 미묘한 감정인데, 물론 다음 연재에 나올 가보지 않은 근교 우지나 시가현 등도 가고 했습니다만. 당일치기로 가고 싶은 곳이지
역시 아... 내내 지내고 싶다 하고는 다르다는 것.
좋아하는 드라마 대사와 같습니다. 사람은 어떤 곳에 가서 어느 정도 일정 시간을 보내고 나면 결국 본연의
자신의 모습이 더 분명히 드러나면서 결국은 어디에 있느냐 보다는 옆에 누가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뭐 이런
내용의 대화였는데, 더 확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 글이 올라가는 시점부터 아마도 2주 정도 더 머무를 텐데 하루하루 더 알차게 보내야지 하면서도 살짝
게을러진 제가 보여서 마음을 다잡으려 합니다.
여러분은 어디에 계신가요? 옆에 그 누군가가 계신가요? 아니면 아직 저처럼 누군가를 찾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