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씨네코치 Feb 15. 2021

<토이스토리4>를 보는 두 가지 방법

분석과 해석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픽사의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그러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는 기본 규칙에 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거두절미하고 <토이스토리4>의 한 장면을 분석해보겠습니다.


<토이스토리4> 스토리의 중심 줄기는 우디와 개비개비의 대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디와 개비개비의 대립은 스토리텔링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중심 갈등 구도입니다. 중심 갈등 구도란 쉽게 말해 주인공과 악당의 대립 같은 것입니다. 배트맨은 조커와 맞서야 하고, 네오는 스미스와 맞서야 하고, 루크 스카이워커는 다스베이더와 맞서야 합니다. 이러한 선악 대립은 중심 갈등 구도의 대표적인 형태인데요, 영화는 아니지만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처럼 라이벌 구도로 설정할 수도 있고, <겨울왕국>에서 의도치 않게 엇갈리는 엘사와 안나처럼 다채롭게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토이스토리4>의 중심 갈등 구도에서 일어나는 첫 번째 사건은 포키 구출 작전입니다. 우디의 소리 상자가 필요한 개비개비는 포키를 납치합니다. 소리 상자를 꺼내려면 배를 갈라야 하는 우디는 개비개비에게 붙잡히지 않고 포키를 구출해야 합니다. 둘의 욕구가 타협점 없이 충돌합니다. 이렇게 갈등 구도가 형성되었습니다.

 


이제 온갖 장애물들이 포키 구출 작전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우디 앞을 가로막습니다. 포키가 갇혀있는 그릇장은 너무 높습니다. 그릇장에 접근하려면 벤슨'들'의 경비를 피해야할 뿐만 아니라 무자비하고 잔혹한 고양이에게도 들키지 않아야 하며, 골동품점 안의 사람들의 눈에도 띄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릇장 문을 열 열쇠도 필요합니다. 관객인 우리는 우디와 우디 일행이 이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게 됩니다. 이중 그 어떤 일도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열쇠 획득은 예외ㅎ). 우디 일행은 듀크 카붐이라는 중요한 조력자를 만나게 되지만 듀크 카붐이 조력자가 되는 과정도, 그가 능력을 발휘하는 동안에도 늘 불안요소가 작동합니다.


포키 구출 작전을 가로막는 갖가지 장애물들


이렇게 중심 갈등 구도를 구축하고 주인공의 할 일을 끊임없이 어렵게 만드는 것, 이것이 드라마, 즉 극작술의 기본입니다. 픽사는 이런 기본을 철저히 지키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늘 그 효과를 극대화시킬수 있는 아이디어를 선보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스토리텔링이 늘 칭찬받는 것입니다.


제가 설명하는 내용이 복잡하다거나 어렵지 않으셨죠? 반면 여러분이 그간 접해왔던 접근 방식은 이런 식이었을 겁니다. 이 골동품 가게의 이름은 오래된 것, 낡은 것을 뜻하는 안티쿠스입니다. 안티쿠스는 한 때 시대에 뒤쳐지는 사람들을 비하하듯이 가리키는 말로 쓰이곤 했었는데요, 마침 잃어버린 지난 날에 살고 있는 듯한 개비개비가 꼭 여왕처럼 이곳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비개비의 주인이었던 아이의 이름은 조화를 뜻하는 하모니입니다. 개비개비는 멀찌감치서 하모니를 바라보며 자신이 주인공으로 그려지는 동화책 속 삶을 떠올립니다. 이 삶은 소리 상자가 고장난 이후로 하모니로부터 버려져 잃어버린 삶입니다. 즉 개비개비는 자신이 마땅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하는 조화로운 삶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하모니를 바라보는 안티쿠스의 개비개비


저는 지금 두 가지 접근 방식을 말씀드렸습니다. 전자는 분석이고 후자해석입니다. 전자가 설계 지도를 찾는 일이라면 후자는 의미 지도를 그리는 일입니다. 전자에서는 갈등이라는 스토리텔링의 필수 요소를 중심으로, 영화에 배치된 요소들이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해보았다면 후자에서는 눈에 띄는 상징적인 요소들을 선별해 이러한 것들이 어떤 의미 맥락을 구축하고 있는지 해석해본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분석과 해석 모두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분석의 방법과 결과는 창작자들에게만 공유되는 경향이 있고, 일반 관객들에게는 작품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해석적 방법과 결과만 공유되는 듯합니다. 이때 우리에게 제시된 해석이 납득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지금 이 해석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작품을 빌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지요. 지금 이 해석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예술적 가치를 지적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고 있는 것만 같을 때가 있지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일단 우리가 자주 접하는 영화를 설명하는 방식 몇 가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 영화를 설명하는 방식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토이스토리4를 보는 두 가지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