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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네코치 Feb 16. 2021

평론가들은 어쩌다 관객들에게 신용을 잃게 되었나

영화를 설명하는 방식들 몇 가지

이런 경험 다들 한 번씩 있으시죠? 별 점 다섯 개, 다수의 국제영화제 수상, 다들 좋다고 해서 한 번 봤는데,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싶을 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좋다는 건지 모르겠어서 다시 한 번 유튜브를 검색해보아도 거기서 거기인 줄거리 설명만 있을 뿐입니다. 영화를 설명하는 방식이라는 게 애시당초 그리 많지 않아서일까요?


오늘은 영화를 설명하는 방식들 몇 가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1 줄거리 설명


먼저 유튜브 영화채널의 경우를 살펴볼까요. 많은 영화 유튜버들이 이런 작품을 다룹니다. <어벤저스>, <기생충>, <타짜>처럼 이미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작품들, 또는 사람들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외로 흥미를 자극하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작품을 다루는 방식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줄거리를 전달하는데 필요한 필수장면들, 몰입감 있는 주요 장면들을 추려 상황을 중계하듯이 설명합니다. 줄거리 설명은 그 자체로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만 이것을 흥미진진하게 전달하려면 기술이 필요하죠. 재미있게 설명하는 능력은 영화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능력과는 거리가 있으므로 일단 제쳐두겠습니다.


2 배경 정보 제공


반면 전문지식이나 정보력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요, 영화의 소재나 줄거리를 둘러싼 배경정보, 현실에서는 실현불가능한 상황을 어떻게 영화 속 장면들에서 구현했는지, 제작과정에서 일어난 뒷얘기를 전해준다든가 … 이런 것들은 기초 지식과 자료 조사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을 이야기할 때면 원작자인 톨킨이 작품에 구축한 세계관이라든가, 골룸 같은 캐릭터는 어떤 기술로 구현했는지 그리고 당시까지만 해도 배우로서 그리 알려지지 않았던 아라곤 역의 비고 모르텐슨의 섭외 일화 같은 것들을 전해줄 수 있겠죠. 꼼꼼하게 조사하고 분석해서 영화와 관련된 배경 정보들을 소개해주는 경우라면 일반관객들이 상식이나 지식을 늘려가는 데에도 꽤나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는 전문성을 요하는 작업이므로 직업적으로 평론을 하는 사람이라면 필히 수행해줘야 하는 일이겠습니다.

3 예술적 해석


이번에는 직업적으로 영화를 평론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 직업 평론가란?


직업 평론가라 하면 우선 명망있는 공모전을 통해 등단하는 경우를 들 수 있겠습니다. 씨네21 영화평론상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실 영화평론가라는 직업이 생겨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영화평론가가 됩니다. 때로는 영화 전문 기자와 영화 평론가가 구별되지 않기도 하고, 인문 사회 계열의 전공자들이 영화평론가로 일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들은 언론사나 잡지사, 배급사 등으로부터 청탁을 받아 공신력 있는 지면에 글을 씁니다. 방송에 출연하거나 영화제, 상영프로그램 등의 석상에서 직접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원고료, 출연료, 강연료를 받고 전문적으로 이런 일을 하므로 직업 평론가라 할 수 있겠습니다.


▸ 평론가들이 집중하는 지점


그런데 이들은 작품의 예술적 측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술가로서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그것이 영화 속에서 어떤 요소와 함께 드러나는지, 더 나아가 이 작품이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던지는 화두는 무엇인지 …  같은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지난 시간 <토이스토리4>에서 안티쿠스, 하모니 등을 언급하며 말씀드렸던 예시가 이러한 예술적 해석의 기초 작업입니다.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예술적 의미를 밝혀보이기 위해 작품 곳곳에 숨어있는 단서들과 거기서 엿보이는 작품의 내적인, 외적인 의미들을 해석하는 것입니다. 


▸ 비평의 역할 또는 기능


이러한 비평이 제 기능을 해주어야 영화가 예술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나치게 흥미와 자극만을 따라가지 않도록 견제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입니다. 관객들의 눈밖에 난 작품들 중 간단히 지나치면 안 될 작품들의 의미나 가치를 밝혀보이고, 우리가 영화에 접근하는데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할 예술적인 시각을 꾸준히 호소함으로써 관객 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또한 경각심을 갖게 하여 영화예술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비평가와 관객과 제작자 간의 갈등은 꼭 필요합니다. 다만 오늘날의 평단이 영화예술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듯합니다. 제작자들에게 예술적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관객들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반성하고, 또 그 시각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하는데 있어 비평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느냐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사람이 그리 많진 않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관객들의 편을 들어보자면 일반 관객 입장에서는 평론가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나 그것을 해석하는데에만 집중한 나머지 관객과의 접점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일반 관객들은 아예 안중에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일반 관객 입장에서는 줄거리 설명, 배경 정보 제공 그리고 평론가들이 집중하는 예술적 해석 모두 필요합니다. 지난 시간 제가 <토이스토리4>를 예시로 보여드렸던 기술적 분석도 필요하고요. 사실 픽사에서 철칙처럼 지키는 스토리텔링 규범은 픽사 뿐만이 아니라 대중 영화 제작에 있어서 언제나 요구되는 규범입니다. 따라서 일반 관객 입장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규범들을 설명해주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 이 장면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 지금 이 장면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고 있는 요소는 무엇인지, 여기서 쓰이고 있는 스토리텔링 전략은 무엇인지 … 뭐 이런 것들을 알 수 있는 기초 개념들을 전해주는 것이죠. 


앞으로 저희 지면에서는 이러한 기초 개념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차근차근 나아가 깊이 있는 내용들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토이스토리4>처럼 흔히 영화라고 불리는 작품들 뿐만 아니라 유튜브 콘텐츠,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하고 친숙한 사례들 또한 다뤄보려고 하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포크포크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된 <태어나서 처음 색깔을 본 66세 보디빌더 아빠의 반응>이라는 영상과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클립인 <송지효, 담력테스트 도중 눈물 펑펑>을 예시로 영화 스토리텔링의 핵심 구도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해당 예시들은 제목을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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