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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Jan 29. 2019

요리사의 집 LA CASA DI CHEF

#001 첫번째 이야기

고구마 뇨끼 (gnocchi) 만들기 (Aljezur, Algarve, Portugal)

내 남편은 이탈리안 요리사이다. 그는 레스토랑의 요리사 이기 전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위한 요리사이기도 하다. 레스토랑의 메뉴에 따라 만들어지는 요리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한 요리사가 자신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위해서 집에서 만드는 요리는 어떤 것일까? 
 
유럽이란 지역적 특성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가족이 되거나 친구가 되어 함께 문화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고인생을 나눌 수 있게 한다우리 가족 안에서만 해도이탈리아한국프랑스독일미국노르웨이스웨덴 국적을 가진 가족들이 함께 삶을 공유하고친구들로 넓혀가면 스페인포르투갈벨기에멕시코캐나다말따세르비아보스니아브라질영국일본 등등,,,,셀 수 없이 많은 국적의 친구들이 서로 함께 삶을 공유한다. 서로의 음식을 선보이거나 재료들을 주고받으며, 그들과 함께 새로운 요리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우리 가족들은 자주 여행을 가고, 그곳 현지에서 갓 공수해 온 신선한 재료들을 가지고 퓨전적인 요리들을 시도하길 좋아한다하물며가까운 친구네 집이든다른 나라에 사는 친구들 집에 가도 그 집 부엌의 셰프는 남편이길 자쳐한다. 어떤 때에는 주 재료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친구 집에 가기도 하고거기에 와인 박람회라도 들린 다음이라면질 좋은 희귀한 와인들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가기 일쑤다이런 나의 이탈리안 요리사 남편이 생각하는 요리와 인생에 대한 철학은 첫 아이가 8개월 되었을 때세비야의 화려한 삶을 접고 이탈리아에 갓 돌아왔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세비야의 모든 생활을 접고 이탈리아의 밀라노 근교의 남편의 가족들의 집으로 왔을 때,  남편의 아버님은 정말 말 그대로, 집을 벽을 만들어 반을 뚝 잘라서 우리에게 집을 내어 주셨다. 남편 으로서는, 14년 만에 돌아온 이탈리아였다. 14년 동안 버려졌던 집을 거미줄이며, 곰팡이며, 묶은 떼를 모두 닦아내고, 손수 페인트칠을 하고, 바닥을 나무 목재로 직접 깔아서 작은 공간이지만 아담하고 따뜻하게, 나름 살 만하게 만들어 놓았다. 남편이 돌아왔다는 소문이 돌며, 남편의 옛 친구들(최소 25년에서40년알아온 친구들)이 굳이 미리 전화도 안 하고도 편하게 우리 집을 드나 다녔다. 이런 곳이 우리 집이었다. 남편이 예전에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에 어떠했었는지를 묘사하면서, 언제나 남편의 집은 아버님이 요리하시고, 최소한 8-9명의 사람들이 언제나 와서 식사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러 들리곤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작은 공간이어도, 사람들이 서슴없이 와서 함께 식사를 하고, 삶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 곳이 진정 행복한 곳이 아닐까? 멋진 장소란 인테리어가 멋지거나 집이 크거나 비싸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누가 살아가고, 어떻게 삶을 꾸려가는가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그렇게 토로하는 나의 이탈리안 요리사의 요리와 우리 가족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가족적인 요리들을 선보이려고 한다. 언젠가 기회가 되어서 여러분이 우리 가까이에 온다면 언제든 우리 가족의 요리와 인생을 함께 나눌 수 있다고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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