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maDarling Jan 29. 2019

감자 뇨끼 VS 고구마 뇨끼Gnocchi

#002 두번째 이야기


요리 이야기 하기 이전에, 어쩌면 먼저 우리 가족들의 이야기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첫 아이를 가지면서 남편과 나는 우리 아이와 함께 할 커다란 그림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아이에게 어떤 미래를 안겨주고 싶은 것인지, 어떤 환경 속에서 같이 살아가고 싶은 것인지,,,,,쉴새 없이 얘기하고 생각하고, 찾아가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1년에 6개월만 일하는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돈을 버는게 아니라 시간을 버는, 함께 시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질 적 삶을 살아 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6개월은 남편의 레스토랑들이 있는 포루투갈의 Algarve 남쪽의 바닷가 앞에서 보내고, 남편의 일이 끝나면 일단 밀라노 근교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는 곳에 머물며 여러 곳을 여행다니곤 한다. 포루투갈에서 지내는 6개월 동안에는, 이탈리아에서 친구들이 매달 놀러와 주고, 우리 또한 한국과 벨기에, 스페인 등등 친구들이 있는 곳에 다니곤 한다. 

아빠와 함께 고구마 뇨끼를 만드는 만 2살된 둘째 딸


이탈리아의 우리집 앞에는 커다랗지는 않지만 작게 여러가지 야채들을 재배하는 농장이 있다.여기에서 재배되는 감자는 진짜 감자의 맛이 난다. 개인적으론 감자로 만드는 뇨끼Gnocchi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 나의 이탈리아 요리사 남편이 만들어 준 뇨끼Gnocchi는 2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이렇게 보통 뇨끼는 감자로 만드는데, 개인적으로 남편이 만들어주는 고구마 뇨끼를 더 선호한다. 감자보다 더 부드러우면서 살짝의 달콤한 맛이 더해서 좋은 올리브 오일과 36개월 된 파마산 치즈를 뿌려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한국에서는 고구마 구하기가 쉽지만, 유럽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와 비슷한 고구마를 찾을 수 있었던 곳은 포르투갈 뿐이었다. 바로 옆 나라인 스페인에서도 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스페인에서 지낼 때에도 포르투갈에 놀러갈 때면 고구마를 10kg씩 사오곤 했었다.


집앞 감자 농장에서 가져온 감자 뇨끼


둘째 딸은 아빠랑 같이 뇨끼Gnocchi를 만들겠다고, 고사리 만치 작은 그 손으로 조물락 조물락 가래떡 처럼 길게 만들더니, 이제는 조금 더 컷다고 아빠는 과일 자르는 칼을 대범하게 건내 준다. 첫째 아들도 어릴 적부터 아빠와 엄마와 함께 요리를 해온 터라, 어릴 적부터 칼을 쓰기 시작했다. 아들이 만 4살 반 정도 되었을 때에는 아빠와 함께 요리를 하면서 커다란 칼을 쓰고 싶다고 하자, 이 요리사 아빠는 쿨 하게 요리사가 쓰는 커다란 식칼을 아들에게 건네 주었다. 나 또한 대범 하기론 누구 못지 않는데도, 옆에서 살짝 놀라기도 했지만, 아빠와 아들을 믿고 아무 말 없이 있는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능력을 과소평가 할 때가 많다. 아이들은 우리가 믿는 만큼 커간다.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아이들이 하는 것을 믿고 기다려 주면,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지 못하는 일을 생각지도 못한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낸다. 


토마토 소스와 올리브 오일로 버무린 뇨끼 (왼쪽, 중간), 고르곤 졸라 치즈와 버터로 만든 소스로 버무린 뇨끼 (오른쪽)



매거진의 이전글 요리사의 집 LA CASA DI CHEF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