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세번째 이야기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왔다. 남편이 벽에 텔레비젼을 거는 데 공구가 필요해서 도움을 청했었나 보다. 남편의 아주 오래 된 친구 Toni. 14살에 Toni와 남편은 단 둘이서 프랑스까지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었다고 한다. 어떻게 국경을 넘었는지, 부모님들이 어떻게 허락하셨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이 둘은 어릴 적부터 스쿠터를 타고 여기 저기 잘도 돌아다녔었다고 한다. 정말 부러운 이야기이다. 또한 거의 40년을 알아온 사이,,,,그들 사이에는 고맙다는 형식적인 말은 별로 필요치 않다. 잠시 들려서 텔레비젼 거는 것만 도와주고 가려던 Toni는 남편이 내어놓은 와인에 발이 묶이고, 우린 아페리티보Aperitivo를 하게 되었다.
아페리티보Aperitivo 란, 이탈리아북쪽지방, 밀라노 쪽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인데, 일종 식전에 하는 가벼운 술 자리라고나 할까? 보통은 저녁을 먹기 전에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볍게 와인이나 칵테일, 맥주 등을 기울이는 것을 말한다. 보통 바bar에서의 아페리티보 Aperitivo는 어디에 가느냐에 따라서 안주의 컬리티는 하늘과 땅 차이 이다. 보통 기본으로, 빵, 쌀라미(salami 돼지고기를 소세지처럼 만들어 건조한 것), 치즈가 제공되고, 샐러드나 차가운 파스타, 그리시니(grissini 원조는 피자 끝 부분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니 피자 반죽으로 만든 과자), 포카차(focaccia 로마 식의 두꺼운 피자에 아무런 소스없이 된 것부터 토마토 소스나 치즈, 야채, 고기등을 얹은 것등 다양하게 있다.)나핏제떼(pizzette 미니 피자라고 생각하면 된다.)가 제공 되기도 한다. 와인이나 칵테일등의 주류를주문하면 안주는 공짜로 제공된다.
오늘의 예기치 못했지만 언제든 환영인 Toni 덕에, 우리는 새로운 와인을 열었다. 처음 열은 와인은 Valpolicella Superiore 이다. 4년 전 처음으로 Verona를 여행 가서 맛 보게 된 Valpolicella 는 잊을 수가 없다. 처음 이탈리아 와인이나 스페인 와인을 접했을 땐 프랑스 와인에 길들여진 나의 입맛엔 좀 세다는 인상이 깊었다. 하지만 점점 그 맛에 익숙해지고 나면, 빠져나올 수 없는 이탈리아 와인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그 맛에 사로잡혀 근처의 와인 농장들을 찾아가며 Valpolicella와 Amarone를 박스들에 차곡차곡 사가지고 돌아오던 그때를,,,,, 오늘 마시게 된Valpolicella Superiore는 3년이 된 와인으로, 색은 옅고 젊은 와인같은 인상이지만, 시간을 두고 마시면 그 깊이가 더해지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와인을 꺼냈으니, 안주도! 남편이 쌀라미(Salami)와 파마산(Parmigiano)치즈, Pane carasau (이탈리아 섬인 사르데냐Sardegna의 특산물로, 빵 이라기 보단 얇고 넓게 만든 스낵에 가깝다. 우리는 보통 스프 밑 바닥에 깔아서 먹곤 하는데, 스프에 넣어서 먹으면, 녹으면서 빵에 가까워진다.) 안주를 내 놓았고, 점점 이야기 꽃이 피더니, 1시간만 있다가 돌아가야 한다던 Toni는 결국 간단히 점심을 곁들이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인 Cabernet Franc 로 마무리를 하였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포도 종은 Cabernet 이다. Cabernet만 100%인
와인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지만, 6년 전 남편이 나의 생일에 특별히 맛 보게 해주었던 100% Cabernet는 여태 좋아 했었던 포도 종의 정체를 밝히게 된 날이었다고나 할까? 오늘 새롭게 맛 본 Cabernet Franc는 Cabernet 와는 전혀 다른 종이다. Cabernet Franc 는 이탈리아의 포도 종 중에 하나 이다. 여러 종류의 와인을마셔 보았지만, 어떤 와인과도 비슷하지 않은, 전혀 새로운 맛 이었다. 요즈음 와인의 도수를 낮추기가 힘들어졌다고 하던데, 이것은12.5 도로 보통 와인들에 비해 도수가 낮은 와인이다.
이렇게 금요일 이른 오후에, 만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친구와 와인을 기울이는오늘, 조금씩 추워지는 이 겨울이 그렇게 춥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