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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Jan 30. 2019

잠시 정신 놓고, 반성 후 준비한 아침식사

#004 네 번째 이야기


우리 아이들은 일 년에 반은 바다의 아이들이고, 반은 숲 속의 아이들이다. 포르투갈에서는 집에서 나오자마자 10m만 가면 바로 바다이고, 이탈리아에 돌아오면 숲 속 유치원에서 아침부터 이른 오후까지 숲에서 친구들과 논다. 부모들이 모여 만들어진 이 숲 속 유치원 아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내기 때문에, 보통 흔히 걸리는 감기도 잘 걸리지 않고, 혹여 걸려도 금세 낫는 놀라운 면역력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일 년에 한 번 감기에 걸릴까 말까 한다. 

이런 두 아이가 오랜만에 감기에 걸려서 식욕도 없는데, 잘 먹어야 낫는다는 한국의 관습 마냥 밥과 죽 등을 먹이려고 노력하는 나를 뒤로 하고, 내 이탈리안 요리사 남편은 시장에서 온갖 과일들을 사 와서 칵테일 바의 바텐더 마냥 유혹적으로 과일들을 아이들 입에 쏙쏙 넣는 게 아닌가!!! 그러곤 그냥 시큰둥한 목소리로 왜 굳이 먹기 싫다고 하는데 먹이려고 하느냐고,,,,아이들은 아프면 본능적으로 자기 보호 기능이 작용하기 때문에, 필요한 게 있으면 스스로 얘기한다고. 게다가 과일 들에는 온갖 좋은 비타민들이 가득해서 오히려 더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내뱉는다. 아,,,,,,한 순간 멍,,,,내 실수를 인정하는데 익숙지 못한 내 성격상 바로 그 말이 맞다고 얘기하기보다는 침묵과 무 액션으로 수긍한다. (변명: 평소에 과일들을 아이들에게 공수하는 건 내 몫이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조용한 반성 후 준비한 다음 날 아침 식사. 평소 집안에 설탕은 사놓지도 않지만, 오늘은 조금 미안한 마음으로 어제 아빠가 공수해주는 많은 과일들 중 반응 좋던 과일들 (시칠리아 Scilia에서 주문해온 유기농 오렌지, 집 앞의 0km 과수원에서 직접 가지고 온 키위)과 버터를 살짝 발라 구운 토스트에 벨기에에서 가지고 온 귀한 초코 크림을 아침 상에 올렸다.


이렇게 다문화 가정에서는 한 문화가 가지고 있는 관습이 다른 문화와 완전히 상반되는 일들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면,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우리는 스페인 남부인 세비야에서 살고 있었다. 임신 중 여러 정보들을 나는 나 나름대로 한국에서, 남편은 남편 나름대로 이탈리아에서, 그리고 나의 주의치는 스페인 의사로, 스페인의 여러 관습을 적용해서 조언해주곤 했었다. 이렇게 여러 군데에서 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이 나라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게 다른 나라에서는 가볍게 허용해 주기도 한다. 이렇게 상반되는 여러 가지 정보들을 수집하며 우리가 깨달은 것은결국 가슴이 이끄는 데로 가는 게 답이라는 것이다. 어떤 부모도 자식을 위해서 두 번째로 좋은걸 선택하진 않는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자식들을 돌본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나와는 좀 다른 육아 선택을 한다고 해서 이를 비뿔어진 시선으로 보아선 안된다. 자식을 낳아봐야 인생을 안다는 말처럼, 부모가 되어서 이 아이들과 배워가는 게 참 많다.


"절대"라는 단어는 젊을 적에는 꼭 모가 많은 거친 돌처럼 여기저기 부딪칠 때마다 주변의 여러 모순들과 타협할 수 없어서 더 아프고, 다른 이가 받았을 상처는 미쳐 생각지 못하고 삐죽삐죽 어디에도 들어맞지 못해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했었다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여기에 깎이고 저기에 깎이며 모가 마모되듯 주변과 같지는 않아도 함께 있을 수도 있게 되고, 그러면서 나와 다른 그 입장을 합리적 사고나 머리로써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생기게 된다. 이게 나이가 드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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