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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Jan 29. 2019

세상의 모든 곳이 집인 아이들

#001 첫번째 이야기

친구 길호, 세호를  만나기  위해서  찾아간 Gant, Belgium


둘째 딸은 이제 곧 만 세 살을 바라보므로, 진정한 개념의 친구를 논하기란 좀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아이도, 세상 곳곳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을 기억하고, 사랑한다. 첫째 아들은 곧 만 여섯 살이 되어가고, 이 아이의 친구들은 포르투갈, 한국,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에서 각기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들 중에는 세상의 모든 곳이 집인, 우리 아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도 물론 있다. 이들은 부모들 각자가 다른 나라 출신이고 비 링 구어 bilingual 또는 뜨리링구어 trilingual를 하는 아이들이다. 이들이 게는 어떤 사물 하나도 다른 이름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머리로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알고 태어난다. 이들에게는 고정관념이란 게 깨지고, 문화가 고집하는 전통 이란 건 바꿀 수도 있다는 걸 익숙하게 알면서 살아간다.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다고나 할까?


이탈리아에서부터  첫째 아들을 보기 위해  찾아와 준 Lorenzo, Armacao de Pera, Algarve, Portugal


많은 부모들이 말하곤 한다. 아이들이 점점 커갈수록 자신의 친구들, 자신의 공간, 자신의 영역을 고집하기 때문에, 커버린 이후로는 살아가는 터전을 옮긴다는 건 여간 힘들고 어려운 게 아니라고,,,,한 곳에서 자라서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고, 그곳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왔다면, 아이만이 아닌, 어른들, 부모들 또한 바꾸기 힘든 게 분명하다. 아니면 지금 살아가는 상황에 지쳐서 모든 걸 바꾸고 싶은데, 바꾸기에는 이미 이루어 놓고, 터를 잡아놓은 뿌리가 너무 깊다고 생각되어 손을 놓지 못하는 이들도 물론 많을 것이다. 나 또한 아직은 아니라고 말하기는 이르다. 큰 아이가 아직 만 6세밖에 안되었으니,,,,  



하지만, 한 예를 들면, 나의 첫째 아들은 만 한 살이 되기 이전에 이미 5개국의 나라를 돌아다녔고 (한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만 한 살까지 2 나라에서 2개의 집에서 살았으며(스페인, 이탈리아), 만 네 살까지는 3개국의 나라에서(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3개의 집에서 살았고, 만 여섯 살까지 2개국의 나라에서(이탈리아, 포르투갈) 2개의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아이에게 집이 어디냐고 묻는 건 좀 우스운 질문이다. 이 아이에게 집이란, 가족이 함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집이란 개념은 더 이상 장소적인 의미가 아니라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에 함께하는 커뮤니티인 숲 속 유치원, milan, Italy


이 아이들에게 친구란, 세계 어디에서 건 만날 수 있고, 시간을 나누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우정을 지속하기 위해서 부모로서 우리들 또한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매년 아빠의 프로젝트 일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그 친구가 있는 곳에 열흘씩 비행기를 타고 찾아가고, 이탈리아의 친구들 가족들이 바캉스로 올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거의 매 달마다 친구들이 일주일에서 2주일, 혹은 20일가량 함께 포르투갈에서 보내곤 한다. 


포르투갈에서 인연이 되어 친구가 된 수미 씨네 가족들을 보기위해 벨기에로 떠난 여행, Gant, Belgium
이탈리아에서 찾아와 준 Gio네 가족, Armacao de Pera, Portugal
숲속 유치원 친구들인 Libera와 Enea 가족과 함께한 주말 여행, Italy


한국의 또래 사촌들과의 만남을 위해 그 찌고 더운 8월에 아이들과 새언니의 방학 때를 맞추어서 (새 언니이자 나의 오래된 친구이고, 나의 조카들의 엄마인 그녀는 중학교 미술 교사이다. ) 1달을 한국에서 시끌벅적하게 지내고 오곤 했다. 또한, 독일 뮌헨에 살고 있는 남편의 여동생 가족들을(사촌 누나들은 3개 국어가 모국어이다.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만나기 위해 매년 독일에 우리가 가거나, 여동생 가족들이 우리를 만나기 위해서 이탈리아나 스페인, 포르투갈로 놀러 오곤 한다. 이렇게 우리 아이들에게 가족이란, 친구란 세계 곳곳에서 살아간다고 익숙하게 생각한다. 


밀라노에서 다시 만난 독일에 사는 사촌 누나들(왼쪽) Milan, Italy, 한국에서 다시 만난 사촌 친구들(오른쪽), 양평, 한국


이렇게 만나는 세계 각국의 친구들이 서로에게 주는 영향은 엄청나다. 몇 개월 전에 엄마는 한국계, 아빠는 프랑스인인 친구들을 만나러 열흘 가량 벨기에에 있었는데, 다녀와서는 좋아하는 “겨울왕국” 노래를 프랑스어로도 듣고 싶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겨울왕국의 “ let it go” 노래를 우리는 한국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로 듣곤 한다. 


길호, 세호의 프랑스인 아빠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알아듣는지 모르는지,,,,30분을 저러고 집중하는 첫째 아들, Gent, Belgium


또한, 포르투갈에서 만나게 된 쌍둥이 친구들 또한, 엄마는 한국계, 아빠는 영국인인데, 이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우리 아이들의 영어 악센트가 변하고, 이 쌍둥이 친구들은 장난으로 서로 이탈리아어를 구사하기도 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넷이 모여서 한국어, 영어, 이탈리아어를 주고받고 머지않아 포르투갈어 또한 섞을 경향이 이미 보인다.


포르투갈에서 만난 엄마는 한국계, 아빠는 영국계인 쌍둥이 친구들인 Sky와 Hope와 함께. Silves, Algarve, Portugal


또 다른 친구는 엄마는 중국계 캐나다인이고 아빠는 프랑스 인이며 이 둘 사이에서는 영어를 쓰는, 장차 모국어가 3개 내지 4개가 될 아이이다. 이들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어디가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곳일지를 찾아다니고 있다. ( 아직도 이들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이미 그녀와 속 깊은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지만, 세상에 “완벽한 곳” 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계속해서 여행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중요한 건, 현재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곳에 충실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지 라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많은 미래의 계획이란 부질없다는 것, 가끔은 삶의 바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게 놔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 너무 미리 많은 것을 계획하려고 하지 않는 것,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너무 미리 걱정하면서 준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살아가며 만나는 이들을 보며 배워간다. 


포르투갈에서 만난 인연으로 Worldschooling가족인 Fafi, Christina, Kaileia와 함께.  Zambujeira do Mar, Alentejo, Portugal


세상의 모든 곳이 집인 아이들,,, 가끔 궁금하다. 이 아이들이 크면 어떤 사람이 될까 하고,,,, 2년 전 무심히 물어본, 크면 뭐가 되고 싶은지에 나의 큰 아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즐겁게 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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