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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Jan 30. 2019

둘째 아이의 금발 머리를 빗겨주던 중에 든 생각,,,,


나의 둘째 아이의 머리카락은 금발이다. 한국인 엄마에게 선 나오기 정말 힘든,,,,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태몽으로 금발에 파란색 눈인 아이를 보았었다. 하지만 첫째가 태어났을 때 나의 남편의 첫마디가 “ 모두 당신만 닮았는걸!!! 부처인데???”였다. 검정 머리에 회색 눈을 가지고 태어나 1살이 되기 전에 갈색 곱슬머리에 밝은 갈색과 녹색 끼를 띈 눈동자를 가지게 되었다. 이에 반해, 예상치도 못하게 둘째 아이는 첫째 아이의 태몽 때처럼 금발에 밝은 파랑 눈을 하고 태어나 만 2살 반인 지금, 아직도 금발에, 눈동자는 밝은 녹색에서 파랑 색을 왔다 갔다 한다. 이런 금발 아이의 머리카락을 빗기고 있으니 마치 다시 마루 인형을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어릴 적 마루인형들의 머리를 빗겨주던 것이,,,,,그때에는 인형들의 머리카락들이 너무 얇아서 잘도 엉켰다. 하지만 인형들인지라 나의 거친 손길에도 단 한마디 비명이나 불평 없이 잘도 이겨내곤 했었다. 고맙게도 나의 조그마한 금발 머리 아가씨는 그래도 잘도 나의 빗질을 참아내곤 한다.


대학 시절 “나의 사촌은 금발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그림, 영상 작업을 했었던 게 오버랩되기도 한다. 내가 7살 즈음 이었을거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년전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둘째 고모가 한 스웨덴 유학생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었고,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나의 혼혈 사촌들이 한국에 찾아왔었다. 이런 나의 혼혈 사촌들을 나는 금발 머리로 그렸었다. 나의 혼혈 사촌들은 정말 인형처럼 예뻤지만 사실 금발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그들을 금발로 그렸었을까? 금발이 주는 환상? 마루 인형과의 동일시하고픈 열망? 외국에 대한 환상과 동경? 이 작업을 통해서 해외 물에 대한 무비판적 동경에 경종을 울리려던 나였건만,,,, 정작 내 아이는 금발로 태어났다.



이런 나의 금발 아가씨를 데리고 다니면, 한국에 가든, 유럽에 있든, 길 가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들을 쳐다 보곤 한다. 과연 저 사람은 누구일까 하고 말이다. 친구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사람들이 아마도 나를 베이비 시터라고 생각할 거야”라고 말하곤 한다. 조금 너무 막 대하는 베이비 시터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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