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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앤롸이언 Jan 07. 2020

[아내그림] 고양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

호주 퍼스 이야기

어제 밤인가, 신년의 흥분이 가시고 다시금 현실에 고민해서인지 자주 잠을 못이룬다. 악몽을 꾸고 깨서는 또인가...한숨을 쉬었다. 서울과 달리 바깥에도 조명 하나 없는 곳이라 말그대로 새까만 어둠 속, 그냥 기분이 많이 가라앉았다. 옆에 아내가 있지만 아내도 잘 자는 편이 아니라 깨우고 싶지 않았다. 심호흡 몇 번하고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지만 쉽사리 오지 않더라. 뒤척거리며 내일 일 가야하는데...복잡한 마음에 걱정까지 더해지니 더 정신이 또렷해지려는데 갑자기 마루가 침대 위로 점프하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 밑에서 자는 녀석이라 내가 출근하려 일어날 때까지 올라오지 않는 녀석이다. 그러더니 이불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고는 내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우리 마루, 왜? 내 걱정해주는 거야? 고롱고롱 대는 녀석의 배를 만지고 있자니 기분이 조금씩 나아졌다. 머리, 배, 엉덩이, 꼬리 길게 쓰다듬다 보니 다시 잠이 들었던 거 같다.


가끔 마루를 보고 있으니 그냥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인연인가 묘연인가. 추운 겨울 내가 데려온 게 아니라 인생 가장 추운 시기에 이 녀석이 날 안아주러 온 거 같기도 하다. 귀가길 문 앞, 화장실 앞, 부엌 옆, 침대 위. 오늘도 그렇게 서로를 찾는다.


글 쓰는데 내 이야기 중이냐며 옴.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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