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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프롤로그 

     

 코끼리 사슬 증후군당신은 아닐까?

     

 서커스 단에서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쓰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말뚝을 박고 사슬을 연결하고 아기 코끼리의 뒷다리를 묶어 두는 것이다. 아기 코끼리는 아직 힘이 없으니 안간힘을 써봐도 사슬을 끊거나 말뚝을 뽑을 수 없다. 안타깝지만 말뚝 주변을 벗어날 수 없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코끼리는 사슬이 닿을 수 있는 곳까지 밖에 가지 못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말뚝 주변을 자신의 한계로 정한다.

 이것은 코끼리가 자라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을 때도 유지된다. 말뚝을 뽑아버리고 사슬을 끊어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슬을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사슬을 풀어두어도 말뚝 주변을 벗어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고 말아 버린다.


 한동안 많이 공유되었던 코끼리 사슬 증후군이다. 우리는 기획이라는 단어 때문에 진절머리 날 만큼 스트레스를 받아 본 기억이 있다. 


 시간에 쫒기며 보고서를 타이핑하고 출력되기가 무섭게 들고 부장님 실로 뛰었던 경험도 있다. 아슬아슬하며 식은 땀 난다는 말이 무엇인지 난생 처음 알게 되었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입에서는 연신 ‘미쳐버리겠다.’ 라는 말이 연신 나왔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기획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때는 언제일까그리고 왜 그래야 하는 것일까


일본식 품의제도 속 결재제도기획과 기안의 혼돈


 어느 순간, 미숙한 내가 제안서를 작성해서 가져가고 상급자들은 답답해하거나 칭찬하며 결재라인을 ‘밟으면서’ 일을 처리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대폭 수정할 거라면 애초에 기획을 직접 주도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기획 서적들을 쌓아놓고 공부했다.  

 조금 알고 나니 오히려 내가 답답해졌다. 심지어 기획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획을 배워왔던 것이었다. 그들이 설명하는 내용을 정확히 구분하자면 일본식 품의제도에 영향을 받은 결재체계에서 기안문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기획이 아니었다.


미국식 플래닝을 일본식 기획으로 설명하다 얼버무리기 


 그러나 막상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할 때는 미국식 플래닝 기법이 적힌 책 밖에 없으니 이 둘이 기묘하게 융합된다. 일본식 품의제도 속 결재라인을 거치는 보고서를 기안하는 방식에 미국식 기획을 구겨 넣어 온 것이다. 

 Plan은 Planing의 결과이자 산출물이고 Planing은 plan의 과정이다. 이 둘이 나무와 숲의 관계라고 보기 어려운데 기획과 계획의 차이를 애써 설명하려고 한다. 하지만 기획자라는 말을 영어로 번역하는 게 쉽지 않다. 기획자와 계획자를 영어로 구분할 수 있을까? 과장-부장-상무-대표 로 나가는 결재를 번역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결정적으로 기획서 라고 부르면서 정작 영어로는 Proposal 제안서다. 


영미권 기업들과 업무하다보면 실컷 회의하고 나서 부서장에게 결재 받고 승인받아 오겠다고 하면 황당해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한편 일본 작가들이 출간하는 기획에 관련된 서적을 보라. 여전히 도형을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조각을 내고 현재의 문제점만 나열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야기하는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기획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오류를 해결하는 것을 문제해결이라고 여긴다,


 기획은 목표로 하는 최종상태가 현재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에 따라 개선, 혁신, 혁명적임이라는 체감 거리가 생성된다. 단지 원래 잘 되어야 하는 것이 지금 잠시 낮은 수준이 되어 있으니 무엇이 고장난 것인지 찾아서 고치는 것이 문제해결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것은 기획이 아니라 정비이자 유지보수다.  


현재의 한계와 결핍을 분석하자.


 우리는 직장인이 되면서 새로운 말뚝을 박았다. 그리고 사슬을 채운 채 직장생활을 하는 코끼리가 되었던 것이다. 제 아무리 성장해서 바꿔보겠다고 해도 바꿔지지 않는다. 자신의 말뚝조차 해결하지 못하는데 무엇을 바꿔야 되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심지어 어떤 행정 체계, 정책 제도 속에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도 만나는 인물들에게 궁금하기도 하고 테스트도 할 겸 몇 가지 질문을 하는데 답하는 이가 별로 없다. 

 ‘우리 기관에서는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등급으로 구분하여 지급하고 어떤 성과측정 제도를 사용하고 있죠?’ ‘연간 사업계획에 따른 예산이 반영되고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제도는 무엇이죠?’ ‘왜 S.O.P가 없죠?’ ‘승진을 하는데 있어 어떤 평가를 통해서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죠?’ 이렇게 물으니 당황해 하던 고위직 임원급 인사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제도는 그냥 한다고 말하는 것 뿐이고 부서장의 눈깔 점수로 하는 것이지 않을까? 인간관계 잘 맺고 말 잘 듣는 사람이 승진하는 것이지.. 뭐”

 그렇게 해서 무능한 인사들이 승진하고 피터의 원칙을 그대로 증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존 시대의 말뚝을 끊고 기획을 재정의하자.


 어느 순간 직급이 높아지고 부서장이 되었을 때 기획의 주도권을 가지고 리드하고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포브스에서는 매일 세계 부자 순위를 업데이트 한다. 일론머스크, 제프 베조스, 빌게이츠, 마크저크버그 등 이들의 이름이 10위 권내에서 유지된다. 그들은 스스로가 자신의 기업을 기획한 기획자들이다. 기획에 대해서 아무리 쉽게 설명하려고 한들 직장 상사에게 인정받는 보고서 만드는데 집중하는 수준이라면 여전히 기획이 아니라 기안일 뿐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최종상태

     

 이 책은 기획서 작성법을 설명하는 실용서가 아니다. 기획 업무를 하다보니 느끼게 되는 한계, 조금 더 차별화된 방식으로 전환하고 싶은 부서장, 세계 최고 부자들이 떠오르던 시기처럼 리드하고 싶은 CEO들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 되고 싶다.

 이 책에서 지향하는 최종상태는 무언가 하면 되는 우리 한국인들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와 같은 흑자 기업이 가진 조직문화를 설계하는데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목표는 다음과 같다. 

 기획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잘 못 알려진 부분을 바로잡아 Desired End State, 이루기를 바라는 최종상태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가장 처음이 되도록 한다.  

 저가항공이라는 간단한 정체성이 허언이 아니라 실제로 기업이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평가척도가 될 만큼 정체성이 되도록 성공 프레임을 완성하고 그 프레임을 기업의 정체성으로 하여 강력하게 지켜나가게 한다.  

 상급자에게 인정받는 게 목적인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헛수고가 사라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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