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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때는 언제일까?

기획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때는 언제일까?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기획서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때가 있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지금 이 프롤로그를 쓰면서도 그렇다. 지금까지 기획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던 때를 생각해보니 다섯 가지 정도의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 듯 하다.    


일단 기획서를 가져와보라고 해서 기안할 때 불치병 선고형  


 기획에 관련된 서적 대부분이 도입부에 적는 내용이다. ‘부장님이 다음 주까지 기획서를 가져오라고 하신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은 것을 뜻한다. 왜 갑자기 나에게 해오라고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내가 그걸 할 위치도 아닌 경우가 있어 기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린다. 기획도 사실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몰라 도움을 청하지만 다들 바쁘기도 하고 그들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워낙 생소한 주제로 기존 자료 중에서도 도움 될 만한 내용도 없어 난감한 상태. 결국 기획에 관련된 서적을 쌓아두고 배워가며 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이 때가 가장 미쳐버릴 것 같았다.


나쁜 사내정치에 엮인 결재 보고서 기안할 때 갈등속 기안형  


 부장님은 A로 하라고 하는데 새로 오신 부기관장님은 B를 원하는 눈치다. 과장님도 이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정작 직원들 대다수가 원하는 건 C다. 부장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 오신 부기관장님과 부장님 이 둘 사이에서 파워 게임처럼 되어 버렸다. 부장님 결재를 받아 A를 가져가면 부기관장님은 돌려보낸다. 직원들은 왜 C로 하지 않느냐?고 실무자로서 윗사람들에게 직언을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따지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통씩 온다. 나는 A와 B와 C중에 도대체 무엇을 기획해야 할까? 미쳐버릴 것 같다.


내가 더 좋아지기 위한 기획을 해야 할 때 도전형 


 이 글 또한 어떤 공모전을 염두하고 쓰고 있다. 제출 마감시간까지 여유가 있을 때도 머리가 복잡했었는데 마감시간이 다가올수록 더 복잡하다. 물론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아니다. 내가 몹시도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쳐버릴 것 같다. 행복해 미칠 것 같다. 퇴근 후 휴일 간 틈 나는 대로 쓰고 있다. 언제든 그만해도 되기에. 


만족도 높은 행사를 기획해야 할 때 이벤트 준비형  


 동시에 직장에서는 연례 사업 진행을 기획하고 계획을 작성해야 한다. 교육, 세미나, 체육대회, 평가, 정기총회 등 연간 계획된 행사의 연속이다. 일정을 잡고 장소도 선정해야 하며 식순도 정하고 초청도 해야 하며 이벤트도 준비해야 한다. 작년과 거의 동일하게 하고 싶지만 직원들도 그때 있던 멤버들이 아니다. 다들 처음 하는 만큼 일의 진행이 쉽지 않다.


주제 발표 제안서를 기획해야 할 때 개선 제안형  


 이에 더불어 예정에 없던 상급기관 회의가 잡혔다. 지금보다 나아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프로젝트 컨셉을 기획하라는 것이다. 이제껏 너무나 황당하게 진행시켜온 일들이 많아서 문제와 문제점을 집어내는 것은 쉽다. 다만 그것이 관련된 Regulation규정, Standard Operation Process 표준업무수행절차 의 문제라기 보다 해당 직원의 업무 미숙 때문에 발생한 혼선이거나 애초에 잘못된 과업이 지시되어 벌어지는 문제다 보니 이런 점을 피드백하면 누군가는 굉장히 기분 상할 일이라 언급하기 꺼려질 뿐이다. 그런 일들을 피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제안 하는 것 역시 쉽지만 나 혼자에게만 적용되는 일이 아니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안 해도 될 일이 업무리스트에 추가될 수 있다. 그러니 가급적 말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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