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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람 Jun 28. 2016

죽기로 결심한 날, 한 가족이 이사를 왔다.

프레드릭 배크만 - 오베라는 남자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


언젠가는 이 책을 읽었을 테지만, 내가 이 책을 '당장' 읽기로 결심한 계기는 한 문장 때문이었다.

"이제 충분해요, 사랑하는 오베."
그러자 충분해졌다.

어째서일까라고 묻는다면 정확한 답변은 못해줄 이 문장. 단지 읽는 그 순간, 눈물이 날 만큼 가슴 속에 따뜻함이 차올랐고 나 또한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어쩌면 위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이 나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 짐작했다. 그리고 그 짐작은 맞았다.


소설 속 주인공, 바로 오베라는 이 남자.

왜 이 남자가 주인공인 걸까? 괴팍하고 심술궂은 늙은이에다가 이웃들과는 딱히 그렇다 할 친분도 유지하지 않고 언제나 제멋대로에 자기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는 까칠한 남자가, 왜 주인공이어야만 했을까.


난 처음에 이 남자를 결코 좋아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점들을 한 번에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아질 리 없다고 당연하게 단언했다. 심지어, 자살 희망자라지 않는가.

그러나 오베라는 이 남자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고 서서히 괜찮아지고 오베의 행동 하나하나에 울고 웃게 되었을 때, 나는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사실, 주인공인 오베를 사랑하기 전에 나는 그의 아내인, 6개월 전에 죽어버린 소냐를 먼저 사랑하게 되었다. 오베의 회상 속에서의 소냐는 언제나 긍정적이었고 밝고 잘 웃는 사람이었다. 오베와는 전혀 다른 취향에 어디 하나 맞는 곳이라고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베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한 여자. 오베가 아무 망설임 없이, 자신에게 속해 있는 단 하나뿐인 색깔이라고 단언하던 그 여자.


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소냐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오베였다고 해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겼을 테니까. 어쩌면 그래서 더 눈물이 쏟아졌던 것 같다.

만약 소냐가 살아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오베와 고양이가 주택들 사이에 난 작은 길로 나섰을 때는 겨울의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뒤였다.
생일 파티의 웃음과 음악이 벽 사이에서 커다랗고 따뜻한 카펫처럼 흘러나왔다.
소냐라면 좋아했을 거라고 오베는 생각했다.
그녀라면 이 정신 나간 임산부와 그녀의 말도 안 되게 제멋대로인 가족이 오고 나서 벌어졌던 일들을 사랑했을 것이다.
엄청나게 웃어댔을 것이다.
맙소사, 오베는 그 웃음이 얼마나 그리운지 몰랐다.

그랬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녀가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이 소설은 결코 슬픈 소설이 아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눈물이 났다. 심장이 아려오면서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터져 나오는가 하면 다음 순간에는 그 상태 그대로, 웃음이 터져 나오고. 진짜 미친 사람처럼 웃다 울다 반복하면서 읽었다.


단순한 몇 개의 단어들과 그저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소 엉뚱한 일들을 담은 페이지. 단지 그것뿐이었는데 내가 이토록 흔들릴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로 이 소설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를 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나에게 확실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

그는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는 커다랗고 둥근 바위에 조심스레 손을 얹고, 마치 그녀의 볼을 만지듯 좌우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보고 싶어."
그가 속삭였다.
아내가 죽은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오베는 하루에 두 번, 라디에이터에 손을 얹어 온도를 확인하며 집 전체를 점검했다.
그녀가 온도를 몰래 올렸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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