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시끄러운 사람들 : 매너 실종의 시대의 단상
수업 중 떠드는 아이들, 어른들의 사무실 소음 - 과연 누구의 문제일까?
어젯밤, 아들은 식탁에서 숙제를 하고 있었다. 학원에서 받은 숙제를 자습 시간에 해오지만, 다 마치지 못한 것은 집에서 해야 한다. 그런데 유독 숙제량이 많아 보이던 날, 아내의 촉이 발동했다.
"오늘 왜 다 하지 못한 숙제가 이렇게 많아? 혹시 자습실에서 애들이랑 떠들었어? 너도 같이 떠들었니, 아니면 그걸 듣느라고 숙제를 못하고 있었어?"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애들이 떠들어서 그걸 듣느라 숙제를 다 못 했어."
아들의 친구 A도 같은 학원을 다닌다. 얼마 전, A와 B가 수업 중 잡담을 하다가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들었고, 선생님은 부모님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 아내는 이미 그 일을 A의 부모를 통해 알고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A랑 B가 조용히 속삭였던 거야? 아니면 그냥 평소처럼 말한 거야?"
"그냥 보통 목소리로 얘기했어."
예상했던 대로다. 요즘 아이들은 ‘소곤소곤’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다. 공공장소에서도 마찬가지다. 엘리베이터, 지하철, 카페에서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사람들, 공용 공간에서 거리낌 없이 영상을 틀어놓는 사람들. 헤드폰을 써도 볼륨이 너무 커서 주변까지 울리는 소리. 배려가 실종된 시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남을 신경 쓰면 오히려 시비에 휘말릴까 봐 그냥 모른 척하는 문화 때문인가?
부모 세대가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을 가르치지 않아서인가?
아니면 우리 모두가 ‘눈치 없는 어른들’에게서 그대로 배운 결과인가?
사무실 매너도 실종, ‘소음 테러’의 일상화
이런 문제는 어린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사무실에서도 매너는 실종된 지 오래다.
우리 층에는 수백 명이 근무하고, 모니터 높이의 칸막이만 있어 서로의 대화가 그대로 들린다. 특히 어떤 섹션은 조직 분위기가 유독 활발하다. 웃음소리도 많고, 소통도 활발하다. 때로는 그 팀의 끈끈한 유대감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크다.
전화 통화도 기본적으로 스피커폰으로. 컨퍼런스콜도 회의실이 아니라 자리에서 한다. 고객과의 통화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대화까지 업무공간을 가득 채운다. 심지어 한 번은 소음이 얼마나 심한지 궁금해서 데시벨을 측정해 봤다. 70dB. 카페 수준이다.
왜 이들은 조용히 말할 줄 모를까?
너무 많은 통화로 인해 청력이 나빠져서?
얼굴을 마주 보지 않고 모니터를 보며 대화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목소리가 커져서?
혹은, "나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어!"라는 자기 PR의 한 방식으로?
누구도 말하지 않는 ‘공공의 매너’
몇 차례 다른 부서에서 정중하게 주의를 줬다고 들었지만, 바뀌지 않는다. 나는 고민 중이다. 직접 가서 개인적으로 주의를 줄까, 아니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까?
그런데 이 문제는 특정 부서만의 일이 아니다. 요즘 우리는 모두 ‘소음의 공범’이 되어가고 있다. 아이들은 공공장소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어른들 역시 배려 없는 행동을 반복한다.
이제 질문을 던져보자.
이건 단순한 개인의 문제일까, 아니면 사회적 문제일까?
남을 배려하는 태도는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걸까, 아니면 배워야 하는 걸까?
우리는 공공의 공간에서 ‘조용히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걸까?
언젠가 조용한 사무실, 조용한 학원, 조용한 공공장소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이제 고민이다. 나는 그들의 행동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 직접 말하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정중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발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하면 괜한 마찰을 불러올 수도 있다.
대신, "혹시 통화는 회의실에서 해주실 수 있을까요?"처럼 구체적인 요청을 해볼까?
2. 공식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기
HR이나 팀 리더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너무 형식적이면 관계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
3. 나만의 소음 차단 방법 찾기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활용하거나, 조용한 공간에서 일하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것 같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으로 청력을 잃었다는 뉴스도 있고...
4. 문화를 바꾸려 노력하기
팀 내에서 자연스럽게 ‘조용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중요한 업무 시간에는 ‘조용한 타임’을 도입하거나, 이메일이나 공지를 통해 에티켓을 환기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여러분은 선택은?
우선 제가 위 제안중 하나를 실행해 보고 후기를 올려보겠습니다.
소음 문제는 단순히 ‘참고 넘어가면 되는 일’이 아니다. 배려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결국 업무 효율도, 관계도 망가질 수 있다. 이제 나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려 한다. 조용한 공간에서 집중할 권리도, 배려받을 권리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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