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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만고만한 경쟁을 넘어서는 법 _ 실력의 본질

by 구형라디오

어제 사이먼 사이넥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를 읽었고 이세돌 9단의 영상을 보았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몇 가지 사례가 생각났다.

하나는 치열한 학원 경쟁 속에서 부모들이 보여준 행동이고, 또 하나는 자신만의 기술을 확고히 가진 장인의 태도다. 이 사례들은 ‘실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경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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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경쟁이란 무엇인가?

학원 경쟁에서 나타난 정보와 전략의 함정

2024년 초, 한 지역의 BM이라는 유명 수학 학원에서는 신입생을 선발하는 시험이 진행됐다. 100명이 넘는 학생이 시험을 봤고, 상위 6명이 1반, 7~12등이 2반으로 배정될 예정이다.

A, B, C라는 세 부모의 자녀가 시험을 봤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A의 자녀 : 8등(2반 배정 예정)
B의 자녀 : 12등 밖으로 밀려 탈락
C의 자녀: 6등 (1반 배정 예정)

그런데 1등을 한 학생이 등록을 포기했다. C는 이 사실을 A에게 전했고, A는 긴장했다. 한 명만 더 포기하면 자신의 자녀가 1반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A는 조심스럽게 C에게 물었다.
"등록할 거야?"

C는 고민했다. 학원의 분위기가 맞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이번 시험의 목적은 학원을 옮기는 것보다는 실력 검증 차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A는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결정 빨리 해. 기다릴 시간이 없어."

A의 종용에 C는 불쾌했지만, 어차피 등록할 생각이 없었기에 포기했다. 그 결과 A의 자녀는 1반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B는 영어 학원을 알아보던 중, "K영어"라는 곳을 추천받았다. 믿을 만한 곳인지 확인하기 위해 A에게 물어보았다.
"K영어 어때?"

A는 단호했다.
"거기 별로야. 선생님도 별로고, 애들 대하는 태도가 좋지 않아. 절대 가지 마."

B는 고민했다. 그런데 C는 정반대의 말을 했다.
"혹시 모르니까 시범 수업이라도 들어봐."

결국 B는 아이의 손을 잡고 K영어를 방문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믿기 어려운 광경을 보았다. A의 자녀가 이미 그 학원에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B는 당장 A에게 따져 물었다. A는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우리 애가 BM 학원 입학시험에 붙었던 거야."

A는 학원을 비판하며 다른 부모들에게 정보를 숨겼고, 이런 식으로 자신만 몰래 준비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얻은 성과를 과연 ‘실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장인의 태도 – "따라 할 수 있으면 해 보세요."

2002년 여름, 나는 인천항에서 수입차를 점검하고 세차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차량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어쩌다 보니 새 차에도 작은 흠집이나 찌그러짐이 발생하곤 했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덴트(Dent) 기술자가 출장 나와 수리를 했다.

그 기술자는 멀리 수원에서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왔다. 그는 트렁크에서 몇 개의 공구만 꺼내더니, 찌그러진 부분을 원래 모습으로 복원했다. 그 과정은 신기할 정도로 정교했다.

나는 궁금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작업해도 괜찮나요? 노하우를 보고 배우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을 텐데요."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제가 하는 걸 보고 따라 할 수 있으면 하셔도 됩니다."


그의 말에서 확신이 느껴졌다.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수년간 갈고닦은 경험과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짜 실력자는 기술을 숨길 필요가 없다. 정보와 지식이 공개된다고 해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진정한 실력은 정보가 아니라, 그 정보를 다룰 수 있는 깊은 내공에서 나온다.


AI 경쟁 – 오픈소스 vs. 폐쇄형, 무엇이 강한가?

최근 AI 업계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OpenAI(챗GPT):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지만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 전략을 택했다.

메타, 딥시크: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오픈소스 전략을 선택했다.

과거에는 기술을 독점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믿었지만, 오픈소스 진영은 협업을 통해 더욱 빠른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진짜 실력은 정보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공개했을 때도 앞서 나가는 힘에 있다.


진정한 실력이란 무엇인가?

사이먼 사이넥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과 경쟁할 때는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 자신과 경쟁할 때는 모든 사람이 도와주고 싶어 한다."

또한, 바둑 챔피언 이세돌 9단은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라이벌이 있으면 만족감, 행복,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인정하기 싫은 상대와 경쟁할 때는 패배에 대한 두려움만 남는다."

우리는 진정한 라이벌과의 경쟁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고만고만한 경쟁에 집착하며 정보를 감추고 전략만으로 승부하려는 태도는 결국 한계를 드러낸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갖추자. 그것이야말로 정보와 전략을 넘어서는 진짜 실력이다.


이세돌 9단, 구리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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