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진통제

책을 읽는 동안 고통은 잠시 사라집니다.

by 구형라디오

나는 보통 업무를 시작하기 전, 아침 6시부터 7시 혹은 7시 30분까지 책을 읽는다. 자기 계발서, 경영서, 투자 관련 서적, 에세이 등 분야는 다양하다.

독서를 통해 내가 잘 모르던 세상을 알게 되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저자를 만나 위로를 받기도 한다. 때로는 전혀 다른 시각과 새로운 통찰을 배우기도 한다.


회사 업무에서는 늘 다양한 일을 겪는다. 즐거운 경험도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은 스트레스를 동반한 일들이다. 고객과의 소통, 회사의 품질 문제, 동료와의 마찰.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상황들이다.


최근에는 회사의 공급 이슈로 인해 고객에게 큰 숙제를 받았다. 그것도 토요일 오전에.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힘겨운 날들이 이어질 것이 뻔히 보였다. 사실 내 업무는 공급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담당 고객이 그 부분에 예민해지니 나 역시 함께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스스로를 “월요병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지난 21년간, 일요일 저녁에 다음 날 출근하기 싫다고 느꼈던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런데 지난주 일요일에는 달랐다.

정말로, 월요일에 회사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편으로는 ‘시간은 어차피 흐르고, 이 또한 지나가겠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숨이 계속 나오는 주말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 글은 지금, 사라지기를 바랐던 월요일을 보낸 금요일에 쓰고 있다.


한숨이 나오던 월요일 아침에도, 화요일 아침에도, 그리고 상황이 조금 나아진 수요일과 목요일 아침에도 나는 독서 루틴을 지켰다. 해야 할 업무는 쌓여 있었지만, 이 시간만큼은 깨고 싶지 않았다. 그때 읽고 있던 책은 짐 콜린스의 《좋은 리더를 넘어 위대한 리더로》였다.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참 좋은 경영서이자 자기 계발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겪는 어려움, 고객과의 갈등, 동료와의 불편한 관계들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

책 속에는 이상적이고, 본받고 싶고, 때로는 해답까지 제시해 주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혁신을 이뤄낸 기업 이야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이야기들.


책을 읽는 90분 동안, 현실의 나의 어려움은 잠시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그 힘으로 하루를 버틴다.


누군가는 현실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누군가는 더 위험한 것들에 손을 대기도 한다. 어쩌면 독서도 일종의 현실 도피일지 모른다.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이것을 도피가 아니라 위안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 위안의 힘으로 하루를 버티고, 또 하루를 버틴다.

독서는 나에게 현실을 해결해 주는 치료제가 아니라, 아픔을 견디게 해주는 진통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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