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모유 수유를 성공하라
출산 전 해야 할 일을 적은 체크리스트를 마지막으로 살펴보았다.
1. 아기방 꾸미기 – 완료
2. 보건소 산모교실 수료 – 완료
3. 수업(나의 일) 마무리하기 – 완료
4. 산후 조리원 예약 – 완료
5. 출산 가방 챙기기 – 완료
그렇게 약 8개월 간의 물질적, 상황적 그리고 심리적 준비가 대략 끝난 것 같다.
그동안 보건소에서 목요일마다 열리는 산모 교실에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었다. 당시 오후에 출근해서 자정이 넘어서 퇴근하는 스케줄 근무였던 모모 아빠도 항상 대동했다. '아빠 학생'은 모모 아빠가 유일했기 때문에 강사님이 훌륭한 아빠라고 매번 칭찬을 해주셨고, 그 덕분에 모모아빠도 약간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끝까지 같이 다닌 것 같다.
산모교실에서 배운 것 중 가장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수업은 바로 ‘가슴 마사지’였다. 강사님은 유방 모형을 가지고 오셔서 전혀 부끄러워하거나 주저하는 기색 없이 그 모형을 직접 본인의 가슴에 댔다. 그리고는
“여러분, 모두 찍으세요!”
하며 가슴 마사지의 몇 가지 종류를 아주 자세하게, 그리고 천천히 직접 시연했다.
“아기 낳고 마사지하면 늦어요. 지금부터 미리 해놔야 유선이 잘 발달합니다. 오늘부터 매일 20분씩 마사지하세요!”
모유는 엄마가 아기에게 주는 첫 선물이다, 모유를 먹여야 아기가 면역력이 생겨 잔병치레를 안 한다,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젖을 먹으면서 아기가 안정을 느끼고, 그 과정에서 엄마와 아기 사이에 애착이 생긴다 등등 출산 준비와 관련된 모든 책과 매체에서는 '모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내가 보건소에서 들은 산모교실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죽하면 '젖 잘 나오게 하는 수업'을 3회기에 걸쳐 했을까.
산모 교실에서는 모유의 중요성에 이어 굉장히 강조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모유수유 성공 꿀팁'이었는데, 모유수유를 성공하려면 '애초에 젖병을 물리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다. 빨기 쉬운 젖병에 아기가 길들여지면, 안간힘을 써서 빨아야 나오는 엄마 젖은 절대 빨려고 하지 않는다고 겁을 줬다. 하지만 가정 출산이면 몰라도, 출산하고 바로 엄마에게서 떼어내어 일률적으로 '초록색 젖병'을 물리는 우리나라 현실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얘기였다.
물론 거기에 대한 대안도 제시해 주기는 했다.
“병원에 출산을 하고 나면 신생아실로 옮기기 전에 바로 엄마 가슴에 아기를 올려서 젖을 물리게 해달라고 요청하세요. 아니면... 드물긴 하지만 병원 중에 젖병으로 먹이지 않고 작은 티스푼으로 분유를 떠먹여 주는 곳도 있으니 한번 잘 알아보세요.”
그렇게 모유 수유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병원이 있다니! 그러나 그 병원이 어디인지 임신육아출산 대백과에 리스트가 나와있는 것도 아니고, 병원마다 일일이 전화해서
"혹시 아기가 태어난 직후에 스푼으로 분유를 떠먹여 주시나요?"
하고 묻기도 좀 그렇고, 설령 그런 곳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타 지역까지 가서 출산을 한다라... 두 번째 방법은 불가능할 것 같았고, 그나마 바로 젖을 물리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첫 번째 방안이 실효성이 있어 보였다.
내가 사는 지역은 당시 산부인과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도 분만은 하지 않아서, 그 병원에서 쭉 진료를 받다가 막달에 그 병원에서 연계해 주는 다른 큰 병원으로 전원 하게 되어있었다. 나 역시 동네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의 순산 응원을 받으며 그곳에 작별을 고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갔다.
출산 전 마지막 상담 때, 나는 산모 교실에서 배운 대로 '출산 직후에 아기에게 바로 젖을 물리고 싶으니 신생아실로 데려가기 전에 꼭 가슴에 올려달라'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 말을 들은 간호사선생님은 약간 당황한 듯 '여태껏 그런 선례는 없었지만' 출산 당일 가능하면 그렇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출산 전까지 산모교실에서 배운 라마즈 호흡법을 열심히 연습하고 가슴 마사지도 열심히 했다. 라마즈 호흡법을 잘하면 산모도 덜 힘들고 아기도 덜 고통스러운 출산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라마즈 호흡법으로 '우아하게' 모모를 출산하고, 모모를 내 가슴에 얹어 처음으로 젖을 물리는 모습을 상상하고 또 상상해 보았다.
나는 아픔을 잘 참으니 출산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태껏 차근차근 완벽하게 출산 준비를 잘해 왔듯, 나의 출산도 완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