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수술

09 수술대 위의 어린 나, 그리고 지금의 나

by Clair de Lune


이대로 출산을 진행하면 산모와 아기가 모두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당직의의 수술 허가가 떨어졌다. 오후 4시 20분, 진통을 16시간을 겪은 나는 결국 차디 찬 수술실로 옮겨졌다.






내가 어렸을 때 탈장수술을 한 적이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기침 같은 사소한 이유로도 약해진 복벽으로 장기가 튀어나오곤 한단다. 딱히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다가, 어느 날 엄마가 이상하게 불거진 내 한쪽 배를 보고 병원에 데려갔더니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여섯 살 때 한 번, 또 일곱 살 때 한 번 더 수술을 했는데 첫 번째 수술 때였는지 두 번째 때였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어쨌든 그 수술 날 당일의 기억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나는 바퀴 달린 침대에 누운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술실로 옮겨졌다. 그곳에는 팔다리가 있는 형상의 침대가 있었다(아마 수술대가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저 사람처럼 생긴 침대'로 스스로 옮겨갈 수 있겠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 팔에 꽂힌 링거 바늘을 주의하며 그 침대 위로 넘어가서 누웠다.

초록색 옷을 입은 간호사 선생님들이 내 옆에서 종알종알 말을 걸어주었다. 아프지 않을 거야, 금방 괜찮아질 거야, 그런 말들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는 내 팔을 팔 모양 침대에 묶었다. 다리도 묶는 것 같았다. 그 당시 엄마가 어린 나에게 어떤 말로 용기를 주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수술을 한다는 사실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고, 오히려 이런 낯선 상황이 신기했고 어떤 재미있는 놀이처럼 느껴졌다.


“왜 묶는 거예요?”

하고 내가 해맑게 묻자 간호사 선생님이

“응~ 수술하다가 움직이면 위험할 수 있거든. 그래서 묶는 거야. 이제 마취약 넣을 거고 잠깐 자고 일어나면 다 끝나 있을 거야.”

“근데 잠이 안 오면 어떡해요?”

“이제부터 열까지 세어봐. 아마 다 세기도 전에 잠들걸?”

"하나둘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아홉열! 이렇게요? 아직 잠 안 들었는데요?"

"(웃음) 그렇게 말고 천천히."

"하나... 두울... 세에엣...... 네에에엣......."


정말로 나는 숫자를 세기 시작한 기억은 있지만 어디까지 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의 기억 속의 수술실은 내 옆에서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 주는 사람들이 있는, 온기가 어린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완전히 달랐다. 나를 데리고 수술실에 들어간 간호사 둘은 갑자기 잡힌 응급 수술에 급히 수술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수술대에 누워있는 나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었다. 수술실의 냉랭한 공기에 떨며 춥다는 말을 간신히 내뱉고 있는 나에게 신경 써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수술 가위의 수를 세는 그들의 목소리로, 지금 이곳에 나 혼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었다. 너무 추웠다. 너무 아팠다. 그리고 너무 무서웠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내 손을 잡아주면 덜 무서울 것 같았다. 차가운 세상에 혼자 알몸으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배에 느껴지는 산통보다 지금 이 시간을 견디는 것이 더 큰 고통이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내 주위로 걸어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마취약 들어갑니다.”


그때처럼 '아프지 않을 거야, 금방 괜찮아질 거야' 같은 다정한 말은 없었다. 하지만 외로움과 두려움에 떨던 나는 수술 시작을 알리는 그 차가운 말에서 조차 이제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싶은 위안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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