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잘못되고 있다

08 어긋난 출산

by Clair de Lune


새벽 4시.

모두가 깊이 잠든 밤, 우리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초조해하는 모모 아빠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고, 나는 조용히 텅 빈 도로에 시선을 둔 채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모모 아빠와 나 둘 다 태연하려고 내심 애를 쓰고 있었기에 차 안은 어둡고 조용했다. 그동안 놀러 가는 기분으로 갔던 그 길이 오늘 밤은 왠지 경건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렇다. 이제 그동안 해왔던 길고 긴 준비는 끝났다. 이 길을 지나 차를 세우는 순간부터 우리의 삶은 통째로 바뀔 것이다. 모모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엄마, 아빠에게 올 준비를 하듯, 우리 또한 어둡고 긴 다리를 건너 모모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30여분쯤 지나 병원에 도착했다.

다른 사람이 쓴 출산 후기를 보면 다들 힘내서 출산하려고 진통을 참으며 삼겹살을 3인분씩 구워 먹고 병원에 들어간다던데, 나는 하필 진통이 새벽에 오다니. 게다가 일요일이다. 전원 후 나를 봐주셨던 의사 선생님은 오늘 휴무라 대신 당직 선생님이 아기를 받아주신단다. 내 계획과는 자꾸 뭔가 조금씩 어긋났다.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원래 담당의도 고작 한 달 본 거라 어느 선생님한테 받든 크게 상관없다 싶었다.

내진을 한 간호사 선생님이 “지금 이 속도면 점심 전에는 아기가 나오겠어요.”라고 한다. 배고픈데 그나마 다행이다. 나는 ‘당연히’ 자연분만을 할 것이므로 굴욕 3종 세트라는 그 과정도 아무렇지 않게 견뎌냈다. 진통도 견딜 만하다. 드라마에서 보면 남편 머리채를 잡고 욕을 하고 그러던데... 좀 과장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오전이 되었다.

나는 가족분만실로 옮겨졌다. 거기서 남편과 대기하다가 바로 분만을 한다고 했다.

‘남편이 출산 장면을 보면 트라우마가 생겨서 나중에 부부 관계가 변할 수도 있다고 하던데!’

가족은 부부가 중심인데, 출산의 어떤 것도 우리 부부 사이의 관계를 틀어 놓아 선 안 된다. 간호사 선생님께 분만할 때 꼭 남편이 나가 있게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리고

“아기가 나오면 꼭 제 가슴에 올려서 젖 물려주셔야 해요.”

하고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점심 전에는 나올 거라던 모모는 2차로 맞은 무통주사가 효력이 떨어진 후에도 나올 기미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점심시간이 넘어서 맞은 3차 무통주사는 등에 꽂은 주사 바늘 자리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등을 대고 바로 누울 수조차 없을 정도로 고통이 극심했다. 이 상태로는 똑바로 누운 자세로는 분만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간호사를 호출해 등 쪽의 통증을 호소했지만 무통주사를 빼면 다시 꽂을 수 없으니 조금 참아보란 대답만 돌아왔다.

그 와중에, 옆 가족분만실에선 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산모가 링거를 꽂은 채 복도에 나와서 간호사와 의사에게 소리를 지르며 극심한 항의를 하고 있었다.


예정일 보다 빠른 진통, 새벽, 그리고 담당의가 없는 일요일, 딱히 뭐가 문제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냥 모든 게 다 잘못된 것 같았다. 정말이지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침대에 앉아서 모모 아빠를 기다리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불안이 나를 잠식할수록 등에 바늘이 꽂힌 자리는 산통보다 더 아프게 느껴졌고, 이걸 빼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결국 무통주사 없이 분만을 한다는 확인에 몇 번이나 대답을 한 후, 드디어 등에 꽂은 바늘을 제거했다.

살 것 같았다.








진통 15시간째, 드디어 자궁문이 다 열렸다. 하지만 모모가 아직도 너무 위에 있다고 했다.

“짐볼을 타볼까요? 계단을 올라가볼까요?”

하고 물었지만 그러면 산모분 힘만 빼는 거라며 그냥 누워서 아기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던 중 산통은 더더욱 심해졌고 무통주사 없이 진통을 고스란히 겪던 나는 호흡곤란이 오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나는 라마즈호흡법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사가 나에게 숨을 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들리지 않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시야는 자꾸만 노랗게 흐려져갔다. 나는 애써 정신을 부여잡으며 계속 힘껏 호흡했지만, 아마 내가 진통이 심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던지 의사와 간호사가 자꾸 숨을 쉬라고, 내가 숨을 멈출 때마다 아기도 호흡을 멈춘다고 계속 외쳐댔다.



진통 16시간째, 아직도 모모는 내려오지 않았다. 이제는 모모가 내려온다 하더라도 나에겐 모모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할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모모 아빠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나... 수술해야 할 것 같아..."



이전 07화진통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