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막달 태교 여행

02 신분은 하룻밤 사이에도 바뀔 수 있다

by Clair de Lune



앞서 잠깐 언급했듯 지난봄에 우리 부부는 제주도로 이미 태교 여행을 왔었다. 그때 우리는 비용절감을 위해 2박 중 1박은 제주에서 손꼽히는 5성급 호텔에서 묵고, 1박은 공항과 가까운 곳에 있는 평균 수준의 호텔에서 묵기로 했었다.


첫날 묵은 5성급 호텔에서는 체크인하는 순간 주렁주렁 들고 있던 짐은 바로 우리 손을 떠났으며, 수영장이며 객실, 뷔페까지 두말할 나위 없이 완. 벽. 했다. 특히, 햇빛 잘 드는 창가에 놓인 커다란 침대는 안락함 그 자체였다. 완벽한 숙면을 하고 일어난 나의 첫마디가 "나... 구름 위에서 자고 일어난 것 같아..." 였으니까. 이게 무슨 조화인지, 아니 도대체 어떤 침대와 침구이길래 이토록 완벽한 잠을 선사하는지 궁금증이 발동하여 몇 겹의 침대 커버를 들추고 침대에 붙은 라벨을 찾아냈다.


5성급 호텔이라 우리가 모르는 해외의 브랜드 가구일 거란 예상과는 달리 침대는 혼수로 흔히 하는 브랜드의 것이었다. 모델명으로 검색하니 오직 호텔에 전문적으로 납품하기 위해 만든 모델이어서 개인이 구입할 수는 없었다. 침구는 다행히 똑같은 것을 호텔 내 샵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구름 같은 느낌은 침구와 침대의 완벽한 조화가 만들어 낸 거란 생각에 결국 구입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둘째 날 우리는 단지 숙박만을 목적으로 평범한 호텔에 묵었다(그 호텔도 무려 4성급이었다). 하지만 전날 너무나도 호사스러운 곳에서 묵었던 터라 손수 캐리어를 끌고 좁은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그 느낌은 마치 '궁궐 같은 집에서 살다가 하루아침에 파산하고, 겨우 캐리어 하나에 옷가지만 쑤셔 넣고 쫓겨온 듯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우리 부부에게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정말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된 듯 뭘 해도 기운이 나지 않았고,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가는 발걸음조차 무거웠으며, 딱딱한 침대에서 신세 한탄을 하며 불편한 잠을 청했다.






여기까지가 첫 제주 태교 여행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때의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거꾸로 첫 번째 날에 좀 저렴한 숙소를 잡고, 두 번째 날에는 유명 5성급 호텔을 예약했다.

“이번에는 평범하게 살다가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느낌이겠지?” 하며 내심 둘째 날 느끼게 될 기분에 미리 들뜨기까지 했다.


그런데 첫날 숙소는 평범을 넘어서서 ‘가난’을 느끼게 할 지경이었다. 연애 때부터 모든 여행 계획은 모모 아빠에게 일임해 두고 있었는데, 항상 퍼펙트한 여행 계획을 자랑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삐끗한 날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욕조가 창가에 있어서 창밖 너머로 바다를 보며 반신욕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반해 그 방을 예약한 듯한데...그게 다였다.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베란다 문이 밖에서는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베란다로 나갔던 모모 아빠가 갇혔고, 방충망 한쪽이 열려 있는지 모르고 있다가 진심 태어나서 처음 보는 크기의 거미가 방에 들어왔으며, 뒤이어서 또 다른 불청객인 갯강구도 들어왔는데 하필 그 타이밍에 모모 아빠가 그 예의 ‘욕조’ 안에서 반신욕 중이어서 만삭 임산부인 내가 온갖 호들갑을 떨며 불청객들을 모조리 쫓아내야 했다.


또 어디서 어떤 벌레가 나타날지 몰라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이번엔 잠자리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했다. 정말 내 생에 최악의 잠자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베개는 머리를 대자마자 납작해져서 침대 바닥과 합체가 되었으며, 침대는 스프링이 “나 여기 있소” 하고 여기저기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바람에 온몸 구석구석으로 스프링을 느끼며 잠 같지 못한 잠을 잤다. 그리고 그다음 날 끊어질 듯한 허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그 욕조에 다시 몸을 담가야 했다.

정말 거긴 그 욕조가 다인 곳이었다.



그 숙소에서 벗어나 시원한 바닷길을 달려 도착한 두 번째 숙소에서 우리는 산에 둘러싸인 수영장과 폭신한 침대에서 전날의 여독을 풀며 드디어, 부자가 된 느낌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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