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아기 침대 옹호론자
'프랑스 육아법'에 따라 모모에게 독립된 방을 만들어주기로 결심한 나는 안방과 가장 가까운 방 하나를 아기방으로 정하고 꾸밀 준비에 들어갔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아기침대였다.
아기침대를 검색하는데 맘카페, 육아카페에서는 왜 그리 다들 아기침대를 ‘쓸모없다’고 하는지. 하나같이 결론은 “불편해서 기저귀 갈아줄 때나 쓴다”, “신생아 때 잠깐 밖에 못 쓴다. 애가 난간 잡고 일어서는 순간 끝이다”, “꼭 쓰고 싶으면 사지 말고 대여하라”는 의견들 밖에 없었다. 아니, 우리나라 엄마들은 죄다 아기랑 같이 잔다는 건가? 남편의 팔베개와 둘 만의 오붓한 시간은 포기하고? 간혹 엄마들이 올린 사진 속에서 정말 예쁘게 꾸며놓은 아기방과 그곳에 그림처럼 놓인 아기침대를 보긴 했으나 마치 ‘연출된’ 인테리어 같을 뿐, 아기가 실제 거기서 자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어차피 사기로 결심했으니 아기침대 사용후기를 찾아보는 건 그쯤에서 그만두고, 그냥 내가 원하는 디자인과 성능을 가진 침대를 찾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모든 모델과 직구 가능한 모델까지 다 본 것 같다. 내가 찾는 침대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l 토들러 침대로 갈아타기 전까지 쓸 수 있도록 세로 너비가 최대한 길 것.
l 아이를 눕히고 꺼내기 쉽도록 난간이 젖혀질 것
l 아이가 자람에 따라 난간 높이를 조절할 수 있을 것
l 이왕이면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색일 것
조건이 전혀 까다롭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입맛에 딱 맞는 침대를 찾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라마에도 협찬되었다는 크고, 화려하고, 하얀색이며, 난간까지 젖혀지는 완.벽.한. 아기침대를 찾아냈다! 하지만 가격이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맞춤 범퍼(아기가 딱딱한 침대 난간에 부딪치거나 난간 사이에 끼지 않도록 테두리를 따라 둘러놓은 폭신한 침구류)만 해도 웬만한 아기침대 하나 가격은 될 정도였다. 그래도 나중에 난간을 떼어내면 토들러 침대로도 쓸 수 있으니, 침대 두 개 값이라 생각하자며 자기 합리화 끝에 구입을 결정했다.
그런데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다 보니, 이 아기 침대 회사에 ‘창고 세일’이란 게 있었다. 약간의 흠집이 있는 제품들을 반값에 판매한다고 하는데 작년, 재작년 기록을 보니 마침 세일기간이 여름이다! 아직까지 올해의 행사일정은 잡히지 않은 것 같았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가구 회사 카페에 가입해서 공지 알람도 걸어두고, 행여나 더 빠른 답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문의 글도 남겨두었다.
그리고 나의 바람대로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 창고 세일날이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