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날로그 남샘 Jan 11. 2024

FEAR 넘어가기

시험이 두려워서 시험을 피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수용-전념 치료에서 이야기하는 FEAR는 융합(Fusion), 평가(Evaluation), 회피(Avoidance), 그리고 이유 대기(Reason Giving)로 구성됩니다(Hayes & Strosahl, 2015). 부정적인 생각을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단 하나의 현실이라고 믿고 그 생각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회피하며, 그 평가와 회피에 대한 이유를 찾는데 몰두할 때, FEAR는 삶의 여정을 시작하는 도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됩니다.

  삶의 가치를 찾는 여정을 주저하게 하는 FEAR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흔들릴 때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더 큰 나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를 붙잡고 있는 생각과의 싸움과 거리를 두려면 그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이 지금 이 순간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부정적인 생각과의 싸움이 내가 지향하는 삶의 가치인지, 삶의 가치를 찾는 여정의 일부분인지 구별하는 것은 그 생각이 불러일으킨 FEAR를 넘어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흔들릴 때 더 큰 나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경험적 연습을 소개합니다(이선영, 2017).




<경험적 연습 - 흑과 백>

1. 종이를 반으로 접습니다. 

2. 한 쪽 위에는 흑을, 다른 한 쪽 위에는 백을 적습니다. 

3, 종이를 반으로 접고, 흑이라고 쓴 종이 위에 스스로가 작아보였거나 부끄러웠던 경험들을 적습니다. 잘못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거나, 감정을 주체 못해 어리석은 실수를 했던 것과 같은 경험들을 솔직하게 적어봅니다. 

4. 백이라고 쓴 종이 위에는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던 경험들을 적습니다. 스스로 한 실수에 책임을 졌거나, 솔선수범해서 다른 사람을 도와준 일 등을 적습니다. 

5. 흑과 백을 모두 솔직하게 썼으면 펼쳐서 전체를 바라봅니다.

6. 나에게는 흑이라고 쓴 종이에 쓴 것처럼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모습도 있지만, 백이라고 쓴 종이에 쓴 것과 같이 자랑스러운 모습도 있음을 기억합니다.

※ 이선영(2017). (꼭 알고 싶은) 수용-전념 치료의 모든 것. 서울: 소울메이트. ‘<연습 7>나는 흑일까요?      백일까요?’ 참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 우리는 설렘과 불안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오랜 시간 꿈꿔왔던 일을 하게 되어서 설레기도 하지만, 익숙한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불안하기도 합니다. 특히,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실패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괜한 일을 벌인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들면서 그 일을 끝까지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회의감이 엄습합니다. 시작할 때의 설렘은 점점 옅어지고, 지금 이 순간 경험하는 불안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앞서 소개한 ‘흑과 백’ 연습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으로 흔들릴 때, 자신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나에게는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흑의 모습과 자랑하고 싶을 만큼 멋진 백의 모습이 함께 있음을 인식한 경험은 한 순간 떠오른 부정적인 생각이 나 자신의 전부가 아님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경험은 불안하고 막막할 때, 새로운 도전으로 설렜던 나를 기억할 수 있게 해줍니다. 불안함, 회의감과 막막함으로 마음이 힘듦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이유가 그 도전이 나에게 가치가 있기 때문임을 일깨웁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평가하고 회피하면서 결정을 미루지 않게 도와줍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좋아하게 해주진 않지만, 적어도 그것 때문에 삶의 가치를 찾는 새로운 행동에 도전하는 것을 피하지 않게 합니다.

  자신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그 가치와 관련된 목표를 끝까지 마무리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다보면 막연히 상상했던 것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시험 결과가 두려워서 시험을 치르지 않으면 결과를 알 수 없는 것처럼, 가치를 찾는 여정이 힘겨워 중간에 포기하면 우리는 자신의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FEAR를 넘어선다는 건 삶의 가치를 향한 여정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스스로가 보잘 것 없어 보일 때에도 그 여정을 계속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삶의 가치를 찾는 도전을 가로막는 FEAR를 흑과 백을 품은 더 큰 나로 넘어설 때, 우리는 가치를 향한 여정을 끝까지 마무리 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과정이 힘이 들어 불안하고 막막할 때에도, 결과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마음에 들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에도,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과의 싸움에 주저앉지 않고 가치를 찾는 여정에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자신의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 수용-전념치료(Acceptance-Commitment Therapy): 원치 않는 생각과 감정을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생각과 감정으로 고통받고 있는 자신을 무능력하거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탓하는 것을 고통의 원인으로 여기는 심리치료적 접근. 고통스러운 순간에 자기 자신을 판단하지 않고 자비롭게 바라보는 '자기-자비'를 치료의 핵심적인 요소로 여김.


* 흰곰: '수용-전념 치료'에서 말하는 불안과 우울과 같은 불편한 생각, 감정, 감각, 그리고 기억과 같은 내적 경험들


* 참고 도서

 - 이선영. (꼭 알고 싶은) 수용-전념 치료의 모든 것. 서울: 소울메이트, 2017.

 - Hayes, Steven C.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서울: 학지사, 2010.

 - Luoma, Jason B. 수용전념치료 배우기. 서울: 학지사, 2012.

 - Wilson, Kelly G. (수용전념치료에서 내담자와 치료자를 위한) 마음챙김. 서울: 학지사, 2013.

 - Hayes, Steven C. 수용전념치료. 서울: 학지사, 2015.

 -수용-전념 상담사 training 자료집, 2023. 서울:  서울 수용과 전념 치료 연구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