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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필름메이커 Jan 17. 2021

유튜브 알고리즘을 이기는 것, 당신의 스토리

유튜브에서 성공을 원하는 당신들이 놓치는 것

2020년 여러 목표들이 있었지만 그중 하나가 내가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1만 명을 넘기는 것이었다.

숫자는 삶에 있어서 늘 민감하게 작동하는 기준, 원리, 가치들이 되어 버린 지 오래라, 나의 연봉, 나의 재산, 나이 등 우리들은 존재 그 자체를 숫자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 사로잡혀 있다.

나라고 뭐 특별히 다를 것이 있을까.


그러하기에 구독자 1만 명은 9,999명과 10,001 사이의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목표는 올해 끝내 이루지 못하고, 내 유튜브 채널의 성장은 지금 다시 약간의 정체기를 맞고 있다.

지인들에게 내 유튜브 채널을 주도적으로 알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지만, 누군가 그렇게 내 채널의 존재를 발견하고 나면 언제나 생각보다 많은 구독자수 때문에 한 번씩은 놀라곤 한다.

이때가 요즘 이 시대가 유튜브의 대세인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들 중 대부분은 내가 어떻게 채널을 성장시켰는지 묻곤 한다.


당신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면.

아니 어떤 이유가 되었건 유튜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때부터 당신의 관심은 어떻게 채널을 성장시킬 것인가에 있다.


오늘은 이 유튜브 채널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물론 당신에게 답을 드릴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한 번이라도 이 고민을 했던 이들이라면 넘어야 할 장애물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작은 단서와 실마리들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1.

유튜브는 퍼스널 브랜딩의 공간이다.


유튜브는 나에게 오랫동안 영상을 시청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하루에 66년 치의 분량의 영상이 쏟아지는 이 끝도 알 수 없는 거대한 플랫폼이 작동하는 방식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산더미 같이 쏟아지는 이 영상들을 또 반대편에서 만들어 내는 수많은 영상 제작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튜브는 시청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창작의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업로드하는 이런 과정만으로 유튜브를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유튜브를 브랜딩의 관점으로 한 번 생각해 보고 싶다. 사람들이 브랜딩이라는 말을 어렵게 풀어쓰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단순히 말하면 이런 것 아닐까 싶다. 유튜브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 내가 창작자로서 느꼈던 갈증, 장벽들은 어떤 것이었을까. 여러 가지가 떠오르는데 그중 가장 넘사벽이었던 건, 내가 만든 영상 창작물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방법이 없다는 데 있지 않았을까. 즉, 나를 알릴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티브이나 라디오에 출연하거나 음반, 영화를 만들어 시장에 걸면 되지 않느냐는 충고는 ‘노땡큐’다. 창작은 누군가 특별한 사람들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는 내면화를 고착시키고, 그래서 누군가 주장하고 말하는 것을 마냥 듣고만 있어야 하는 내 자리는 언제나 저기라고 이야기하는 그런 시스템에 살아왔던 우리에게 당연히 아무나 무엇이든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그것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줄 수 있는 유통, 플랫폼, 광장들이 없다는 것은 창작자로서의 열의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만성적인 갈증에 시달리게 한다.


영상 제작자로서 나의 꿈도 비슷한 것이었다. 지금은 그냥 누군가가 시키는 일, 하라고 하는 영상만 만들고 있지만 앞으로 나는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내가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며 돈도 벌고 성공하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나만의 브랜드가 있어야 하고 그걸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야 한다.

사실 영상 제작자가 아니더라도 이 세상의 모든 창작자들은 이런 꿈을 꾸지 않을까.


그런데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우리는 이 퍼스널 브랜딩을 유튜브에서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유튜브를 창작물을 유통하는 단계 정도로만 해석하더라도 이것은 어마어마한 혁신이다. 우리가 받아들일만한 수준의 경쟁과 노력과 인내력만 수반되면 우리는 꽤 괜찮은 방식으로 우리를 미지의 누군가에게 알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건 로컬 플랫폼이 아닌 전 세계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기에 우리가 만나본 그 어떤 유통 플랫폼보다 강력하다.


2.

꽤 오래전 내가 회사를 다녔을 때 나의 공식적인 직함은 ‘OAP 프로듀서’였다.


나의 역할은 방송 채널의 아이덴티를 규정하고, 그 아이덴티티를 표현해줄 컬러, 이미지 등을 결합해 통합 네트워크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방송국에서 밤낮으로 가편집 실에 앉아 편집할 방송 테이프들을 쌓아 놓고 열심히 편집을 하거나 종편실에서 멋지게 제작을 지휘해주는 모습이 멋져 보였던 나는 정작 내가 막연하게 동경해 왔던 이런 일들보다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컬러차트를 보고, 광고를 기획하고, 모션그래픽을 만드는 일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여기서 나는 브랜딩을 만났다. 브랜딩은 우리가 세운 기업의 가치와 이 가치를 소비하는 사용자들의 경험의 간극을 감지해 내고 그 간극을 어떻게 메꿔나갈지에 대한 전략을 짜는 것으로 우리는 주로 ‘의미’와 ‘재미’로 이 관계들을 자주 설명했다.


우리가 세운 채널의 의미를 사용자들은 재미라는 요소로 경험하게 되는데, 사실 많은 시청자들은 제각각의 방법대로 우리 채널의 의미를 해석하게 된다. 세부 전략을 통해 사용자들의 경험을 우리가 의도한 가치대로 끌고 오도록 하거나, 아니면 사용자들 대다수가 실제로 느끼는 그 가치들을 향해 우리의 채널 가치를 오히려 맞춰가는 다양한 방식이 고민되는데, 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이 개념들을 우연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떠올리게 되었다.


기업에서 실행하는 모든 브랜딩의 궁극적인 목표는 ‘매출 증대’와 ‘목표 달성’이다. 그 어떤 고상하고 한가한 목표들이 이것들을 대신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유튜브를 하다 보면 브랜딩을 통한 목표를 ‘더 많은 구독자와 조회수’로 설정하고 달려가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거의 대다수이다.


유튜브와 관련된 강의와 컨설팅을 나가다 보면 빼놓지 않고 듣는 질문은 모두가 예상하듯 이것이다.


채널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무엇이 있을까요?



왜 사람들은 유튜브 채널 운영의 목적을 ‘성공’에 두고 있을까. 유튜브가 대세라서? 인생역전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여서? 물론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성공이라서, 그렇게 교육받아 와서 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이왕 유튜브를 하려면 더 빨리 성장시켜야 하고, 더 많이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어쩜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유튜브 채널의 가장 큰 목적을 조금 다른 곳에 두고 싶다. 그건 바로 ‘채널 운영자의 행복이다’.



3.

‘행복’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2020년 내 목표가 구독자 1만 명 달성이었지만 그 목표를 올해 이루지 못했다. 그 목표에 약 700명 정도가 미달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단 한 번도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었다. 지난해 말에 내 이름을 단 책이 처음 출간되면서 나도 이제 구글에 나에 대해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그때 심심찮게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어떤 블로거의 글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아날로그 필름 메이커라는 채널을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다만 이 채널은 업데이트가 자주 있는 편이 아니라 구독자를 애타게 하는 편입니다.


내 채널은 구독자는 애가 탈지언정, 운영자는 한 번도 애가 탄 적이 없는 이상한 채널이다. 지난 2년 간 때로는 바쁘다고 방치되고, 때로는 기계적으로 영상을 올렸지만, 그 때문에 언제는 수 만 건의 조회수가 나오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장도 느릿느릿했던 이 채널. 이렇게 들쑥날쑥한 채널에 위기감을 느끼며 고민을 했던 적이 기억에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내 기억에 이 채널은 스트레스 한 번 없이 그냥 나를 행복하게 해 줬던 채널이었다. 구독자가 적으면 적은 대로, 영상의 조회수가 적으면 적은 대로 그것에 만족하며 즐거웠다.

내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구독자가 약 500명인 시절이었다. 딱 그 정도의 관심, 그 정도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나는 내 인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나를 좋아해 주고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의 주인공이 된 기분을 느끼게 된 것이다. 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려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희소성 있는 가치들을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지금 이런 속도로 내 채널이 성장하면 아마 20년쯤 후에는 구독자가 약 20만 명을 넘어설 것 같다. 물론 꿈같은 이야기이다. 내가 20만 명 구독자를 갖고 있는 채널 운영자라면 어떨까를 한 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지금보다 20배는 더 행복해질까. 한 번도 20만 구독자를 가져본 적이 없어 답을 하기 쉽지 않지만, 20배까지는 아닐 수도 있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보다 더 큰 책임과 더 큰 압박이 있을 것이라는 점. 하지만 이 책임과 압박도 나는 기쁘게 지고 갈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나에게 일종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20년 간 난 더 행복할 것이고, 더 많이 기쁨을 누렸을 테고, 그러니 20만 구독자라는 책임과 압박은 기쁨으로 질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내가 말하고 싶은 ‘행복 브랜딩’의 얼개다. 과정을 즐기는 것을 연습하는 것. 그렇게 해 보니 내 삶은 꽤 많은 부분에서 변했고, 더 적극적인 삶을 살게 됐고, 또 행복한 사람이면 기꺼이 질 수 있는 책임감도 감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만일 우리의 목표가 행복에 있지 않고 성장에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유튜브 알고리즘,

구독자 천명 만드는 방법

시청시간 40% 유지하는 비법

성공하는 콘텐츠 이것이다.

구독자 1만 명, 이렇게 이루어진다.


이런 온갖 비법에 의해 영상을 만들고 철저한 자기 관리와 매뉴얼에 입각해 채널을 운영했더니 1년 만에 구독자가 10만 명이 되었다고 하자.

그럼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은 정말 행복한지.

내가 이들의 성공의 지점에서 우려하는 것이 이것이다. 내가 채널을 운영하며 비록 느리게 성장했지만, 맛보았던 무수히 많은 시간 속의 행복을 이들이 ‘스킵’하고 구독자 10만 명이라는 책임만 떠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말이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행복의 과정 없이 준비되지 않은 책임과 압박만 떠안은 이들은 이제는 구독자 20만을 향해서 질주의 신발끈을 묶게 된다. 이들은 왜 저런 달리기를 하고 있는가. 저 달리기의 끝은 무엇인가.


알고리즘? 물론 중요하다. 초반 영상 5초에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 그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렇게 했는데도 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알고리즘, 기법, 필승전략이 아니라 나의 스토리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가 실패해도 잠시 멈출 수 있게 하는 것. 내가 잠시 주춤해도 되는 것. 나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게 나의 생각과 감정들을 타인을 향해 더 깊이 들어가 보는 것.

누군가로부터 공감의 대가를 지불받고 그것들이 조회수 몇 개에 의해 패이백 받는 돈보다 더 값지다는 것을 경험해 가는 것. 내가 내 스토리를 좋은 콘텐츠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기울였을 때 그것은 결국 우리를 감동시키고, 우리를 일어서게 하고, 더 자신 있게 만드는 힘이 되어준다.

그래서 결국 숫자는 우리의 목표가 아니라 선물이 되는 놀라운 경험들을 이 놀라운 경쟁의 플랫폼 유튜브에서 맛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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