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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사 K Dec 12. 2023

모든걸 지워버렸다.

그리고 솔직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를 알리기 위한 아우성

 블로그도 인스타그램도 브런치도 글을 쓰면서 나는 나만의 언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였다. 단순기계처럼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언어를 통해 나의 일을 체계화하기 위함이였는데 글을 쓰다가 어느 순간 껍데기만 있는 허상처럼 느껴졌다. 나만의 언어가 아니라 누군가가 좋아할 언어들을 고민하면서 정보 사냥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가끔 볼 때마다..그래서 지워버렸다. 솔직해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솔직해진다는 건 뭘까? 긍정의 의미를 담은 솔직함이면 좋겠으나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온통 부정적인 생각을 하소연하는 것이다. 건축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혼자만의 일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의 손과 마음이 모여 탄생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지만 정작 신뢰하지 않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시공자는 현장 경험이 부족한 설계자의 도면을 믿지 못하고, 설계자는 설계해놓은 것을 임의대로 변경하는 시공자를 믿지를 못한다. 그렇기에 현장에 가면 잘된 일은 당연한 일로 침묵하고 지적할 일들만을 건드리며 서로 신경전을 버리기 일수다.


 그런데 지금 내가 보는 건축계라면 아이러니하게도 앞으로는 더욱더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일본인 한명이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말하는 영상에서 융통성과 매뉴얼을 예로 들었다. 일본은 룰 기반으로 행동하기에  많은 면에서 타이트한 느낌이 들고 한국은 상황마다 유연하게 행동하는 융통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가가 이 융통성을 억압하고 매뉴얼로 우리를 관리하기 쉽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함인데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문제를 개선하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이 누구인지를 명확히하여 책임을 물겠다는 것 밖에 안된다. 책임 권한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목을 내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융통성보다는 매뉴얼대로 행동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협력과 소통은 단절되었다. 우리는 상황 속에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매뉴얼을 찾기 시작한다. 매뉴얼에 없다면 이는 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매뉴얼대로 행동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려고 하고 있고 이는 100% 무결점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욕망에서 발현되었다.


 잘못되었다는 것보다 한국의 정서와 맞지 않는 결과들이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는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을 개별적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새롭게 개정되는 법들을 보면 각진 테이블을 이용하다가 모서리에 찌어 사고가 났다고 하여 안전상의 이유로 각진 테이블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앞으로 쓰는 글들은 부정적인 시선들로 가득찬 내용들 일 수 있다. 부정적인 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따른 나의 사고를 관철하기 위함이다. 또한 부정 속에서도 긍정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글 끝에는 꼭 이말을 덧붙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바라보는 건축계가 안타까운 상황으로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노력과 세상 사람들의 노력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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