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빌미로 모든 과정을 묶어버렸다.
" 싸움은 싸움마다 개별적인 것이어서,
새로운 싸움을 시작할 때마다 그 싸움이 나에게는 모두 첫번째 싸움이였다.
칼의 노래라는 장편소설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내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늘 다짐하는 말 중에 하나다. 프로젝트는 프로젝트마다 개별적인 것이기에 늘 새롭게 대하고 그때마다 해야할 일을 다시금 정리한다.
요즘 느끼는 건데 이전부터 지금까지 해오면서 지금 건축을 한다는거 자체가 너무나도 힘들다. 자본이 없어서 힘든게 아니라 어떤 행위 하나하나에 조건들이 너무나도 많아졌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안전" 이라는 명분 아래 움직이기에 불평을 하면 안전을 도외시하는 부적절한놈으로 인식될까 두렵다.
건축의 범위는 너무나도 다양하다. 몇십층을 넘어서는 건축이 있고 1층짜리 조그만한 건축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 모든 것들에 똑같은 법을 적용하여 건축을 하지않는다. 한번에 몇천명이 관람하는 공연장에서 화재가 나서 사람들이 대피하는 상황과 단독주택에서 대피하는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이는 생명을 다수냐 소수냐에 따라 중요도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건물이 재난상황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화재가 난다고 해서 건물이 몇분만에 타버리는게 아니라 최소 한시간 이상 버틸 수 있다면 그 시간동안 사람들이 피난할 수 있도록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수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계단으로만 피난한다고 생각해보자.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이렇듯 건물의 규모나 용도에 따라 건축물의 이용자수가 달라지고 재난상황에서 대피자의 수가 많고 적을 수 있기에 이를 고려하여 적용 기준을 달리하게 된다.
그런데 참 궁금한게 사건이 터질때마다 이슈가 되면서 법들이 바뀌고 있다. 무슨 세상을 100퍼센트 무결점한 세상으로 만들려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안간다. 그 중에 하나가 5m 이상 동바리를 설치하는 경우 안전관리계획서를 제출하라는 법이다.
(동바리는 콘크리트를 거푸집 안에 타설하여 적정 강도를 얻을때까지 임시적으로 하부를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콘크리트 구조에서는 더 없이 중요한 역할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일반 동바리가 5m 정도의 길이를 가질때에는 우리가 원하는 압축강도가 나오지 않아 콘크리트 타설시 제대로 받쳐주는 역할을 하지 못해 시스템 동바리를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는 좋다. 그것을 모든 건축물에 적용하는 것도 맞다고 본다. 그런데 이것을 해당하는 건축물은 서류로 진단기관에 의뢰하여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하여 검토를 의뢰하고 적정하다는 결과가 나와야 착공을 할 수 있도록 한게 문제라는 것이다.
당연히 안전상의 이유로 이 과정을 해야하는 것은 맞는데 중요한 건 모든 건축물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3~4평정도 되는 계단탑을 가진 건물들은 대부분 해당하고 , 1~2층 일부를 오픈하여 높은 천장고를 가진 단독주택이여도 해당하는 사항이다.
나는 시스템 동바리를 하지 말라는게 아니라 소규모 건축물 (우리는 2층이하이면서 500제곱미터 미만의 건축물을 소규모 건축물로 보고 있다) 일 경우에는 이러한 상황을 설계자나 감리자인 건축사가 검토할 수 있게 하고 그대로 시행했는지 감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본다.
이런 사항들은 법이 이미 개정이 되었기 때문에 수정하는데에도 하루 이틀 걸리는게 아니다. 보고를 해야하고 적정성을 판단하고 .... 답답하기 그지 없는데 이럴때마다 국토교통부에서 전국 지자체에게 별도 공문을 내려서 법의 일부를 완화하여 볼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제발 <안전>을 빌미로 오바좀 하지말자. 이런 말도 안되는 법들을 건축사사무소에서 먼저 알고 시공자나 건축주에게 설명을 해야하는데 나로써도 납득이 안되는 사항을 "법이 이러니 어쩔수 없다"라고 말하면서 서로를 싸우게 만들지 말란 소리다.
왜 이렇게까지 법이 우리를 가로 막고 있는가 문제를 짚고 짚다보면 결국 우리의 안일한 행동들이 원인일 경우가 많다. 알아서 잘했어야하는 일들을 알아서 못하니 .. 이렇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 많아질 규제들을 예방하고자 우리가 먼저 알아서 안전에 유의해야할 필요가 있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