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물건이면서 비용 차이가 가장 큰 건 건축 설계비아닐까?
나야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니깐 집을 짓는다면 건축사사무소를 방문한다라는 답이 나오겠지만 비전공자는 어디에 의뢰를 해야하는지 막막할 것이다. 그 이유는 내가 어느 모임에 가든 건축사입니다. 라고 말했을 때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설명을 해주더라도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나라의 문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 건축사가 어떤 권한을 갖고 집을 포함한 건물등을 설계하게 된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1900년대 후반이라고하지만은 어렸을 적의 기억을 떠올리면 집을 짓겠다라고 하면 설계자라는 개념은 없고 실제로 집을 짓는 시공자에게 문의하는게 다반사였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건축이란 단어보다는 부동산이란 단어로 건축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건물과 관련된 일이 있으면 공인중개사를 먼저 찾아가거나 건너 건너 시공하는 사람을 소개 받아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건축과 관련된 문의는 건축사사무소에 하십시요" 라고 백날 말해봤자 건축과 관련되어 홍보되고 있는 각종 분야를 생각한다면 공감할 수 없는게 이해가 간다.
오늘 이야기할 것은 설계비이다. 여러분들이 공인중개사를 찾아가든 시공업자를 찾아가든 결국 돌아오는 것은 건축사사무소다. 여러분들이 직접 관여하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집을 짓기 위해서 허가를 받는 과정에는 건축사가 꼭 필요하다.
건축사법 4조 (설계 또는 공사감리 등) 에 의거하여 건축물의 건축 또는 감리는 건축사 또는 건축사사무소에 소속된 건축사가 아니면 할 수 없다.
설계 및 감리에 대한 권한을 건축사에게만 법적으로 정해주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소한 우리가 확인해야할 것은 내가 짓고자 하는 건물이 누구의 이름으로 설계되었고 시청(지자체)에게 허가를 받았는지는 알아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건축이 워낙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건축이란 단어를 다양한 분야에서 혼용해서 사용하기에 "건축사" 라는 자격에 대해 크게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
예를 들면 공인중개사, 인테리어 업체 , 건설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건축 상담> 이라는 말로 고객을 유치하려고 광고를 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이야 <건축 상담> 속에 누구는 땅이나 건물을 판매하는 용도로, 누구는 인테리어를 디자인하고 시공하는 용도로, 누구는 건축을 시공했을 때 시공비나 시공에 관련된 용도로 사용한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누구나 건축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라고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설계까지도 직접 하려고 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건축사가 건물을 설계하고 행정처리를 통해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설계라는 과정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 건축계에서는 이를 허가방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기존에 설계되어 있는 자료를 가지고 땅만 변경하여 허가를 받거나, 시공자가 설계도를 작성해서 건축사사무소에게 인허가만 받을 수 있게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설계를 하는 비용이 없어지면서 의뢰하는 비용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설계비와 인허가비에서 인허가비만 남게 된다.
인허가비용은 300만원에서 500만원 정도로 알고 있다. 건축계에서는 설계와 시공을 겸할 수 없게 되어 있기에 건축사사무소와 건설회사가 분리가 되어 있다. 그런데 단독주택을 주로 시공하는 일명 하우징업체들은 설계와 시공을 겸한다. 명목상으로는 시공회사이지만 설계까지 직접하면서 건축사사무소에게 인허가만을 의뢰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가 오히려 옜날 우리가 집을 지어왔던 문화와 맞는 형태를 띄기 때문에 그 누구도 반기를 들지 않는다. 게다가 설계에 대한 고충 (의뢰인의 요구를 반영하고 법을 분석하고 땅을 이해하고 설계를 하는 과정은 일명 창작의 고통은 프로젝트마다 때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을 없애고 단순 업무 처리를 하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건축사사무소에서도 크게 불만을 토로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법적으로 건축사가 해야할 일에 대한 권한이 흐릿해진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반복된 결과가 지금 내가 건축사이며 건축을 설계하고 감리하며 그와 관련된 행정업무를 모두 담당하는 사람이라 말을 하더라도 그 일이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 이해하는 사람도 적을 뿐더러 오히려 모든 일을 다 담당한다고 하니 사기꾼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설계비를 제외한 인허가 비용만을 받는 경우도 많기도 하지만 설계비를 포함하더라도 건축사사무소마다 설계비는 천차만별이다. 보통 건축 설계는 민간부분과 공공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공공 건축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책정되는 기준이 있다보니 크게 차이가 없지만 민간부분은 솔직히 부르는게 값이다.
똑같은 30평정도의 단독주택을 짓는다하더라도 A라는 건축사사무소는 500만원을 부를 수 있고, B라는 건축사사무소는 5천만원이 될 수도 있고 1억이 될 수도 있다. 가격이 정말 비싼 곳은 건축사사무소의 디자인과 같은 능력 뿐만 아니라 설계를 하는데 있어 퀄리티가 상당히 다르다. 말그대로 브랜드가 되어버린 경우인데 그 건축사가 설계했다라는 것 자체의 비용이 상당히 높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러한 건축사사무소는 전체 비중에서 극히 드물기에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위에서 말한 인허가만을 담당하는 건축사사무소의 의뢰비용이 만들어놓은 오해? 때문에 말그대로 가격경쟁이 시작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설계에 대한 열정을 자부할 수 있음에도, 내 이름으로 사무소를 차린지 얼마되지 않아 증명할 수 있는 실체가 적기 때문에 일을 의뢰하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적절한 금액으로 설계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 가격 비교는 말그대로 열정까지 없애버리고 있다.
"A건축사사무소는 500만원이라는데 여기는 왜이렇게 비싸요?"
"B건축사사무소는 300만원이라는데 300만원에 해주면 안되요?"
등등 어디는 어떻고 저기는 어떻다는 비교 전화는 앞서 말한 업무의 범위에 따른 가격의 차이를 설명하는 건 의미가 없어지고 단순히 의뢰하는 건당으로 생각해버리게 만든 현실 속에 최소 비용을 맞추지 못해 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건축사협회에서는 건축설계를 의뢰하는 최소비용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소 금액을 평당 10만원이었던 금액을 몇배를 높여서 전국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통일을 한다고 하는데 .. 나는 솔직히 걱정이다. 15년전에 약속했던 최소금액이 지금까지 변경이 없는 지역 업체들이 많기에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여 높여야 한다는 것에는 반대의 여지가 없지만 사람들이 인식하는 건축사사무소에 대한 모습부터 명확하게 자리를 잡아야하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가격이 오른다면 그만큼 품질도 올라야한다고 생각한다. 가격만을 올리려고 하는게 아니라 건축사사무소의 설계나 업무 능력 또한 함께 올리려고 노력해야한다.
이전에 아는 지인의 부탁으로 설계비를 정말 적게 받은 적이 있다. 그렇다고 대충한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설계를 하였는데 막상 현장에서 임의로 변경되는 것을 보고 화를 내었더니 "인허가비만 받고 하신거 같은데 뭘그러냐" 라는 말을 듣고 돌아오는 길에 분노를 참지 못했던 적이 있다.
"현상을 그저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며칠전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이 지역행사에 오셔서 한 말이 기억난다. 그렇다. 문제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인지하고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집이나 건물을 지으려면 건축사가 있는 건축사사무소를 가장 먼저 찾아간다." 라고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할 때까지라고 말하지만 이는 결국 의뢰인이 누려야할 권리를 제대로 누릴수 있을 때까지라고 다시 말하거 싶다.
또한 앞으로 건축주가 될 여러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설계비가 높다는 것은 단순히 디자인으로 결정되는 것만은 아니다. 앞에 비싼 설계비의 경우에는 건축사의 디자인과 더불어 설계의 퀄리티라고 말했다.이 설계의 퀄리티에는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 수많은 실험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상호 협력속에서 발현된다. 이러한 협력 속에서 드는 비용을 모두 포함한 것이 설계비라 할 것인데 가격을 낮추기만 한다면 말그대로 그러한 과정은 생략되는 것이기에 어쩔수 없이 기존 방식만을 고수한 체 설계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부디 가격비교를 원한다면 그 가격 차이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해보라. 건축사사무소마다 설계스킬이 다르고 건축주와 소통하는 방법이 다르다. 그러한 점들을 비교하여 나의 의견을 소중히 생각하고 소통이 원할할 것 같으며 일처리도 잘하는 건축사를 선택하기를 바란다.
최대한 싸게 의뢰하기를 바라면서 인터넷에서 자극적으로 올려놓은 영상들을 가지고 이것 저것 요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러지 않아도 해주려고 했던 것들조차 하기 싫어지는 청개구리가 되어버리는 건 나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