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선배로부터 받은 명함에는 연구소 팀장님의 이메일이 적혀있었고, 그곳으로 이력서를 보내자마자 놀라운 속도로 면접 날짜가 잡혔다. 다른 기업을 지원했을 때는 몇 주에 걸쳐 서류 평가 결과와 면접 결과가 발표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역시 스타트업은 다른가... 당시에는 코로나가 나름 안정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면으로 면접을 보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면접 당일, 집구석에 처박혀 몇 년간 빛을 못 보던 정장을 입고, 코트에 구두까지 모든 아이템을 장착한 나는 드디어 그 회사로 향했다. 회사는 같은 도시에 있었고, 게다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에 차를 타고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일부러 면접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근처에 주차를 한 뒤, 차 안에서 예상 질문을 몇 가지 복기해 보고 심호흡을 크게 한 뒤 길을 나섰다. 도착한 건물에는 여러 회사가 입주해 있었는데, 그 스타트업은 그중에서도 모던한 로고를 자랑하고 있었다. 역시 스타트업은 다른가...
건물에 들어선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진짜로 상상 속에서 존재할 법한 사무실과 회의실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모던한 인테리어, 은은한 조명, 아름다운 식물들, 좋은 향기까지... 여기가 회사야 카페야? (하지만 이렇게 화려한 사무실에는 반전이 있었으니... 그 내용은 다음에 설명해보고자 한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회의실에 앉아 면접관들을 기다렸다.
곧 면접관들이 들어오고 면접이 시작되었다. 자기소개, PT발표, 질의응답... 무난한 내용들로 이어지는 면접이었다. 그때 내 이력서를 다시 살펴보던 CTO가 내 영어 성적을 보고는 질문했다.
"영어 실력이 상당히 좋으시네요. 어떻게 공부하셨어요?"
당시에 나는 토익과 토익스피킹 성적을 첨부했는데, 그 부분이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대학원 다닐 때 연구실에 외국인이 많이 있었고, 연구실 공식 언어가 영어여서 그때 많이 늘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러면 지금부터 우리 영어로 면접을 볼까요?"
What the f...?? 이건 내 예상 질문에 없던 건데? 내가 영어로 대화는 할 수 있을까? 그냥 점수만 높은 거고 전혀 자신 없는데... 이력서에 괜히 적었나? 근데 이 회사는 외국이랑도 일하나? 그러면 이참에 외국 진출 하는 건가(?), 화성 갈끄니까(???)
오만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나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Of course!"
면접이 끝나고 진이 빠진 나는 회사를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처음에는 면접비나 벌어보려고 참석한 면접이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게다가 이 회사에 묘하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다른 기업에서 면접을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그들과 함께 일한다면 이때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엄청나게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다 하는 건 왠지 하기 싫은 외골수 성격도 한몫했다.
그리고 면접 다음 날, 바로 전화가 왔다. 이번엔 대표님과 함께 2차 면접을 보자는 내용이었다. 거 참 빠르고 시원시원해서 좋구만?! 그렇게 나는 두 번째 면접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