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로 잡힌 2차 면접. 대표님과 CTO가 참석하는 면접이었고, 사실상 최종 면접이었다. 회사 대표님은 학교 선배님이기는 했지만 학번 차이가 꽤 나서 직접 만나볼 기회는 없었다. 그 때문에 어떤 사람인지, 어떤 질문을 할지가 더욱 궁금해졌다. 면접 준비를 할 겸 대표님이 등장하는 뉴스 기사와 유튜브 영상 몇 개를 찾아보았다. 스타트업 대표라고 했을 때 으레 떠오르는, 스마트하고 눈빛이 살아있는 대표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면접 당일, 1차 면접과 똑같은 착장으로 똑같은 차를 타고 똑같은 건물에 방문했다.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는 모던한 사무실이 나를 반겨주었다. 이렇게 멋진 곳에서 모던한 직장인으로 근무할 망상에 빠져들... 때쯤 면접이 시작되었다. 나는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 회사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 2명이 내 앞에 앉아있는데, 도대체 무슨 질문을 퍼부을까?
하지만 면접은 내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그들은 나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내가 질문을 하기를 원했다. 네?
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면접이란 무엇인가? 면접관이 면접자를 검증하기 위해 다각도로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 아니던가? 그 질문들을 받아칠 카드가 있으면 이기는 거고, 없으면 꼼짝없이 두드려 맞는 곳이다. 면접자가 면접관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면접이 끝나기 직전에 "질문 있으세요?"라고 물어볼 때뿐이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나보고 질문을 하라니?! 나는 벙찔 수밖에 없었다. 준비해 왔던 질문도 몇 개 없었던 나는 회사 제품 관련 질문을 몇 가지 한 뒤에는 멍하니 면접실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색한 침묵이 몇 차례 흘렀고, 나는 그냥 면접이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침묵을 몇 번 가지면서도 우리는 1시간이나 면접실에 앉아있었다.
그나마 기억에 남아있는 질문은 혹시 삼국지를 아느냐고 대표님이 질문하신 거였다. 나는 삼국지는 거의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삼국지는 잘 모르지만, 스타크래프트는 많이 해봤습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어이없는 대답이다.
그렇게 다른 의미로 진땀을 빼고 면접은 마무리되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슨 내용의 면접인지 알 수 없었고, 결과가 좋았는지 나빴는지도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표님이 면접을 통해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나의 실력적인 측면보다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내보고자 하는 자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 부분을 들추어보기 위해 나에게 더 많은 대화 주도권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스타트업은 구성원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격, 즉 사람 됨됨이가 엄청나게 중요한 부분이다. 초기에 합류하는 구성원일수록 더욱더.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실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본 실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 이유는, 관리자 직책의 상위 단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사람 관리의 기술이 더욱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기에는 그 관리자를 기존 구성원 중에서 만들어 승진시킬 수밖에 없고, 이후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서 구성원들의 그릇도 그에 맞게 빠르게 성장하여 이에 걸맞은 리더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외부 영입으로도 이를 채울 수 있지만 내부 인재와 외부 인재의 비율이 적절히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인격이 단순히 "착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내 면접 준비는 상당히 허술하고 엉성했다. 아니, 최악에 가까웠다.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스포일러지만) 그 회사를 퇴사하게 되면서 가장 후회했던 부분 중 하나이다. 나는 스타트업 면접을 대기업 면접 준비하듯 준비했던 것이다. 스타트업에 합류하고자 할 때는 나를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와 구성원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구성원이 적으면 적을수록 이는 더 중요하다. 만약 지금 내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아래 내용들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대표의 가치관은 어떠한가?
대표는 어떤 경로를 거쳐 여기까지 왔는가?
파운딩 멤버들은 누구인가? 그들의 가치관은 어떠한가?
회사의 인재 확보 전략은 무엇인가?
회사의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은 어떠한가? 현재 시장에서 어떤 위치인가? 혹은 개발 단계가 어느 수준인가? 경쟁사/유사제품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는가?
회사는 피벗한 경험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이유에서? 무엇에서 무엇으로 피벗하였는가?
회사의/대표의 목표는 무엇인가 — 엑시트? 상장?
퇴사자가 있다면, 어떤 이유에서 퇴사하였는가? (사실 이 부분은 파악하기 어렵다.)
이 내용은 본인이 높은 레벨로 입사한다면 더욱더 반드시 알아내야 할 내용이다. 스타트업에 입사한다면 필연적으로 본인을 갈아 넣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이곳이 나를 불사 지를 만한 곳인지 입사 전에 알아내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결국 스타트업은 고생하러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낮은 연봉, 긴 근무시간, 부족한 인적/물적 자원, 등등...) 하지만 그만큼 얻을 것도 많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면접이 끝나고 다음 날, 모르는 010 번호로 전화가 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용히 회의실로 도망을 가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난드 님 맞으시죠? 저 [대표]입니다."
"(놀람) 아, 네. 안녕하세요."
"면접 끝난 지 하루밖에 안 되었지만, 어차피 결정된 내용이니 빨리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저희 생각에는 아난드 님이 저희 회사에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난드 씨 같은 사람과 빨리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속전속결로 나는 스타트업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