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원래 다니던 회사의 퇴사 절차를 마무리한 나는 새로운 회사로의 첫 출근길에 나섰다. 첫날은 입사 교육이 있었기 때문에, 안내받은 시간에 맞추어 회사 앞에 도착했다. 면접자가 아닌 직원으로서 문 앞에 처음 선 순간이었다. 곧 회의실로 안내되었는데, 나를 포함해서 몇 명의 입사자들이 더 있었다. 당연히 나만 입사하는 날인줄 알았던 나는 꽤나 놀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회사가 막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한 시점이라 확장을 위해 채용을 활발히 하고 있던 때였다고 한다.
교육은 여전히 아름답고 향기로운 회의실에서 진행이 되었다. 이전 직장과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전 직장에서는 자체 개발한 메신저와 클라우드를 사용했던 반면, 이곳에서는 슬랙과 원드라이브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슬랙은 이후에 비용 절감과 보안 등을 이유로 팀즈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교육 내용 중 가장 강조가 되었던 부분은 기술보안에 대한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스타트업이다 보니, 기술 유출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모습이었다. 모든 업무내용은 회사 외부와 일절 공유되어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이었고, 사내에서도 다른 팀이라면 팀장의 허가 없이는 공유할 수 없었다. 그 정도로 폐쇄적인 보안 정책이었다. 이 부분은 기술 유출을 우려한다는 점에서 일견 이해는 되었지만,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이후의 업무 효율성과 확장성에 있어서 계속 발목을 잡는 정책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교육이 마무리되고, 배정받은 조직으로 인수인계가 되었다. 면접 당시에 면접관으로 계셨던 팀장님께서 나를 픽업하러 오셨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 우리는 연구소로 향했다. 연구소는 별도 보안 출입문을 거쳐야 했으며, 연구소 소속이 아닌 경우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추가로 받았다.
'사무실이 이렇게 멋진데, 연구소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렇게 들어간 연구소. 하지만 그곳에는 더 이상의 "스타트업 오피스"는 없었다. 다만 대학원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도와 실험실이 존재했을 뿐이다.
'그러면 그렇지. 공돌이가 예쁜 곳에서 일할 수 있을 리가 없어 ㅠㅠ'
그렇게 나는 달콤한 꿈에서 현실로 다시금 돌아왔다. 그래도 본관 사무실 공간이 다른 평균적인 곳보다 훨씬 좋아서 그렇게 느낀 것이었지, 연구소 환경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 업무가 확장되면서 생산라인도 맡게 되었는데, 그곳이야말로 열악한 환경의 끝판왕이었다...) 여하튼, 연구소 내의 사무실 자리를 배정받고 주변 동료분들께도 인사를 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선배들로부터 회사의 베네핏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니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자율 출퇴근제 (출퇴근 시간은 완전히 자유이며 주 40시간만 채우면 됨)
무제한 간식 (먹고 싶은 간식을 장바구니에 담아두면 탕비실에 매주 채워줌)
개인화된 사무용품 제공 (원하는 문구류나 키보드/마우스를 정해진 예산 안에서 구매 가능)
중식 무료, 야근하면 석식도 무료
지금까지 경험은 물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근무 환경이었다. 아니 이렇게 좋은 회사가 있다고?
'역시 여기에 오길 잘했어..!'
그렇게 스타트업의 달콤함에 취하며 철없는 나는 애사심을 높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