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자였던 내가 하루아침에 면접관이 되었다.
그렇게 회사에서의 삶이 정신없이 흘러가던 어느 날, 말 그대로 일에 파묻혀 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진짜 혼자서 할 수 있는 업무 맞아?"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 나는 회사 제품의 한 부품을 혼자서 담당하고 있었고, 몇 주 전 시작된 프로젝트로 인해 부품의 지속적인 납품이 필요했기에 생산, 품질체크, 출하를 원맨팀으로 쳐내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원래의 업무인 연구개발까지 같이 했어야 했으니... 돌이켜보면 당시의 어린 나이의 체력이라서 가능했다고 본다. (지금의 나로선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늘 집에만 가면 유튜브 한 편을 채 못 본채 쓰러져 잠들곤 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주간미팅 자리에서 CTO에게 추가 팀원 채용을 요청했다.
"CTO님, 지금 제가 담당하는 업무의 범위와 개수가 이젠 저 스스로 감당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이제 정말 팀원이 필요해요."
"아 그렇군요. 그만큼 저희 회사가 빨리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네요. 마침 저희 회사 이메일로 이력서가 하나 들어왔거든요. 같은 대학교 졸업생이라는데, 면접 한번 볼까요?"
엥? 이렇게 쉽게 받아들여준다고? 아니 이럴 거면 진작에 뽑아달라고 할걸... 그렇게 지원자의 이력서를 메일로 받아볼 수 있었다. 확인해 보니 나와 같은 학교에서 석사를 졸업한 후 내가 과거에 그랬듯 전문연구요원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사람이었다. 운이 좋게도 며칠 전 회사 이메일을 통해 포지션이 있는지 문의를 한 상황이었다. 크게 결격 사유가 없는 것 같아 바로 면접을 요청드렸다.
"그러면 면접 일정 잡을 테니 아난드 님도 면접관으로 들어오세요"
엥?? 내가 면접관으로 들어간다고? 쭈구리 신입사원인 내가 이세계에선 카리스마 면접관?! 아니 정신 차려야지... 그렇게 입사한 지 몇 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나는 면접자에서 면접관이 되어버렸다.
HR에서 면접관들의 일정을 묻는 몇 번의 메일이 오간 뒤 신속하게 면접 일정이 잡혔다. 1차는 비대면 실무 면접, 2차는 CEO, CTO와의 오프라인 면접이었다. 나는 1차 면접에만 참석할 예정이었다.
'면접관'으로의 경험은 전무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마침 당시에 회사에 최근 합류하신 HR팀장님이 계셔서 그분께 도움을 요청드리기로 했다. 개인 면담을 잡고 우리 회사에서 정해진 면접 규정이 있는지, 어떤 질문이 필요하고, 어떤 질문이 허용되지 않는지, 또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리고 답변은,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스타트업 같은 답변인가...
어떻게 보면 당시에는 저 답변이 맞는 답변인가 싶기도 하다. 일단 회사의 비전이나 인재상이 명확하게 갖추어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기업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으레 기업의 비전과 인재상을 적어놓기 마련이다. 나는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우리 다운' 사람을 채용한다면 그 사람은 우리의 비전에 빠르게 공감하고, 신속하게 적응하여 최대의 성과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최근 들어 '핏이 맞는 사람'을 그렇게 외쳐대는 것이다. (통일된 인재상을 갖추도록 사내에 전파하고, 모두가 같은 비전을 믿게 하는 것은 채용보다 앞서 실행되어야 하고, 당연히 더욱 중요할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1차 면접. 사실 어떤 질문을 던지고, 무슨 대답을 받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구조화된 면접, 역량 중심의 평가 방법에 대해 알지 못하던 때였고, 지원자의 과거 경험이 우리 회사의 제품과 다소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관련된 질문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내가 면접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도 한몫했다. 다만 지원자의 인성과 가치관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평가 결과는 긍정적이었기 때문에, 바로 2차 면접 진행을 추천했고, 마침내 그 지원자는 최종 합격을 받게 된다.
한두 달이 지나고, 면접 테이블 너머에 앉아있었던 B님은 어느새 모든 입사 절차를 마치고 회의실 한편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첫 팀원을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