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나 Oct 24. 2021

숲을 아껴주세요

잃어버리는 건 한순간이니까요.

생각보다 숲에 쓰레기가 많다. 공원 측에서 관리하고 계실 텐데도 곳곳에서 쓰레기들이 자주 보인다. 종류는 다양하다. 음료수 캔, 사탕 껍질, 휴짓조각이 대부분이고 간혹 마스크도 보인다. 코로나 시국 쓰레기인가.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버린 사람을 원망하기보다 그저 숲을 향한 애정어린 마음으로 줍는다. 하지만 눈살이 찌푸려지는 걸 넘어서 화르르 불타오를 때가 있다. 숲에서 담배꽁초를 발견했을 때, 그리고 흡연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한 달여 근무하면서 두 번 봤다. 한 2주 전쯤, 그리고 오늘. 같은 위치, 다른 사람. 도대체 무슨 심리일까? 굳이 숲에 와서 담배를 피우는 건. 흡연은 하지만 별개로 좋은 공기는 챙기고 싶은 걸까. 예전에 어느 산불 원인이 담뱃불 때문이란 걸 알았을 때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직접 현장을 맞닥뜨리니 황당함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마주친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몰라 차마 직접 말씀은 못 드리고, 어떻게 하면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인식을 시켜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방법은 그저 그들 곁에 함께 하는 것이었다.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일하며 터득한 방법이다. 아이들이 문제 행동을 하거나, 혹은 문제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항상 곁에 동반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인식시켜주는 것. 그러기 위해서 아이들이 있는 곳에는 늘 선생님이 함께 섞여 있었다. 물론 ‘너희들 어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두고 보겠어!’라는 감시의 눈빛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들의 놀이와 관계 속에 녹아들어 살피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관계가 좋은 어른이어도 함께 하는 게 조금은 불편했을 거다. 하지만 특별히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아이들이었던 만큼 다양한 관계 속에서 스스로 말과 행동을 의식하고 인식하는 훈련이 필요했다.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흡연을 하고 계신 분이 앉아 있는 자리 맞은 편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일부러 부스럭 부산스럽게 인기척을 내며 자리에 앉았다.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엔 그분이, 다른 한쪽엔 내가 마주 보며 앉게 되었다. 그분께 시선을 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었다. 처음엔 맞은편에 내가 앉은 것을 알아채지 못하시는 것 같았다. 5분쯤 흘렀을까, 나의 존재를 인지하셨는지 담배를 손가락에 끼운 채 유유히 사라지셨다. 다행이다. 그래도 함께 살아가는 이의 불편함을 헤아리는 분이셔서. 물론 흡연은 개인의 기호고 자유지만, 그만큼 책임도 요구하기에 다음에는 숲에서 흡연하는 건 조금 피해주시면 좋겠다. 자칫 잘못하면 작은 불씨가 큰 화재로 이어져 당사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아름다운 숲도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숲에서 만난 사람들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