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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 Jan 01. 2022

“우리 열 있는지 한 번만 재볼까요?”

코로나가 만든 풍경

“평소에는 아이들이랑 염전 체험도 하고 하는데…”


 소금창고 관람객에게 해설을 해주시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데 귀에 확 꽂혔다. 그리고 유난히 크고 진하게 다가왔던 단어, 평소. 

 ‘그래, 지금은 평소가 아니지.’ 외출하기 전 마스크를 꼈는지 확인하는 모습이,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가지 않는 게,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보면 당황스럽고 불편한 느낌이 이젠 너무 익숙해져 잊고 있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보통날이 아니라는 걸. 당연하지 않은 날들이 너무 당연하게 흘러가고 있다. 그동안 내게 주어졌던 일상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마음이 쓰리다

.


 소금창고에서 관람객들의 발열체크와 방명록 작성을 돕고 있다. 이 또한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일이다. 코로나19가 만든 풍경이다. 번거로운 과정이지만 불편함이나 불쾌함을 드러내는 분들은 한 분도 안계신다. 방명록 쓰는 게 귀찮으시다며 입구에서 발걸음을 돌리시는 분들은 종종 계시지만, 나였어도 그럴 것 같아 공감하며 짧은 인사를 드린다. 


 과연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날이 오기는 할까? 기나긴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가둬둔 몸과 마음을 환기시키기 위해 자연을 찾는 분들이 많다. 갯골생태공원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아 주말 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사람이 많은 편이다. 소금창고 외에는 실내 시설이 없고 공원이 크고 넓어 감염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 오시는 것 같다. 주말에는 아이를 동반한 분들이 많이 찾아주신다. 아이들을 발열체크 할 때는 자연스럽게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 과거 직업병…이라고 말하기엔 센터의 친구들에게는 잔소리하느라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밖에 없네. 미안해 얘들아. 


 대부분 입구에서 부모님들이 아이가 발열체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지만 체온계를 대기 전에 아이에게 허락을 구한다. 아이와 눈을 맞추기 위해 쭈구려 앉은 다음,


 “우리 열 있는지 한 번만 재볼까요?” 


이제 막 걸을마를 걷기 시작한 아이들부터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 못하고 천방지축 꾸러기들까지 체온을 재는 순간엔 대단히 협조적이다. 익숙한 듯 가만히 있는 아이들도 있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눈을 함께 맞추는 아이들도 있다. 



 가장 마음이 찡한 건 앞머리를 손으로 쓱 올려주며 얌전히 기다리는 아이들을 마주했을 때. 체온 재기 편하게끔 배려하는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얼마나 자주 이런 상황을 맞닥뜨렸을까 싶어서. 처음엔 당황해서 아무말 없이 체온 체크만 했는데 이제는 꼭 말해준다. 


 “고마워요.”


 어렵고 힘든 시기를 함께 잘 견뎌주는 기특한 마음에 칭찬을 듬뿍 얹어 건넨다. 지금을 함께 살아가는 모두에게 전하고픈 말이다.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만은 항상 곁에 두기를. 마주할 틈이 주어질 때마다 아끼지 말고 표현 하기를. 고마워, 고마워!


 변해버린 일상이 씁쓸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무력해지지만 지금을 너무 깊숙하게 일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자유롭게 사람을 만나고 언제 어디서든 서로의 표정을 볼 수 있게 될 그 날이 낯설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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