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한다는 것은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도 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음을 참아가며 누워서 핸드폰만 바라보다가 새벽 시간이 훌쩍 지났음을 깨닫고 '아 망했다, 내일도 졸리겠네, 나는 왜 항상 이모양일까' 하다가도 따듯한 물을 틀어 양치를 하고 기름으로 가득한 얼굴을 씻고, 몸도 씻고, 귓바퀴까지 씻어내면 오늘부터는 왠지 다를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요.
매일매일이 컴컴한 늪같고 매일 늪에서의 탈출을 생각하지만 어느 하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는, 생각대로 되는 것은 살찌는 일밖에 없는 그런 삶이지만, 그래도 샤워를 하고 나오면 지금부터는 그 삶이 180도 바뀔 것 같은, 아니 이미 바뀌는 중인 것 같은 마음에 기분이 조금은 좋아지니까요.
그래서 나는,
어느 정도 크기의 스크래치는 샤워로 가뿐히 이겨낼 수 있겠구나 싶어 내심 안심이 되다가도,
이렇게 기분 좋을 일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뤘다가 겨우 하는 스스로를 잘 모르겠기도 합니다.